하느님을 사랑한 한 외교관을 추모하며

2010. 6. 30. 오후 10:3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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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하느님이 지극히 사랑한 사람, 하느님을 많이 사랑하려고 노력한 사람"

3년전 나이 오십에 세상을 떠난 한 외교관의 비석에 새겨진 글입니다. 이 글은 자신이 직접 쓴 묘비명이었습니다. 오늘 저는 그의 부모님을 찾아뵙고 돌아오면서 하느님을 사랑했던 그 분의 믿음, 그 간절한 마음을 생각합니다.

        

몇년 전 그는 오랜 외교관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저를 찾아와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나누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세상을 뜨기 전까지 열성으로 아름다운재단의 국제업무에 자문, 자원활동을 해주었습니다. 이십대 중반 고시합격한 유능한 중견외교관이었던 그는, 세상을 뜨기 전까지 늘 '우리 재단' '우리 간사들'이라 하며 겸손과 열정으로 저희를 도왔습니다. 암이 재발해 입원할 때까지 아무도 그가 투병 중이란 사실을 전혀 몰랐는데, 마지막을 감지한 그는 남은 시간을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는 일'에 헌신하신 것이지요.


더욱 놀라운 것은 생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세상을 뜨기 일년 전 '세상에 남기는 말'이란 유언장을 작성했고, 돌아가신 후 발견한 그 유언장에는 자신이 모아둔 돈을 재단에 기부해달라는 당부가 적혀있었습니다. 너무도 일찍 찾아온 죽음 앞에서도 그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자신을 나누고자 한 것이지요. '하느님을 많이 사랑하려고 노력한 사람'으로 말이지요.


그의 선한 뜻, 그 기부금은 어려운 대학생 장학금으로 세상에 남겨졌습니다.

자기 생의 마지막까지 이웃사랑, 봉사와 기부로 하느님을 사랑하려고 했던 아들, 효자였고 강직하고 유능했던, 자랑스러운 맏아들을 그리워하다 시력을 거의 잃어버리신 어머니는 '하느님이 좋은 일을 할 일꾼이 필요해 먼저 데려가신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저는 "짧은 생이었지만 아드님은 누구보다도 충만하고 의미있게 살다가신 분"이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일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는 데 때때로 신앙으로 나눔을 하고, 신앙으로 어려움을 이겨낸다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그 만남을 통해 그들의 신앙에 저는 감동하고, 배우며 제 믿음을 돌아보게 됩니다. 삶의 극한 상황에 처했을 때 아무 조건없이 받아들여주시고 사랑하시는 분이 하느님을 생각합니다.


신앙을 갖기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진정한 마음으로 대하기를, 모든 일을 사랑의 마음으로 해나가기를, 그리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마음을 잃지 않기를, 어느 경우에도 겸손함과 따뜻함을 잃지 않고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때론 그러하지 못한 저를 용서하고 다시 바로 새워주실 것을 하느님께 기도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기쁠 때 힘들 때, 어느 상황에도 무엇보다 먼저 기도할 수 있는 마음을 주신 것, 그것이 가장 큰 사랑과 힘이 됩니다. "나를 사랑받는 자로 부르시는 작고 부드러운 목소리에 귀기울일 때, 두려움 없음을 알고 있다"(헨리 나웬, '이는 내 사랑하는 자요')는 것을요. 


      

댓글 3

  • 2010년 7월 2일 오후 4:25

    아멘

  • 2010년 7월 5일 오후 1:08

    좋은 글 감사합니다. 선종하신 외교관 에게 영원한 안식을 빕니다.

  • 2010년 7월 7일 오후 2:34

    "희망"이란 말은 항상 조은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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