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인이 상담을 위해 한 성형외과를 찾았습니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딸과 그녀의 어머니였습니다. 의사의 앞에서 딸은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만 있었고, 어머니가 입을 열었습니다.
"제 딸이 결혼을 합니다. 그런데 이 아이는 어릴 때 사고로 손을 다쳤습니다. 다른 손가락은 모두 수술이 잘되어서 불편하지 않은데 약지 손가락만 없습니다. 결혼을 하려면 예물도 맞추고 반지도 해야 하는데 반지를 끼울 손가락이 없어요. 그래서 말인데요……. 선생님, 제 손가락을 딸에게 줄 수는 없을까요? 선생님, 꼭 수술해주세요."
의사인 효섭은 한동안 말없이 두 사람을 바라보았습니다. 딸은 고개도 들지 못한 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그런 딸을 어떻게든 위로 하려고 딸의 등을 두드리고 있었습니다. 효섭은 이런 경우를 경험해보지 못한 터라 쉽게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딸의 결혼식을 위해 자신의 손가락을 잘라주려는 어머니의 마음은 이해할 수 있었고, 어머니의 손가락을 이식 받을 수밖에 없는 딸의 입장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효섭은 그 둘을 앉혀놓은 채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이들이 병원에 함께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그들과 관계된 많은 사람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기 위해 했을 마음 고생은 또 어떠했을까? 지금은 단 한마디로 수술을 해 달라고 하지만……. 그 한마디를 뱉어내기 위해 겪어야 했을 아픔은 또 얼마나 많았을까?
생각에 잠겨 있던 효섭이 고개를 들고 두 사람을 향해 미소 지으며 말을 건 냈습니다.
"병원을 몇 군데나 다니셨습니까?"
"여기가 일곱 번째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이제 다른 병원에 가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수술하겠습니다."
어머니와 딸은 몇 번이고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수술 날짜를 예약한 뒤 돌아갔습니다. 효섭은 다음 환자의 진찰도 미루고 진찰실 창문으로 딸과 어머니의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병원 문을 나서서 맞은편에 있는 백화점으로 들어갔습니다. 아마도 혼수품을 보러가는 것 같았습니다. 효섭은 두 사람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창가에 서 있었습니다.
우리들의 어머니는 자식들의 혼수품으로 자신의 손가락이라도 잘라줄 수 있는 분입니다. 아니, 자식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생명까지도 주시는 분입니다. 그 어머니의 사람이 세상을 아름답게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들의 어머니가 똑 같지는 않습니다. 많이 배운 어머니도 있고, 가난한 어머니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어머니의 공통점은 자식을 향한 사랑입니다. 이것만큼은 비교할 수 없는 것이고, 비교되지 않는 것입니다.
어머니의 사랑은 자식을 향해 절대적인 힘과 능력을 드러냅니다. 어머니의 사랑은 세상 모두가 포기한 사람도 변화시키고, 모든 사람이 결코 살 수 없다고 결론지어버린 아이들을 살려내기도 합니다. 아마도 하늘이 어머니에게만 특별한 능력을 주셨나 봅니다.
-김홍식의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에서 발췌-
사람은 부모님의 희생과 사랑을 알만한 나이가 되면 부모님께서는 이미 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님을 알게 될 나이? 자신이 결혼을 하여 부모가 되어 자식을 길러 보고, 또 그 자식을 결혼을 시켜 손주를 키워보면서 부모님의 수고와 은혜를 알게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런데 그 때면 저처럼 부모님은 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 경우가 많지요.
외손자 준서가 이제 백일 지나고 3주 째 접어들고 있습니다. 우리 준서를 돌보면서 이제서야 부모님을 조금은 알것 같습니다. 칠순을 바라보면서 말이에요.
오늘처럼 비오는 날이면 그 사랑을 만분의 일이라도 되돌려 드릴 수 있는 대상이 이 세상에 계시지 않음에 마음이 더욱 허전하고 쓸쓸해짐을 느끼게 됩니다.
저희 장모님(한순우 글로리아)께서 간담석 수술을 위해 여의도 성모병원에 입원해 계십니다. 장모님께서는 안동 큰 아들 집에 내려가 계셨는데 아주 건강히 지내시다가 갑자기 편찮으셔 안동병원을 거쳐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모셨습니다. 오늘 오후에 수술을 하신다고하여 어제 신부님 모시고 가서 병자성사를 드렸습니다. 어제는 신부님께서 정말 바쁘신 날이셨습니다.(항상 바쁘시지만) 노인대학 종강식이 있었고, 신부님 고모님께서 선종하셔 영안실에 계신데도 시간을 쪼개어 병자성사를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못다한 효를 장모님께라도 다하려 합니다만 사람사는 일이 어디 마음대로 되던가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저희 장모님을 위해 기도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