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부활절
오랜 냉담(?)이랄지..주일미사를 구워먹기 시작한지 삼년째되는 해
얼굴내밀 장례미사만 참석하고는
그저 성당을 멀리하기 시작했던 시간을 뒤로 하고서
부활미사가 가고 싶어서 제발로 걸어서 참례 하였습니다.
사람들이 꽉꽉 들어찬 여의도 성당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은 제대 뒤에서 떨어지실까 불안한채
여전히 안녕히 계셨습니다.
제대의 부활초도 여전했으며
그간 바뀌어서 낯선 신부님의 미사도 그리 낯설지 않았고
성가대의 노래는 그대로 아름다운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뭔가 다른 것 입니다.
뭐가 달라졌을까?
삼년을 심술을 부릴대로 부리면서
죽을때까지 성당을 이제는 안다니겠노라고
궂이 성당이라는 제도 없이도 신앙생활은 한다면서 우격다짐을 해왔던 심술을 기억하면서
아무것도 아닌채 물러서고 비워진 마음을 생각해보았습니다.
이전에 구구절절 빌고 빌던 마음 속에는
소원과 기도와 뉘우침이 가득했지만
문득 지금의 마음엔 예수님이 눈에 들어오는 것입니다.
얌체같이 결핍감 속에서 고통이 싫다고 피해 달아났다가 이제사 계란 준다고 나타나는 자신에게
고해성사를 드려야 하는 의무보다는
조금치의 예수님의 사랑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더 낮아지라고, 더 작아지라고, 더 겸손해하라고
그리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삶의 의욕이 뭔가를 얻어서 누리면서 살아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사랑이라는 것이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아내어주시는 그 분명한 사랑이
살과 피로 우리에게 나눠주시는 그 사랑이
새롭게 느껴지는 것이었습니다.
심술도 이 정도 부렸으면 되었다.
조금씩 마음을 내려놓고서
편안하게 욕심에서 자유로워지게되고
사랑 앞에서 감사해지는 마음이 차올랐습니다.
봄날의 따스한 햇살탓도 있었을 것입니다.
돌아오는 길에 자목련 사진 한방 찍고서
가볍게 집으로 와서 점심을 먹었답니다.
부활 축하드립니다.
천지개벽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패인 마음에 새살이 돋아나는 것도 부활인가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