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나를 보았으면 곧 아버지를 본 것이다.(4/23)

2005. 4. 23. 오전 8:33:58

글자
주님, 저희에게 아버지를 뵙게 하여 주시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8절)라고
필립보 사도가 주님께 간청하고 있다. 이 질문은 하느님을 보다 명확하게 알고
싶고, 하느님을 체험하고 싶어하는 인간들의 소망을 표현하는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예수님을 3년 동안이나 따라다니면서도 예수님을 잘 알지 못하는 필립보
의 모습은 중요한 초점을 파악하지 못하고, 그냥 자신의 지적인 면만을 보려고
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또한 이 질문은 하느님을 직접 만남으로서 모든 존재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려는 욕구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성서에 아무도 하느님
을 본 사람은 없다(요한1,17)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필립보의 요구에 예수님은 필립보야, 들어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
와 같이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나를 보았으면 곧 아버지를 본
것이다. 그런데도 아버지를 뵙게 해 달라니 무슨 말이냐? 너는 내가 아버지 안
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다는 것을 믿지 않느냐? (9-10절) 하신다. 즉
예수님은, 아버지와 당신이 하나이며, 예수님을 통해서 아버지이신 하느님이 어
떠한 분이신가를 우리가 알 수 있다는 것을 말씀하신다. 하느님의 참 모습은 인
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있다면 그것은
하느님의 모습이 이미 아닐 것이며 믿음이 필요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하느님은 우리 인간이 하느님을 알 수 있고 볼 수 있도록 우리와 똑같
은 육신을 취하시어, 사람이 되시어 이 세상에 오셨으니 그분이 바로 예수 그리
스도이시다. 그러므로 신앙생활의 중심은 주님께서 무엇이라고 하셨고, 어떻게
하라고 하셨는가에 놓여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주님의 가르침에 충실할 때 우리
는 그리스도를 체험하게 되고 그분 안에서 하느님께 나아가게 된다. 즉 우리는
예수님 안에서 하느님의 신비를 깨닫게 된다. 예수님 안에 하느님이 현존하시기
때문이며,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느님이시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말씀과 업적은 하느님의 뜻을 알려주고, 하느님 아버지를 계시한다. 이
렇게 예수님은 아버지와의 친교, 그리고 아버지께 대한 신뢰로 말씀하시고 행하
신다. 즉 아버지께서는 예수님 안에서 말씀하시고 행하신다. 예수께서 하시는 일
을 통하여 하느님 아버지의 일이 드러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예수님을 알면 하느
님 아버지도 아는 것이고, 예수님을 체험한 사람은 이미 하느님 아버지를 체험
한 것이다. 우리는 이미 하느님의 자녀들이다. 하느님의 자녀로서 우리는 하느님
의 아들이신 그분을 올바로 알지 못한 채, 아버지를 뵙게 해달라는 청을 할 것
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이미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 그리스도 안에서 항상
하느님을 체험하면서 살아가는 자녀들이 되어야 한다.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 있
으니, 그분을 통하여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리는 삶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국외자(局外者)가 아니라, 바로 하느님의 자녀로 살아가도록 기도하자. ● 수원교구 조욱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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