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는 지름길(4/10)

2005. 4. 10. 오후 11:31:17

글자
 그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토론하고 있을 때에 예수께서 그들에게 다가가서 나란히 걸어가셨다.


   두사람이 예루살렘에서 한 삼십 리쯤 떨어진 곳에 있는 엠마오라는 동네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에 관한 일에 대하여 말을 주고받고 있었습니다. 예수께서 사형선고를 받아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뒤에 그들의 동료들이 무덤에 가 보았으나 예수님은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하느님과 모든 백성들 앞에서 그 하신 일과 말씀에 큰 능력을 보이신 예언자”의 시체가 도둑맞았다고 확신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 생각에 침통한 표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께서 무덤에 계시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들은 사람들이 사는 동네로 가는 중이었고, 그들의 관심사는 예수님이었습니다. 그 때 예수께서 그들에게 접근하셨습니다. 예수께서는 당신에 관한 성서 말씀을 설명해 주셨습니다. 성서는 하느님의 ‘말씀’으로 우리 가운데 오신 예수님에 관해 증언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성서 말씀을 풀이해 주시는 예수님의 말씀을 들을 때 참으로 뜨거운 감동을 느꼈음을 나중에 깨달았습니다.

   그들이 성서의 말씀을 듣는 순간에는 그분이 부활하신 주님이심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들에게 주님은 먼 길을 동행하는 나그네에 불과했습니다. 그들은 나그네를 염려하여 날이 저물었으니 함께 묵어 가자고 초대했습니다. 우연히 만난 나그네를 그냥 보내지 않고 따뜻한 마음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나그네는 그들과 함께 식탁에 앉아 빵을 들어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나누어 주었습니다(루가 22,19-20; 1고린 11,23-25 참조). 나그네는 일용할 양식을 떼어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제서야 그들은 눈이 열려 부활하신 예수님을 알아보았습니다. 그들이 인간적인 정을 나누며 따뜻이 대접한 평범한 나그네가 바로 주님이셨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사람들 가운데 계시며, 내가 만나는 사람을 통해 나에게 접근해 오십니다.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시는 나는 “나그네 생활을 하고 있는 동안은 늘 두려운 마음으로 지내야”(1베드 1,17) 합니다. 하느님 무서운 줄 아는 사람은 아무리 보잘것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를 소홀히 대하지 않고, 즐겨 예수님에 관해 말을 주고받습니다. 그는 “이 보잘것없는 사람 중 하나에게 그가 내 제자라고 하여 냉수 한 그릇이라도 주는 사람은 반드시 그 상을 받을 것”(마태 10,42)이라는 주님의 말씀을 묵묵히 실천할 따름입니다.

   베드로와 요한 그리고 막달라 여자 마리아처럼,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 역시 주님을 찾으려 했을 때에는 주님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내가 특정한 장소에서 주님을 찾으면 주님은 거기 계시지 않을 수 있습니다. 주님은 일상 중에 예기치 않은 곳에서 나를 찾아오십니다. 나의 인생길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마음으로 맞이하는 것이 주님을 만나는 지름길입니다. 오늘 우연히 스치는 사람에게서 주님을 만나 뜨거운 감동을 느끼시기 바랍니다. ● 허영엽 마티아 신부·서울대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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