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아톤과 삶은 게란

2009. 5. 22. 오후 1:39:45

글자
미국 시카고 가톨릭마라톤동호회에서 달리기를 하고 계신 
곽인근 다니엘 형제님의 첫 풀코스 도전기 입니다.
잔잔하면서도 큰 감동, 마라톤과 인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글이라 가슴이 따뜻해 옵니다. 
글쓴이의 허락도 받지않고 옮겨 싣습니다. 
형제님께서도 용서하시리라 믿으며...

 
나는 장애가 있다.  영혼의 장애가 있어 달리기를 배운다.

2009년 5월 17일 (일) 07:00시
날씨 쾌청, 아침기온 화씨 40도, 바람 5-10마일, 하늘은 푸른 바다 ! 달리기엔 더 없이 좋은 날 이란다.   
지금 나는 첫 말아톤에 감히 도전하려 여기에 있다.  상투 자르고 머리 얹는다고 한다.
시카고 에서 80여 마일에 북서쪽에 위치한  Rockford 시(일리노이주 세번째 큰도시)에서 개최되는 제 2회 Rockford Marathon 에 3,000여명의 달림이들이 스타트 라인에 선다.
Downtown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Rock River 를 옆에 끼고  Wyman St + State St  의 교차로에서 달림이들의 물결은 이렇게 흐르기 시작하고, 동편 다리 아래엔 강물이 유유히 흐른다.

새벽 04:00시에 일어나 차를 얻어타고 1시간 10분 달려 도착, 배번,칩등을 챙긴다.

출발점이 다운타운 중심.  휴일아침인데도 달림이, 가족, 인근 주민으로 인해
촌?동네 치곤   제법 잔칫날같이 법석이다.
Davis Park 주변에서는 락 밴드의 뮤직이 울려퍼지고, 여기저기 선수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어 몸을 푼다.   
오늘 종목엔 마라톤 릴레이도 있어 이채롭다.

5월은 계절의 여왕 !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Rockford Davis Park.
산들 바람에 온갖 새 소리 자지러지고, 숫 처녀 같은 봄 꽃 흐드러지게 핀 스타트 라인에 출발신호가 떨어진다. 
수 많은 인파와 주민들의 응원을 받으며 남녀노소 모두가 질서정연하게  차레차레 뛰쳐 나간다. 
맨 뒤에 남은 그룹과 함께 발걸음을 옮긴다. 그 물결에 나도 몸을 싣는다.  한인 달림이도 30여명..
달림이는 강물처럼 구비구비 흐르고, 다리아래 강물도 너울너울 여유롭게 흐른다.

인도로 망명한 티벧스님에게 온 세계의 기자들이 물었다. 어떻게 험난한 히말라야를 넘어 이곳까지 왔느냐.. 하고,     
80 노스님은 이렇게 말한다
" 한걸음, 한 걸음 옮겨서 왔지요.."

도심의 한 가운데인데도 공원과 숲과 빌딩들, Cemetery, 일반주택, 학교, 교회등이 참으로 사이좋게 배치되어 있어 야외와 도심의 구분이 되지않는다.  
작은것부터 서로 나누고 배려하는 그런 인프라, 도시계획이다.
푸르른 신록과 싱그러움, 온갖 봄꽃들이 향기를 뿜어내는 이렇게 좋은 봄 날 !

//숲은 온통 초록의 잔치다./ 땅에서 올라오는 풀들의 초록/ 나무들의 초록/ 내 마음의 초록/ 그래서, 기도도 내내 초록입니다 // (해인수녀)

자, 이제 시작.  마음으로의 간절한 기도부터 바친다. 최고가아닌 최선을 하도록 도와 주시길 빈다....
옆에 같이 보폭을 맟추기로 한 한상도 사무엘 (가마동총무님), 홍순완 비오형제님,
이수일 마루치아노 (가마동 부총무님) 우리 셋이선 서로 배신하지말고 끝가지 함께 하자고 누누히 다짐했던 사이다.  
함께 기도를  시작한다.    시작성가로 모짜르트를 고른다.

210번 '나의 생명 드리리' (기쁜 마음으로) // 나의 생명 드리니 /주여 받아 주시여 /감사하는
맘으로 /찬미하게 하소서.........//

"더 천천히/  더 낮게/ 더 가까이"  시카고-가마동 슬로건대로 하자고 다짐한다.
마음도 비우고 머릿속도 비우고, 새털처럼 사뿐 사뿐히 걷 듯이 달리고, 달리듯 걷자.
공작의 깃털 뽐내듯 당당하게, 우아하게, 씩씩하게-  가마동 죠끼 속 파우어 젤을 확인한다.   
믿는 구석이라곤 네 놈과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그리고 영혼의 양식을 넉넉히 채워주실 배둘래햄 울 지도신부님(차호찬 시메온)밖에 없다.

 처음 3마일은  Warming up,  5마일 가면 그땐 옛 스쳐간 여인들과의 추억 회상, 10마일 부터는 성가도 몇 곡조,   묵주기도 ...그리고 Cheer Up 을 위해 아바... 보아, 소방차,꿍따리 싸바라......  
5월 성모님 성월 기도도 드리고,

15마일 부터는 지난 삶도 돌아 보고, 그 다음엔... 이판사판... 정신이 있을때와 아닐때에  따라 비장의 카드를 傳家의 寶刀처럼 차레차레 꺼내보도록 한다.

후미그룹 100여명이 꾸물꾸물 삼삼오오 달리면서 보니 그 모습이 각양각색이다.
검은머리,노랑,빨강,핑크,파랑머리..빡빡이.. 흰둥이,노랑이,검둥이... 생김새도 네모, 세모,  역삼각.. 
어네스트 보그나인 같은 영감태기는 배를 안고서.. 휴 그랜트 같은 멋진 녀석도,   얼짱, 몸짱 젊은이들, 수 많은 꽃남들, 소녀시대같은 틴 에이저들....여자 달림이들의 공통점은 우선 초 비키니 스타일의 런닝복이라, 
대부분 뒷태가 아슬아슬하다.
그 중 낮익은 여자가 보인다. 메주머리를 한 여자...그 녀 닮았다.  앗 ! 영국의 '수잔 보일'
1억명 이상이 동영상 조회로 최근 인기를 모았던 47세 노처녀의 볶은 머리.
 
이제 시작인데도  숨이 꼴깍꼴깍하는 것같아 나도 힘이 든다.  아마 5마일 선수 ?  잠시후 이 아줌마는 캐터필러   풀린 탱크처럼, 저만치 그렇게 다시 여유롭게 달아나고 있다.  I dreamed the Dream.
아직까지 키스 한번도 못 해봤다는 그녀가 갑자기 불쌍한 생각이 든다

설계도 5:40 목표 나누기 26.1 마일 = 13분/마일이란 계산이다. 그러나, 처음 3마일은 15분대로 가자.  봄날 하늘의 흰구름, 새소리, 온갖 꽃들과도 반가이 인사 나누면서... 그렇게 그렇게 봄 소풍을 떠난다. 평소에 좋아하던 단어들을 떠 올린다. (시간 죽이기에 안성맞춤)

겸손한 마음, 아름다운 마음, 기쁜 마음, 감사하는 마음,
기도하는 마음 안에  하늘, 해, 달, 별,구름, 바람, 물소리,  새소리, 다람쥐,토끼, 꽃나비 벌, 꽃향기, 구비구비 시냇물,강물....

//강과 산, 바람과 달은/ 주인이 따로 없다/ 욕심없는 맑고 향기로운 사람이면/
사랑으로 안을,열린 가슴이면/ 누구나 江山風月의 주인노릇을 할수있다// (법정 스님)

                          "향기로운 마음"

향기로운 마음은 남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입니다.
나비에게....벌에게..... 바람에게
자기의 달콤함을 내어 주는 꽃처럼
소중함을, 아름다움을 베푸는 마음입니다. (읽은 글 중에서)


2마일을  지나며... 다운타운을 벗어나니 바로 주택가로 접어든다.
북으로 완만한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된다.  속도를 늦추니 그런대로 오케이....
연도엔 남녀노소 주민과 선수가족, 강아지도 데리고,  의자 들고 나와 동네 축제를 즐기며 응원도 하고,기쁜마음으로 함께 하는것 같다.
뿔피리, 딸랑이소리, 여러 격려의 말이 들린다. 
Good Job! Guys.... Keep going Great !You doing Great speed !
앞에도, 옆에도, 뒤에도 드문드문 달림이들이 일정한 속도로 전진, 웜업이 되었는지 대부분이 속도가 붙는다. 

주로변의 크고 작은 공원과 골프클럽 등지엔 온통 민들레 천지다.  
벚꽃과 관상용 과실수류의 가로수 꽃들의 화려함이 사라질 즈음, 가장 낮은 땅에 가장 고요하게 꽃을 피워낸다.
키 작음과 조용함과 자리를 가리지 않는 가난함에 마음이 간다.  사람들 오가는 길가나 담장 시멘트 틈새에서 피어나는 꽃은 이렇게 말 하는것같다. 그것도웃음으로... " 포기 하지 마" 나를 보라고 !  살아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아름다운 것이야....
민들레 꽃은 뭉뚝뭉뚝 그렇게 물감을 짜 놓은듯 진 노랑이다.

달리는 중, 왠지 고독이 엄습할때 쓸 카드를 꺼낸다. 옆의 사무엘, 마루치아노 형제와는 한발자욱도 차이를 두지 않고 착착 착착 신발소리로 합창한다.  아직 모두가 쌩쌩하다. 
난 몰래 머릿속에 지나간, 스쳐간 여인들을 하나 하나  끄집어 낸다. 들키지 않게...

- 여름방학때 시골 내려가 물레방아간에서의 두근두근,서먹서먹.. (중학생이라 몰라서..)
- 모닥불 피워 놓고...조개 껍질 묶어.. 그녀의 목에 걸고.. 나팔바지에 빵집을 누비던..(고딩 때 )
- 창경원 밤 벗꽃놀이, 보트 놀이..
- 르네쌍스, 세시봉, 디쉐네 음악감상실에 종일 죽치면서... 트위스트 추면서...
- 기차타고 경춘선, 동해안,  오색약수, 십이선녀탕, 공룡능선, 백담계곡, 대청봉에서 폭설에..   
  
장소와 여인들은 달라도......     순간 순간을 떠 올리며 혼자 피시시 웃음을 날린다.

훗 날, 한 정숙하고, 말수없고, 잔잔한 여인은 내가 처논 덫에 걸리고 만다.

옆의 두 형제는 내 삼삼한 추억여행을 모르는 채, 아주 겸손한 자세로 속도를 유지한다.
 서서히 다리에 힘이 빠지는것 같다.  벌써 이러면 안되는데... 숨은 기차 화통 삶아 먹은듯 헥헥거린다.

" 다음은 음악문제 입니다"  당시 인기 프로그램(KBS) 이었던 전국 고등학교 대항 라디오 게임 (지금의 골든벨 ) 1962년 KBS 라디오 공개홀, 박종세 아나운서가 문제를 냈다.

딴따단....  경쾌한 선뉼이 흐름과 동시에 삐익... 내 손이 용수철처럼 부저를 누른다.
" Suppe 의 '경기병 서곡' 입니다" .........................정답이었다. (상대 여학교는 탈락했다)
이후 이곡은 나의 수호천사의 손길이 되었고,  온 몸에 힘이 빠졌을 때, 용기가 없을때, 자신 없을때, 실연에 아파 했을 때에도 어김없이 나를 일으켜 주었다.
그리고 가마동의 타이틀곡으로 자리매김 한다.
라디오 퀴즈대항전 이후 반짝이지만 안국동 로타리주변 여학생들로부터 제법 인기 끌었던
추억들.....  그 시절엔 기생 오래비같은 신성일이나, 나같은 청순 가련형이 제법 인기였다.

그 땐, 그랬다...
 
원애또래는 모른다. 
 
병록, 승진, 창선, 수길이 오빠에게 물어보면 안다.


8마일 쯤 온 것같다.  머리가 맑아지고 숨 쉬기도 편하다.  그러니 눈에 사물이 또렷히 보인다.
노르딕 스키 폼 같이 우리 셋은 묵묵히, 낮은 자세로 편안한 여행을 한다. 행복하기만 하다.
친구의 충고가 생각난다..
'각방후 완주/ 완주후 합방' 의 원칙만은 철저히 지키라는.

여기저기 생명의 신비인 꽃들이 피고있다.  자연이 無償으로 주는 은혜다.
 
꽃 향기는 코가 아니라 귀로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도  한다.
꽃이 사람들 눈에 띄는곳에 있는것은 묵묵히 피고 지는 우주의 신비와 조화를 보고, 배우라는 뜻 일수도 있다 (법정 스님)
또한, 나무란 온전히 주기만 한다. 오직 자연의 섭리만으로 키 크고, 꽃 피고, 열매 맺어 주고, 낙엽을 썩혀 또 스스로 자라고,... 평생 그렇게 살다가 죽어서도 생활용품으로 다시 태어나 ,마지막까지 인간에게 保施한다 . 
나무는 그래서,  내 마음의 부처님이다.

사실, 난 오래 전에 울트라를 한번 완주경험했다.
1.4 후퇴때 우리식구 7명은 남으로 남으로 향했다.  안양, 수원, 대전, 천안...의 생사를 건   울트라코스를 난 그 나이에 배번없이 완주했다.   늘 선두그릅이었다 한다.   그 훌륭한 페메가,, 인생의 진정한 페이스메이커가 내 가족, 수 많은 피난민 이었다는 것을....    나는 그저 강아지처럼 졸졸.. 졸랑 졸랑 따라만 갔을 뿐이란 것을 안 것은 한참 후 철이 든때였다.

지난 5월 3일,  윗 동네 Libertyville Trail Marathon 구경갔다가 덜컥 등록한다.
'뻐꾸기'라도 한번 하라고 한 말 듣고..  난 소쩍새가 된다. 온통 초록의 바다이고 이곳에도노란민들레 영토다.   
구비구비 호수따라 언덕엔 산새들이 노래한다.
생애 첫 1/2 마라톤 완주 (2:17)    풀 마라톤 향해가는 길목에서 얻은 값진  LSD 이다. 
이날 가마동 죠끼는 넷 (토마스모어, 마루치아노, 글라라 자매 등)이었다. 그러나 수 많은 달림이,가족과 이름모를 산 새들은 우릴 지켜보았다.

//산새들의 울음소리/ 시냇물 소리/ 바람이 연주하는/ 나뭇잎, 풀잎 소리/ 이대로 드러누워/ 나무가 될래요/ 바람이 될래요/ 새 가 될래요// (동자승 원성)



더 천천히/ 더 낮게/  더 가까이... 시카고-가마동의 슬로건이다.

천천히 커피 마시며, 천천히 밥을 먹고, 천천히 생각하고, 천천히 차를 몰고, 천천히 달리고..
그러나 천천함도 지나치지 않게....  배 고프면 파워 바, 바나나 먹고, 힘 들면 걷고, 또 달리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달린다. 
싫증도, 짜증도 내지 않고, 온갖 폼 잡지 않고, 소질 없으면 없는대로 멋 부리려 하지 않고....
어정쩡한 달리기라도 한 걸은, 한걸음, 소박하고 겸손되이 마음을 비운 달리기를 한다.


나는 지금 타고있는 차가 좋다.  여러 종류의 것 타 봤지만 지금 의 愛馬가 맘에 든다.
물론 이 버스는 천천히.  더 천천히... 애마는 더 부드럽게 사랑하는 여인처럼 다뤄야한다..

Yellow Bus 의 Driver 는 유니폼의 색상이 친근하다.
일 하면서 가끔 바꿔 입을땐   반드시   한두명이 등판 한글(달려라 ! 기쁜소식은 전하는 사람들!)을 읽으며 손 짓한다. 깜짝 놀랜다.
5살 전후의 녀석들도 집안에서 한글을 읽히고 있어 흐뭇하고 감사하다.  옆 아이에게 또   영어로 통역도 해 준다. 
재잘재잘 시끄럽게 떠들땐 귀가 따갑지만,  하루 두차레 얘들과의  전쟁이 마냥 즐겁다.  신선한 즐거움에 산다. 
이 꼬마들은 내 스승이기도 하다.  녀석들은 아직 거짓말을 모른다. 참말만 안다.

큰 바보 김추기경님은 두 가지 말을 잘 하셨다 한다.  영어, 일어, 독어,라틴어?
여러 신부와 수녀들이 답을 댓지만 모두 '노'라고 하셨다. 정답을 청하자 말씀하신다.
하나는 '거짓말' 또 하나는 '참말' 이라고.................
그 분 말씀 중에 내겐 또 하나의 말씀이 박혀있다.

//가슴으로 하는 사랑은 향기가 있고/  입과 머리로 하는 사랑은 향기가 없다/
 
진정한 사랑은

  이해,관용, 포용, 동화, 자기낮춤이 선행된다/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 오는데 칠십년이 걸렸다//


15마일....이제 반은 해냈다. 서서히 힘에 부친다는 공포에 싸인다. 그런데 시야가 트인다. 저 멀리 다운타운 고층 빌딩이 보인다. 앞으로 내리막만 있다.  그런데 Rockford State Park입구로
주로를  안내한다. 요리조리 달리자니    웬 골프장을 통과한다., 왼편에서 어떤사람이 티샷을 준비중이다.
오리궁둥이 처럼 내밀고 어드레스해야 하는데 그 친구 꼭 야구방망이 잡듯 한다. 보나마나 쪼로....날 폼이다.
우측으로 크게 돌아가니 시야가 더욱 트인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마지막 장면을 연상하면 된다.

난 급하거나 힘 들땐 엄마, 엄마 하고  엄마를 부르곤 한다.
지금도 힘들어서 엄마를 속으로, 속으로만 부르고 있다

5월엔 어버이 날을 잊을 수 없다.   어느 분은 /신은 모든 곳에 계실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드셨다/ 했고.......... // 나는 세계에서 제일 좋은 신학교에서 공부했다.
그곳은 바로
엄마 품이다// (선다 싱 )

초등학교 들어 가서도 난 엄마무릎을 베고 잠 들곤했다.     콩나물 비린내가 엄마냄새라고 나는 한동안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도 콩나물은 나의 엄마다.

그때까지도, 때때로 이부자리 요에다 '호주지도'를 그려 엄마를 더 속 썩혔었다.
겨우 환갑지나고 황급히 歸天하신 엄마 ! 지금의 나를 내려다 보시곤 얼마나 안쓰러워 하실까.

엄마가 내게 하시는 말씀이 지금 또렷히 들린다. 
 //얘야 !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를 내어라.
   난 절대로 너를 놓지 않는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내 사람이기때문이다.//
언젠가 닭 한마리에 삼형제가 싸우던 뒤안길에 눈물을 찍어내던 엄마의 모습을 난 잊지 못한다.  
엄마가 보고싶다.  오 ! 사랑하올    원유희 마리아 !!!

해외 첫근무발령이  났을때  엄마는 소리없이 미소지으셨다.  바로 '호주' 였다.


20마일이 가까워 온다. 아직도 완만한 내리막 이거니 평지다.   정신을 차리고 두 다리에 힘을 주며 달린다. 
마일 당 13분 정도로.. 괜찮은 속도다. 20마일 Lap 4:10이 찍힌다. 휘니시 라인을 넘어도 힘이 남아있어 한다는 선배의 말이 이해될듯도 하다. 동편으로 다리를 건너니 Rock River가  참으로 아름답다 .
이제 남으로 6마일... 강변 주로로 달리니 몸은 천근만근이라도 마음은 가볍다.
한강의 반도 안되는강폭이지만 다른 점이 많다.  지금 여기는,  강변은 녹색의 수풀이거나, 아니면  일반소유 주택의 잔디마당이 바로 붙어있어 여름엔 멱 감으러 바로 다이빙도 한다. 집집마마 보트한척씩 매 달아놓고 있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같다. 
사이사이엔 벤치, 바비큐 테이블이 차근차근 놓여있어 동네 주민이 강아지와 함께 주말의 오후를 즐긴다.
 
지금쯤  한강, 중랑천 바로 옆엔 무었이 붙어 있는지, 개인주택등이 줄줄이 이어 있는지, 아닌지.... 가서  보고싶다..

5월은 성모 성월이라고 마눌님은 성모님像을 그리고, 나는 그 밑에 다음과 같이 글을 썼다.

// 오 ! 마리아/ 자비의 어머니 ! / 우리 모두를 보살피소서/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헛 되지 않게/ 죄에 눈 멀지 않게 하소서/ 인간이 '한 없이 자비로우신' 하느님께/ 더욱 희망을 걸게 하소서/
하느님께서 마련하신대로, 자유로이 선한 생활을 하도록/ 그리하여 "하느님의 영광을 찬양하는" 일생을 살게 하소서..... (교황 바오로 2세의 '진리의 광채' 중에서 옮김.)

미국 은퇴자들의 실버직업은 다양하다.
황혼열차 기다리는 쉰세대들도 마지막 Job이 아닌,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파트타임으로.
서울에 있는 몇 친구에겐 '기름 밥 먹는다' 하고 말하지만, 대다수에겐  그냥 '교육계에 몸 담고있다' 고 한다. 
내 직장 동료는 한국전, 월남전 참전용사가 많고, 나이도 내 군번은 한참 아래다. 애 셋딸린 아줌마도 애들을 태우고 공무를 수행한다.  은퇴한 전직 고위공무원, 교수, 은행장, 선생, 노동자 등 각양각색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메느리 밥보다 낫다' 가 대부분이다.
고등학교부터 유치원까지 학생들 등,하교 책임지고, 주말이나 방과후엔 운동등 각종 활동으로  엘로우 버스를 전세내어 이용한다.   지난 주말엔 동네 Stevenson고등학교 야구 2개팀 (학년별 )을 태우고 시골학교로 원정경기   (년중 리그전)에 다녀왔다.   시골고등학교에도  축구장, 야구장(야간조명)이 각각 4개 이상  갖춰져 있어 놀랬다.  
옛날 미니 태능 훈련장같다.  나도 옛 서울에서 초등학교때부터 시작해 직장야구리그에서도 플레이(주전자 멤버) 하였으니 일도 하고 게임도 즐긴다. 꿩 먹고 알먹고..
매 주말 봉황기 야구 리그를 공짜로 구경한다. (나는 삼미수퍼스타즈의 팬 이었다)

23마일이 가까운데....두 다리가 휘청휘청댄다. 티눈 발바닥도 아프고, 발톱도 아프고,    아랫배가 살살 아파온다.
사촌이 땅을 샀나 .. 그런데도 解憂所( 뒷간)갈 일은 아니고.. 그런데..  갑자기 쌍방울이 거추장스럽게 느낀다, 
덜렁 덜렁...이리저리..... 허리춤에서 파워 바 반개를 꺼내 씹는다. 마지막 힘, 힘을 외치며..먹고 죽은 귀신 때깔도 좋다하니........  다시 한번 온  정신을 가다듬고 화이팅 외친다.
헤르만 헷쎄의 '봄 날' 을  읊조린다.
// 숲 속엔 바람이, 새들의 노랫소리/ 높푸른 상쾌한 하늘위엔/배 처럼 조용히 미끙어지는 장려한 구름..../ 나는 한 금발의 여인을 꿈 꾼다////  저 높고 푸른 넓은 하늘은/ 내 그리움의 요람/
그 속에 나는 조용히 생각에 잠겨/// 행복하게 따스히 누워/ 나직한 콧노래를 부른다/ 어머니 품에 안긴/ 어린애 처럼/

이제 본격적으로 다운타운으로 접어든다. 이제부터 정신 바짝차린다. Jefferson , Auburn, Kilburn, Whitman Street, Church, Riverside, Charles Street등 으로 이어지는 거리, 일반주택과  업무용빌딩이 사이좋게 공존하는 사이사이로  학교, 은행, 교회, 세메타리, 보험회사, 야구장, 축구장,BMX Track , 옥수수밭, 복숭아밭,등이 있는 평범한 주로를 나는 보무도 당당히 달린다. 

지금 명동거리의 빌딩 사이사이엔 오래된 개인주택이 존재해 있는지, 아닌지 생각하며 머리를 갸우뚱 해본다.


삶이란 무엇인가 ?  이민 보따리 싸고 15년.  이렇게 좋은 봄날에,  고향산천에서이라면, 황토 흙냄새,흠뻑 마시고, 그곳에서 자란 냉이, 달래, 미나리, 쑥국, 두릅, 돗나물 무침......고향의 정취를      물씬 만끽하련만....옮긴다고 뿌리가 잊히겠는가 .. 같이 멱 감고, 딩굴고, 싸우던 어릴적 친구들이 그립다.
한량이었던 아버지, 그리고 숫 덩이 가슴안고 돌아가신 어머니... 그런데 나는 몇점짜리 자식이었고, 애비이고 지아비인가 ?    훌쩍 지나간 세월을 돌아보니 휑하니 그자리가 황량하기 그지없다.   삶은 게란인가?


24마일.쯤....   이제 다 와 가는데...  다리에 쥐가 날것 같아 달리기를 멈추고, 노르딕 스키선수가 된다... 무릎도 정상이 아니다.
정신이 몽롱 해 진다.  넙적다리가 무너져 내릴것 같이 흐느적 거린다, 지게 작대기같이 뻣뻣하다. 두 팔로 제 각각 불규칙적으로 춤 추고 허우적.... 숨 쉬는 박자도 리듬도 엉망..
지금 나는 뙤약 볕 마른땅에 내 던져진 한마리의 물고기입니다. 아.... 가도가도 끝 없는 길,......
남도길, 황토길, 마라톤길..소록도 가는 길, 삼포 가는 길.......(황석영 글... 기억에...)

"장벽에는 다 이유가 있다. 장벽이 거기 서 있는것은 가로 막기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은 우리가 얼마나 간절히 원했는지 보여 줄 기회를 얻기위해 거기 서 있는것이다."(장벽을 절실하게 원하지 않는사람들을 걸러 내려고 존재한다)--..랜디 포시, 카네기 멜론대학의 '마지막 강의' 중에서.

이제 잠시후  State Street 에서 우회전하면 큰 다리가 기다린다. 다리 끝이  Finish Line 이 있단다.
연도의 시민들이 뜨겁게 응원한다. 나도 가볍게 미소지으며 두 팔을 흔들며 답례한다. 
이 사람들은 꼴지들에게 더 열광적으로 박수를 쳐 주는데...... 도저히 난 이해가 가지않는다.   
저만치 마눌님이 보인다. 강우식, 쟌윤 선배도 마중을 나왔다.   힘이 난다. 
얼마 안 남았단다. 귀가 번쩍,  시에미 죽었다는 소리보다 반갑다..   
힘이 넘치는 체 당당한 자세를 보이도록 애쓴다. 
옛날 돌팔이 점쟁이가 그랬다.   넝쿨채로 들어 온 호박이라고..  그러나 살다보니... 가끔 입이 오리 주둥이 만큼 나올땐 무섭다.   하루만 같이 살아보면  다 안다.
열 받으시면,   좁쌀, 쫀쫀.. 주변머리, 밴댕이 소갈머리....  이런정도는 차치하고라도, 사내애 셋 키우다보니 악만 남았다고 펄펄 뛰실땐 살며시 꼬리를 내려야만 한다.  점입가경..

골프 공 놓고 내 머리통이라 생각하고 샷 !  하면 '오잘공' (빨랫줄 같은 장타 )은 보장한다는 이론이다.
유일한, 그러나 좀 독한 그 녀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며칠전 부터 첫 머리 얹으러 간다고 고기 좀  먹자고 했더니... ....무슨 과거보러 ,벼슬이나 하러 가는것 처럼 유난을 떤다고...
어련히 알아서 Carbo..Loading 해 주는데..(중략)그래도, 다시 결혼 한다면?... 남들이 물을 땐 다시 나에게 시집 온단다. 
그동안 길 들여 놓은게 너무나 아까워서 남 주긴 싫단다.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  - 톨스토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함께 있는 사람
이고/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것 ! /

멀리 휘니시 라인 배너가 보인다. 어휴... 소리를 내며 마지막 힘을 낸다.
 Finish Line 을 난생 처음으로, 내 두다리로 최초로 건넌다.   마라톤도 결국 "끝"이 있었다.

육십 몇년하고  5:39:26 으로,  
드디어 건넜다는 사실이 기쁘다........
(그 분은, 사랑이 가슴으로 내려오는데 칠십년이 걸렸다 하셨다.)
아내와 힘껏 얼싸 않는다.  뽀뽀를 한다. 
다리가 긴장이 풀려 김 빠진 풍선처럼 스르르  주저 앉는다. 
가마동 형제, 자매와 포옹한다.
모든 30여 한인, 미국인 달림이들과 악수를 나누고, 서로 서로 사랑의 인사 나누며 칭찬한다.

마라톤은 실은 내겐 "말아톤"이다.  나는  영혼의 장애가 있다,   
말아톤은 바로  "겸손이었다. 사랑이었다" 
비스듬히 初夏의 태양이 중천에서 이글거린다.
뜬 구름, 뭉게 구름도 흐르고, 다리아래  Rock River 의 강물도 흐르고, 내 사랑도 이렇게 흐른다.

곽인근 (다니엘, 시카고 가톨릭마라톤동호회 회원)

P.S : 우려했던  닭장차는 끝내 보이지 않는다.   마라톤에도  '끝' 이 있는것
      을    보았다.
      과거에 낙방치 않은것은 '가문의 영광'이다.  사진은 남이 찍었기에 기회될
      때 올릴예정...

<< 손 길 >>
//나의 작고 서툰 손 길/ 그러나 머나먼 곳까지 흘러 가고/ 내 뜻대로 한 줄 알았던 손 길/ 그 뒤엔 그 분의 손 길이 계시고/ 그 분이 뜻 하실때까지/ 내 손길이 멈추지 않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바로 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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