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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꼬맹이 시절, 어느 날 어머니가 십자고상을
보라색 천으로 덮고 계시는 것을 보았다.
성당의 십자고상도 그렇게 되어 있었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나쁜 순사들이 예수님을 잡아가려
해서 숨어 계시라고 가려 두는 거다!” 하셨다.
지금 가만히 돌아보니, 십자가를 성당 밖으로 내가거나 천으로 가리는
‘주님 만찬 성목요일’이었던가 보다.
이 사순 시기에는 제대의 장식도 없고 성가도 침울하여 상갓집 분위기 같다.
사순 시기는 자신의 신앙생활에 밑줄을 긋고 주목하라는 시기다.
근신하는 일상, 죄의식과 죽음에 대한 성찰과 묵상,
타인의 아픔과 불행에 대한 관심과 애긍, 절제와 희생, 단식,
극기 등을 통한 신앙 수행의 기간이다.
기도, 자선, 단식은 자신의 신앙생활에 대한
진지성을 묻고 결함을 채우고자 하는 수행이다.
그러나 신앙생활의 목적은 현실과 미래,
개인과 사회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자 함에 있다.
따라서 지금 행복하고 만족하다면 신앙생활의 목적성이
어느 정도 실현된 상태가 되니 일부러 단식하고 슬퍼할 이유는 없다.
누구나 행복한 순간은 있다. 그런데 그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식사할 때 행복하다고 계속 먹을 수도 없고,
종일 잘 수도 없으며, 성체 조배만 계속할 수도 없다.
노동도 해야 하고 다른 일정도 필요하다.
‘나는 어느 때 행복감이 컸던가?’를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힘든 일을 하거나 고심하는 순간에도 다가오고 있는
행복한 시간이 있다면 지금의 나를 신명 나게 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행복감을 느낄 때 기뻐하자.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은 행복할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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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매일 미사-
♬ 그대가 곁에 있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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