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머리에...
생명과학은 비교적 최근에 발달한 학문으로, 그 학문의 특성상 한계를 모르는 급진적인 발전의 가능성을 보여 주면서 동시에 매우 복잡한 문제까지도 드러내고 있다.
생명과학은 문자 그대로 인간의 삶과 죽음 사이에서 펼쳐지는 생명과 건강에 관련된 모든 분야에 관심을 갖는 기초 과학이지만 이 분야는 단순히 생명과학의 전문가들만 관심을 가지는 분야는 아니다.
적어도 인간의 삶과 죽음, 생명과 건강에 직간접으로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명과학의 발전에 결코 방관자일 수 없을 것이고 더구나 이 분야가 가지는 특성상 이 학문과 관련된 윤리적 문제들은 생명과학의 불균형적인 발전에 제동을 거는 구실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 분야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관심은 일차적으로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관련된다.
현대 사회가 겪는 중대한 위기 가운데 하나가 인간 생명에 대한 위협이라고 진단하는 가톨릭 교회는 현대 사회의 윤리적 토양이 이미 죽음의 문화로 정의되는 도덕적 불확실성의 문화 위에 뿌리내리면서 현대인들은 진리이신 하느님을 잃어 가고 있음을 심각하게 직시한다.
현대인의 하느님 상실은 곧 하느님 의식, 인간 의식의 실종이며,, 이는 곧바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지적하는 것처럼 현대 사회를 실천적 유물론이라는 또 다른 형태의 무신론의 지배에 놓이게 만들고 만 것이다.
이처럼 가톨릭 교회의 생명과학에 대한 현실 인식은 그리 밝은 것만은 아니다.
개인주의, 실용주의, 쾌락주의가 인간 삶을 지배하는 구조는 인간의 생명까지도 단순히 쾌락, 유용적인 차원에서만 의미 있는 것을로 치부하게 되고, 결국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거스르는 실제적인 죄의 구조륵 만들어 내고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톨릭 교회는 생명과학 분야에서 급속히 발전되고 있는 몇몇 내용에서도 실제로 죄의 구조가 작용하고 있음을 보면서 염려한다.
과학 기술이 오늘날 인간에게 풍요로움을 제공하였지만 동시에 도덕적 불확실성 속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여러 음모들과 마주 하게 된 것이다.
생명과학의 분야에서 인간은 놀라운 진보를 이룩하면서 삶의 질(質)을 획기적으로 높여 가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 인간은 이제 자신을 신화(神化)하여 생명까지도 계획,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하면서 스스로를 세계의 절대 규범인 양 여기는 착각에 빠져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의 위대함은 한계를 지닌 존재로서의 인간 비참함이 함께 고려될 때 그 참된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는 사실이 반드시 함께 기억되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그 제목이 우리에게 시사해 주는 것처럼 생명과학 분야에서 다루어지는 인간 생명에 다양한 기술공학적 조작들에 대해 가톨릭 교회의 윤리는 어떠한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는가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곧 인간 생명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교회의 윤리적 접근은 무엇보다도 존재론적인 차원이 기초하고 있고, 따라서 생명공학 분야에서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는 인간 생명에 대한 기술적 및 상업적 접근이라든가 물질적 사고 방식을 늘 경계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은 결코 훼손될 수 없는 가장 큰 관심 일 수 밖에 없다는 커다란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은 가톨릭대학교출판부가 2002년 가을과 겨울, 두 차례에 걸쳐 발행한 계간지 『 가톨릭 신학과 사상』에 특집으로 기획되었던 "생명공학 시대의 가톨릭 윤리"에 실렸던 논문들을 중심으로 편집되었다.
잡지에는 모두 여덟 편의 논문이 실렸지만 그 논문들로는 우리 사회의 생명공학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다양한 내용들을 모두 담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부족한 내용들은 추가하여 집필하는 방법으로 책을 편집하였다.
모두 18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에서 제7장 『 인간 배아 줄기 세포의 생산과 과학적. 치료적 활용 』 과 제15장 『 이종이식의 전망』은 교황청 생명학술원이 발표한 문헌으로서 이 책의 구성을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내용이라 사료되기에, 이 책에 싣기로 결정하였고, 이에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의 사무총장이신 송열섭 신부님께서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이 지면을 빌려 신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끝으로 이 책의 출판을 위해서 모든 수고를 아끼지 않은 가톨릭대학교출판부 관계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2004년 2월
혜화동 낙산에서
이동익 신부
* 이 책의 내용들 중에서 도움되는 글을 한 편씩 올려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