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일 권 제 십 팔 장
하느님, 내가 이렇게 허영에 들뜨고, 당신한테선 멀어진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내 앞에 본보기로 내세워진 사람들은 그 소행이 나쁘지 않더라도 이를 어색한 말씨나 문법에 틀리게 표현하면 트집이 잡히어 부끄러워하고, 자기에 육욕이라도 알맞추 깔축없는 말로 곱고 구수하게 서술하기만 하면 치하를 받고 좋아하는 그때가 아니었나이까.
주여, 당신은 이런 일을 보시고도 “참음 길으시고, 자비 많으시고 진실되시사”(시편 85,15) 잠자코 계시나이다. 항상 침묵만 지키시려나이까? 지금도 당장 이 무서운 심연 속에서 당신을 찾고, 당신 복락을 목말라하는 영혼을 건져주시나이다. 그의 마음이 당신께 아뢰되 “당신 얼굴을 찾았나이다. 주여, 당신 얼굴을 찾으리이다”(시편 26,8).
당신 얼굴에서 멀리 있음이 곧 캄캄한 욕정 속에 있음이니이다.
당신을 떠나감도 당신께로 돌아옴도 발걸음이나 곳의 거리로 하지 않는 것 – 떠나는 자식에게 사랑으로 주시더니, 없이 돌아온 그에게 사랑을 더욱 하신 아버지여, 그 당신의 작은아들이 먼 고장으로 가서 당신이 주신 재물을 탕진하였을 제, 말이나 수레나 배를 구했나이까. 보이는 날개로 훨훨 날았나이까. 뒤꿈치를 움직여서 길을 갔더이까.
그러기 욕정 속에 있음이 곧 캄캄함이요, 곧 당신 얼굴에서 멀음이로소이다.
보소서 내 주 천주여, 언제나 그러시듯 참고 보아주소서. 사람의 종락이란 말을 쓰던 먼젓 사람들에게서 받은 문장이나 철자법을 지키기에 얼마나 열을 내며 당신한테 받은 삶의 영원한 법칙은 얼마나 가벼이 여기는지!
옛 발음법을 지키고 가르치는 자가 혹시 문법의 규정을 어기고, “HOMO”의 첫음절을 닿소리로 내지 않았을 경우, 이건 사람이면서 사람을 미워한 당신 계명을 어긴 짓보다 훨씬 더 사람들에게 불쾌하다는 것입니다. (역주: 기식음 H를 귀에 마찰이 들리게 발음하지 않음을 큰 잘못으로 간주한다는 것.)
마치 그것은 어느 원수를 자신이 그에게 품고 있는 앙심보다 더 해롭게 보거나, 앙갚음을 함으로 자신의 마음을 괴롭히는 것보다 남 괴롭히는 편이 더 심한 줄로 아는 것과 같사옵니다.
사실 문학의 지식이란 스스로 당하기 싫은 것을 남에게 하지 말라고 적혀진 양심보다 더 그윽하지 못한 것입니다.
홀로 크옵신 하느님이여, 아득히 높은 곳에 잠잠히 계시면서 당신은 얼마나 그윽하시옵니까. 당신은 휘지 않는 법으로 벌스런 눈 멀음을 사사스런 욕정 위에 뿌리시나니 웅변의 명성을 추구하는 인간이 인간 재판관 앞에서 인간의 무리가 들어선 자리에서 냉엄한 미움으로 자기의 원수를 공격할 때, 그는 혀의 실수로 “inter hominibus”(사람들로 가운데)라 할까 봐 조심조심하면서도 정작 흥분된 마음 때문에 “ex hominibus”(인간들한테서) 인간을 따돌릴까 봐 조심은 도무지 하지 않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