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록> 제일권 제십칠장

2005. 8. 8. 오후 2:37:31

글자

제 일 권  제 십 칠 장

 

내 천주여, 당신의 선물인 내 재주에 대하여 이것을 얼마나 허랑하게 소비했는지 조금 아뢰게 버려두소서. 한 가지 마음 떨리는 일, 칭찬의 상, 그리고 망신 아니면 매질의 무서움이 있삽기에 이 내게 주어졌습니다. ‘떼우첼’(: 뜨로야)의 임금을 이딸리아에서 쫓아낼 수 없어서 분통 터지고 슬퍼하는 유노의 말을 하라는 것이었는데, 유노가 그런 말을 했다고는 듣느니 처음이었던 것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갈팡질팡하는 시적 공상의 자취를 따라야 했고, 시인이 운문으로 엮은 것을 산문으로 그럴싸하게 꾸며야 했습니다. 그리고 등장 인물의 지위에 비추어 분노와 애수의 감정이 뜻을 알맞게 장식하는 언사로 도드라지면 그럴수록 더욱 기림을 받는 것이었습니다.

 

, 참 목숨 내 천주시여, 그게 무엇이더니이까? 내 또래 동급생들을 젖혀놓고 내가 열변을 토했대서 박수갈채를 받았다는 것이 도대체 무엇입니까? 그게 모두 연기요 바람이 아닙더이까? 그렇게도 내 재주, 내 혀를 쓸 자리가 또 없더이까?

 

주여, 당신을 기림, 당신을 기림이 당신 글(성서)을 통하여 내 마음 덩굴이 열렸던들 어이없는 허탕질로 새들(역주: 악마들. 마태 13,4 참조)의 더러운 밥이 되어 쪼어먹히지 않았으로리다. 실로 반역한 천사들에게 희생되는 길이 하나만이 아니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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