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앙가르스크에서

2005. 7. 31. 오후 4:56:29

글자

2005년 7월에


오랫동안 소식 드리지 못했습니다.


바쁘게 지낸 한 달이었고, 많은 일들이 있었던 한 달이었습니다.


우선 브리야트 공화국에 위치한 울란우데 본당에서 개최한 해변학교(?)가 바이칼


호수 중간에 위치한 “시비야또이에 노스(거룩한 코: 육지와 연결된 섬이 사람의


코의 형상을 닮았다 하여 붙여진 명칭” 라는 반도 형태의 섬을 바라보는 휴앙소


에서 있었습니다. 16명의 초 중고생들과 폴란드 수녀 셋 그리고 제가 함께 했습니


다. 참석한 아이들 모두 그 나이에 벌써 삶에 지치고 사랑에 굶주린 모습들이 한


없이 가슴을 저미게 했습니다. 최소 6살 짜리 소녀에서부터 15살까지 이르는 나이


의 학생들이 전형적인 러시아인-편모 혹은 편부 슬하에, 혹은 부모와의 사별 등등


의 험난한 삶을 이미 체험한 사랑이 필요한 아이들-들의 삶을 사는 이야기들을 눈


물 없이는 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아침 일찍 일어나 거룩한 바이칼


해변에 앉아 묵상 침묵기도를 바치는 일과를 시작으로, 가끔씩 저녁에는 디스코


파티와 게임 등으로 하루를 마무리 하였습니다. 매일 미사를 통하여 하느님의 말


씀을 영혼 깊숙이 묵상하면서 저를 비롯한 아이들 모두가, 하느님의 말씀으로 참


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 애썼습니다. 저도 학생 시절 매 여름 빠짐없이 산간


혹은 해변학교에 참석했었지만 그 어느 때 보다고 뜻 깊은 해변학교였습니다.


그리고 1년 2개월 전에 신청한 3년짜리 거주 등록을 받기 위하여 전임지였던 네륭


그리를 장장 46시간을 열차로 달렸습니다. 일주일을 기다리고 더 기다리고 그러나


결과는 역시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하자도 없는 서류에 최고 책임자가 아무 설명


없이 사인을 하지 않은 이유로 결국 3년짜리 거주등록 받는 일에 실패했습니다.


러시아에서 이런 모진 수난과 곤란을 겪어야 하는 외국인들의 눈물겨운 삶을 다


시 한 번 체험하였지요. 그리고 다시 돌아온 저는 그나마 아직 유효한 앙가르스크


에서의 6개월의 거주등록을 위하여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를 3일간 다녀왔습니다.

 



몽골? 왠 한인들이 그리 많은지… 현재 2천 명이 넘는 다는군요. 그 중 선교사들


이 6백 명이나 된 다는군요. 믿을 수 없는 숫자였습니다. 그것은 그렇고 또 다른


몽골인들의 삶을 역시 눈물 없이는 바라다 볼 수 없었답니다. 그래도 고무적인


일은 살레시안 소속의 이신부님 이하 다른 교구 신부님들의 열심한 선교활동의 모


습이 참으로 감동적이었습니다. 한마음 한몸 운동 본부 주최로 전국 각지에서 모


여든 뜻 깊은 젊은 봉사자들이 36명이나 그 황무지와 다를 바 없는 학교 건설 현


장에서 봉사 활동하는 모습 역시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아쉬웠지만 언제가 다시 방문하리라는 기약 없는 약속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다시


러시아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어제 이곳 현지 주교님을 만났고, 차기 저의 임지


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사할린 섬에 위치한 두 번째 도시 “홈스크”로 결정이 났습니다. 한 번 방문했던


기억이 있는 낯설지 않은 도시랍니다. 바닷가에 위치해 있는 조용하고 아담한 소


도시이지요. 그곳인 이제 제가 남은 힘을 다하여 복음을 전해야 하는 도시들이지


요. 어떤 도시이든 간에 제게는 무방하답니다. 선교사로서-복음과 사랑의 전달자


인-의 삶이란 어떤 공간 개념이나 범주 안에 정형화 시킬 수 없는 것이지요. 바람


이 부는 데로 아니 성령이 이끄시는 데로 그 곳에서 다시 시작하는 삶, 고단했던


어제의 기억들로부터 얻은 교훈들을 통하여 ‘지금 그리고 여기서’ 혼신의 힘을


다하는 삶, 신명 나게 행복하게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하는 삶이야 말로 최상이 삶


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임지로 언제 떠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시간 개념 조차 이곳을


살고 있는 저에게는 방해 요소일 수가 없습니다. 서둘 이유도 없고, 조바심 낼 이


유도 없고…… 때가 되면 모든 것이 하느님의 계획 안에서 순조롭게 진행 됨을 기


쁘게 믿을 뿐입니다.

 



오래 만에 소식을 전하다 보니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용서해 주십시오. 다음에는


좀더 자주 짧게 보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참 8월 중에는 12일 정도 모스크바를 다녀 올 예정입니다. 4년 넘은 러시아 생활


중에 아직도 그 나라 수도 한 번 못 가보았답니다. 그곳에서 일하시는 우리 신부


님들 수녀님들 뵙고 한 수 배우려는 목적이지요.


흥미 진진한 다음의 모스크바 이야기를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그럼 삼복 더위 중에 몸보신 잘하시고 더위 이겨내십시오. 전 지금 콧물 감기 중


이랍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  러시아 앙가르스크

     Fr. 라오렌스.정  편지에서 옮깁니다  -

댓글 8

  • 2005년 7월 31일 오후 5:11

    휴~깜짝 놀랬잖아요^^ 먼 곳에 가실때는 필히 소식(문자라도)전하고 떠나기예요^^*그렇잖아도 개강피정때 뵐 수 있어요???하고 써놓고 왔는데^^ 샬~롬

  • 2005년 7월 31일 오후 5:24

    세실리아자매님 많은 관심에 감사해요. 개강피정때 만나기로 해요.

  • 2005년 7월 31일 오후 8:48

    반갑습니다. 보고싶어요~~

  • 2005년 7월 31일 오후 9:03

    안녕하시죠~~~그래서 한동안 안 보였군요...자매님의 신앙이 국내를 넘어 외국까지...모두다 주님의 은총입니다...건강하신 얼굴 빨리 봤으면 좋겠어요!!!!

  • 2005년 7월 31일 오후 10:24

    대표님! 아네스자매님! 학우들...모두 보고싶어요. 안드레아총무님께서 요즈음 사랑방에 뜸하다고 쪽지를 주셨길래 잘있다는 흔적을 남겼습니다. 좋은 시간들 되세요.

  • 2005년 7월 31일 오후 11:24

    전 지금도 계획도 없이 살아가는데, 마리아 자매님께서는 주님께 온전히 의탁하며 살아가시는것 같아요. 열심한 모습 존경합니다. ^*^ ㅎㅎ

  • 2005년 8월 1일 오후 3:08

    마리아 자매님, 소식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북방선교로 고생하고 계시는 정 라우렌시오 신부님께 주님의 성령이 끝없이 임하시도록 기도 드리겠습니다.

  • 2005년 8월 1일 오후 7:32

    우리반에 사랑을 보내주시는 김민숙 세실리아 자매님 저도 개강 미사에 만나뵙고 싶습니다. 마리아 자매님 멀리서 고생하시는 신부님께서 편지를 쓰실 상대가 있다는 것은 인간적으로 큰 위로일 것 같습니다. 여러 곳에 사랑과 복음을 전하는 마리아 자매님 존경 (사랑) 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