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뿌리는 사람의 비유 (마르4,1-20; 마태13,1-9; 루가8,4-8)
"잘 들어보아라 씨 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리러 나갔다. 씨를 뿌리는데 어떤 것은 길바닥에 떨어져 새들이 쪼아먹고 어떤 것은 흙이 많지않은 돌밭에 떨어졌다. 흙이 깊지않아서 싹은 곧 나왔지만 해가 뜨자 뿌리도 내리지 못한 채 말라버렸다. 또 어떤 것은 가시덤불 속에 떨어졌다.
가시나무가 자라자 숨이 막혀 열매를 맺지 못하였다. 그러나 어떤 것은 좋은 땅에 떨어져 싹이 나고 잘 자라 열매를 맺었는데 열매가 삼십 배가 된 것도 있고 육십 배가 된 것도 있고 백 배가 된 것도 있다. 너희가 이 비유도 알아듣지 못하면서 어떻게 다른 비유를 알아듣겠느냐 씨뿌리는 사람이 뿌린 씨는 하늘나라에 관한 말씀이다.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 말씀에서 작고 미약한 복음의 씨앗을 시작으로 신비로운 성장 과정을 통해 하느님 나라가 완성되어 간다고 말씀 하시며 여러 가지 밭의 종류를 예로 들어주며 어떤 것은 길 바닥에 또는 돌 밭에 가시덤불속에 어떤 것은 좋은 땅에 떨어졌다고 말씀하십니다.
여러 가지 밭은 현실속에서 각자 다른 처지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마음의 상태를 말합니다.
세례 때 마음속에 뿌려졌던 복음의 씨앗이 그 마음에 묻혀 자연적으로 싹을 틔우고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밭을 돌보는 농부의 노력에 따라 싹이 돋아나고 성장 합니다. 농부는 내 마음입니다.
대추나무는 못살게 흔들어 주어야 열매를 많이 맺습니다. 생명에 위협을 느끼면 종족 번성을 위해 많은 열매를 맺습니다. 이것이 생존의 순리이자 자연의 법칙입니다. 그러므로 인간도 이마에 땀을 흘리지 않고서는 낟알을 얻어먹을 수 없습니다 (창3.19). 이와 같이 땅의 소출은 자연 환경이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농부의 노력에 따라 그 소출이 결정됩니다. 세상에 공짜가 없습니다.
여기서 살펴보아야 할 것은 씨앗과 성장과정과 수확할 열매라 하겠습니다 씨앗을 뿌릴 때는 누구나 많은 수확을 기대합니다 씨앗은 시작을 성장은 과정을 열매는 추수를 말할 수 있겠습니다.
작년에 이ㅇㅇ (라파엘) 형제님께서 폐와 간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생전에는 본당에서 그저 평범한 분으로 함경도 태생으로 단신 월남하여 직업 군인으로서 슬하에 1남 3녀를 큰 따님은 까리따스 수녀원에 외 아들은 현재 ㅇㅇ동 본당 주임 신부님으로 하느님께 봉헌하셨습니다.
장례미사는 일반적으로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가 상례인데 이분의 미사는 사치스러울 만큼 찬란하고 영광스러운 잔치 분위기여서 자신의 행동을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당황 했습니다.
제대에는 정진석 대 주교님의 황금빛 찬란한 제모와 번적이는 지팡이 원로 신부님 선후배 동창 신부님들이 제대를 하얗게 넘쳤으며 신자석에는 까리따스 수녀원에서 앞 자리를 가득 메운 천사들의 잔잔 한 애도의 장송곡이 석별의 인사를 올리는 동안 외 아들 이(요셉) 신부님께서는 마지막 가시는 영정 앞에 머리 숙여 지난날 철없이 저지른 잘못을 용서해 주실 것을 간청하시는 애절한 음성은 듣는 이로 하여금 회한의 눈물을 조이게 하였으며 고인이 생전에 힘들어 했던 지난날의 발자취를 더욱 아름답게 그 빛을 밝혀 주었습니다.
힘겨웠던 (요직에 청빈고수) 인간 관계의 갈등으로 진실이 가려져 주변 사람들에게 소외당하며 살아온 그 마음을 읽으며 그려봅니다.
등불을 켜서 됫박 아래나 침상 밑에 두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 누구나 등경 위에 얹어 놓지 않겠느냐? 감추어진 것은 드러나게 마련이고 비밀은 알려지게 마련이다 (마르4장21절). 그러므로 지름길을 알면서도 돌아가야 하고 사치를 좋아하면서도 절제 해야만 하는 고뇌 속에 세상 시류를 역류하는 쓴 삶을 선택해야만 하는 것이 신앙인의 사명이며 진리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72년의 생애를 통해 처음가본 병원이 암 선고 받은 마지막 병원이기에 단명의 아쉬움을 위로하는 저에게 담담하고 초연하게 말씀 하셨습니다 인간의 최대적은 죽음이지만 거역할 수 없음은 주님의 뜻이라고 하시며 두려움 없이 받아들임은 결코 하루 아침의 결단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암 선고이후 꼭 두 달 만에 한 생애를 자택에서 조용히 정리하시고 가셨습니다 폐와 간이 손댈 수 없을 만큼 전이가 되었는데도 고통 없이 가심은 결코 우연이 아닌 주님의 특은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죽하면 암으로 가신 분은 지옥 벌을 면한다고 했는데 ~~ 한 생을 인고의 쓴 길을 걸어왔기에 추수 때에 여유로운 곳간을 보이는 것이며 생전에 하느님의 눈치를 살피며 살아온 결과라고 봅니다.
늘 고독하고 소외된 삶을 선택하셨으며 희생과 절제와 성사로 마음을 정갈하게 준비하셨기에 이렇게 초연할 수 있음이 아닌가 합니다 이승의 마침이요 버림의 완성인 국립묘지 안장을 지켜보면서 오늘 씨뿌리는 비유 말씀에서 시작인 씨앗에서 성장 과정인 인고의 고단함을 통하여 여유 있게 추수하시는 초연한 모습과 죽음을 두려움 없이 맞아들이는 순명의 모범과 찬란했던 장례 미사를 번갈아 머리속에 그려보며 저에게 넉넉하지 못한 여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되는지를 그 방향을 제시해 주시는 나침판이 되어 주십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감사 드립니다.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