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에 이어 계속합니다.

불을 밝힌 훈장은............. 제자들의 걱정 가득한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조금도 노(怒)한 기색이 없었고 그 목소리도 다른 날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전보다도 더 다정하고 온화한 목소리로 '독'을 깨어버린 제자에게 물었습니다.
"왜 '독'을 깼더냐?" 그 제자는 잠시 망설이다가..... "저녁노을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잠시일 뿐, 어둠이 오면 사라지듯이 밑 빠진 '독'에 물을 가득 채운들 그 물이 오래 담겨져 있겠사옵니까?" "그래서?" "또한, 어느 누가 생각해도 되지 않을 일에 매어달려 늘 번민(煩悶)하는 것이, 스승님의 가르침을 받아 평생을 행복하게 살고자하는 욕심(慾心)때문이니 그 '독'을 깨어버리면, 그러한 욕심을 잊을 수 있겠다 싶어 그리 하였사옵니다." "그리하면, 평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배우지 못할 터인즉, 그래도 괜찮다 생각했더냐?" "그 '독'에 물을 채울 방법을 생각하노라고 지금 당장을 괴롭게 살면서, 이후 언제부터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도 모르는 가르침을 얻는다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사옵니까?"
그 순간, 훈장은 만면에 기쁜 표정을 띄우며 호쾌(豪快)한 웃음을 웃었습니다. 그리고는 그 제자에게 "네가 옳도다. 내가 이제야 한 제자를 얻었느니라."하며 칭찬을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엄청난 불호령이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었기 때문에, 훈장의 호쾌한 웃음소리에 의아해하는 제자들을 달래기라도 하는 듯 훈장은 차분하고도 정겨운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말을 이어갔습니다.

"지금 이 등불 한 줄기가 방안을 밝히고 있음을 아는 것은, 조금 전 내가 불을 껐을 때 사방이 캄캄하여 지척(咫尺)을 분별하기 어려웠었기 때문이니라. 즉, 어둠이 있어야 불의 밝음을 깨달을 수 있는 것처럼, 우리네 삶에서도 어렵고 힘들고 괴로운 일들이 있어야 비로서 쉽고 편하고 즐거운 것을 알 수 있는 것인데도 사람들은 늘, 쉽고 편하고 즐거운 것만을 얻으려하고 자기가 불행하다 느끼는 탓을 남에게 전가(轉嫁)하려고만하니 참 행복이 무엇인지 불행이 무엇인지 판별(判別)할 수 있겠느냐? 그래서, 참 행복을 손에 쥐어줘도 자신은 불행하다 생각하며 손에 쥐고있던 참 행복마저 버리고 엉뚱한 곳에서 방황하느니라. 이 모두가 제 마음에 드는, 좋다 생각되는 것만을 취(取)하려하는; 밑 빠진 '독'과 같은 인간의 욕심(慾心)때문이니 그 욕심(慾心)을 깨어버리지 않는 한(限) 어떤 것으로 채운다한들 결코 만족할 수 없는 것이니라. 또한 너희들은, 스승의 말이라 하여 그것이 옳은 것인지 그른 것인지 가릴 생각도 아니하고, 진천(眞川)의 물로 밑 빠진 '독'을 가득 채우려는 일념(一念)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했느니라. 이것은 자신(自信)을 잃어버리고 남의 판단에 매어달리려는 좁고 경직(硬直)된 생각에서 비롯된 집착(執着)인 것이니라. 그리고, 너희들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여 네 힘으로 행복을 만들어 보려는 노력은 아니하고 내 가르침을 받아 평생을 행복하게 살려고 나만을 바라보고 있었느니라. 어떤 이는 재물(財物)이 많아야 행복하다 생각하고 어떤 이는 지위가 높아야 행복하다 생각하는 것처럼, 무엇 때문에, 무엇이 있어야 행복하리라는 이런 의존적(依存的) 생각은 너희들의 바른 판단을 가로막는 눈가리개 같은 것이니라. 또한 너희들은, 언제 가르쳐줄지도 모르는 내 가르침을 얻기 위해 매일 매일을 불안(不安)과 초조(焦燥)와 긴장(緊張)속에서 지냈느니라. 내일 죽을지 모레 죽을지 모르는 것이 사람의 명(命)인데, 내일의 행복을 기다리기 위해 오늘을 괴로움 속에서 헛되이 보내면서도 그 어리석음을 깨닫지 못하고 허송세월(虛送歲月)을 한 것이니라. 그러하니..........,
  
너희가 좋다 여기는 것만을 취(取)하려는 욕심(慾心)을 버리고 행복하다 생각되는 것도 불행하다 생각되는 것도 모두 받아드릴 줄 알아야하며, 스스로의 바른 판단과 결정에 따라 아니 되는 것을 무리하게 이루려는 집착(執着)을 떠나야하며, 그 어느 누구 그 어떤 외물(外物)에도 의존함이 없이 홀로 의연(毅然)하여 마음의 흔들림이 추호(秋毫)도 없어야하느니라. 또한, 이미 지나간 돌이킬 수 없는 일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거나 아직 닥치지도 않은 일을 미리 염려하고 걱정하여 근심으로 사는 것은 오늘 지금 이 순간을 값지고 보람 있게 쓸 수 없도록 함으로 평생을 불행한 삶으로 마치게 만들 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것이니라.

그 어느 제자 한 사람도 숨소리조차 크게 내지 못한 채, 스승의 한 마디 한 마디를 깊이 가슴으로 듣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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