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발바닥 -지희용 회장님

2008. 6. 7. 오후 10:4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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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의 발바닥

          -지희용 토마스아퀴나스

   내일 백담사에 가는 날이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겠다고 잠을 청했다. 아침 6시에는 일어나야 하는데, 알람을 눌러놓고 잤는데도, 5시 30분에 깼다.

  원래 나도 헤비급이지만, 아내 루시아도 날씬한 몸매는 아니어서, 때때로 침대에서 잘 때는 한 사람이 역방향으로 잘 때가 있다. T.V.를 볼 때 잘 안 보인다든지, 또 술 한 잔 했을 때는 술 냄새가 날까봐 미안스러워서도 그랬다. 어쨌든, 거꾸로 잘 때는 어깨 쪽이 넓어져, 편안함이 있다.

  이날도 역방향으로 자고 있었는데, 새벽 잠이 덜 깼을 때, 내 입술이 ‘툭!’ 하고 아내의 발에 채여, 놀라서 잠을 깨게 되었고, 그래서 다행히 아침 6시전에 기상을 하게 되었다.

  아내의 발이 나를 깨워준 셈이다. 그때 불현 듯 아내의 발바닥을 보니, 한 뼘쯤 되는 것이 귀엽게 보였다. 오래도록 이 발로 인생을 살아왔다고 생각하니, 여러 가지 생각들이 많이 떠올랐다.

   서둘러 준비를 끝내고, 집결지에 모여, Bus를 타고 백담사에 도착하여 자유시간을 갖게 되었다. 백담사 경내를 이리저리 돌아보다가, 큰 비석에 시가 새겨져 있는 것을 보았다. 무심코 지나가면서 바라보니, 아주 짧은 시 몇 구절이 새겨 있었다. 고은의 시였다.

      

       그렇게 쓰여 있었다.

  별 의미 없이 몇 발자국 지나면서, 나는 입 속으로 몇 번 읽어보았다.

  그러면서, ‘무슨 시가 그렇게 짧아’ 하면서 지날 때, 불현듯 아침에 일어날 때, 평생에 처음으로 눈여겨 본, 아내의 발바닥이 확 떠올랐다.

  “맞아! 바로 그거야!”

  그 발바닥을 생각해 보니, ‘툭!’쳐서 제 시간에 깨워준 것도 고마웠지만, 그 발바닥으로 걸어온 아내 루시아의 인생길이, 수많은 고난 속에 시련을 이겨내고, 내 곁에서 살아준 것이 더 고마왔고, 71년이란 인생, 인생의 나이테가 그 발바닥에 그려져 있을 것을 생각하니, 꽃보다 더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가 있었다.

  주님을 알고 부터, 주님 안에 지금까지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 생각 나, 더더욱 주님께 감사 드린다.

  고은의 그 짧은 시 구절이, 이렇듯 나에게 감명 깊은 것도, 모두 다 은총이라 생각된다.

  역시 위대한 분들의 시나 금언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생명수 같이 다가오니,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깨달음의 감사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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