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복음 묵상 : 조선천주교회 초창기 교우들의 영성과 '말씀'

2008. 3. 26. 오전 1:29:10

글자
 
1.예수님 이래로, '보편 교회'(가톨릭교회의 역사)는, 언제나 변경 지역, 가난한 자들에게서 시작합니다.
    ... 죽음의 땅,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운 곳에서 사는 진정 가난한 사람들...
 
  예수님께서 말씀을 전하기 시작하신 곳은
  사제들이 있다는 예루살렘도, 예언자들이 있다는 광야도 아닌
  죽음의 땅, 어둠의 그늘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갈릴레아였습니다.
 
  마태오 복음 4장 15-16절.
  "즈블룬 땅과 납달리 당 바다로 가는 길, 요르단 건너편 이민족들의 갈릴레아, 어둠 속에 앉아 있는 백성이 큰 빛을 보았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고장에 앉아있는 이들에게 빛이 떠올랐다."
 
  그리스도교 교회 공동체는 언제나... 시공을 초월하여...
  죽음의 땅, 어둠 속에 앉아 있는 사람들,
  곧 변방 지역, 가난한 사람들의 교회에서부터 출발함에 틀림 없습니다.
  (바로 다음 5장에 산상수훈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다'가 나옵니다.)
 
  말씀을 선포하시는 곳(교회가 출발하는 곳)의 이러한 의미는...
  조선 뿐 아니라...
  전세계 말씀이 전파되는 모든 선교 지역에 다 해당합니다.
  
  실은, 말씀이 갈릴레아보다 나중에 전해지는...
  유다까지도 이에 해당한다고 보입니다.
  
  이것이 빛과 어둠에 앉아 있는 사람들, 삶과 죽음의 땅(고장)의 의미일 것입니다...
 
 
2. 권일신을 위시한 조선 초기천주교회 교우들은, 인간이 지닌 '영', 자연이 주는 '진리', 그리고 그 바탕인 세상의 주재자를 올바르게(진실하게) 흠숭해야 한다는 이해에서 출발하여 하느님 말씀을 믿게 되었습니다.
  
   <권일신이 권철신에게 보낸 편지>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주재하시니 흠숭(예절을)해야 한다는 설,  식물 동물과 달리 사람에게는 영(靈魂-spirit)이 있다는 설, 자연은 4근본원소(精靈, 엘레멘탈-elemental)로 이루어져 있다는 설은 진실로 지극한 이치가 있으니 욕할 수 없습니다.”(欽崇主宰之說, 生覺靈三魂之說, 火氣水土四行之說 誠有至理 不可誣者).
  -당시 조선 성리학에 통달한 대학자 권철신 형님에게 보낸 편지-
 
   요한 복음 4장 21, 23-24절 <유대인에게는 이방인인,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
   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여인아, 내 말을 믿어라. 너희가 이 산도 아니고 예루살렘도 아닌 곳에서 아버지께 예배를 드릴 때가 온다. ...그러나 진실한 예배자들이 영과 진리 안에서 아버지께 예배를 드릴 때가 온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 사실 아버지께서는 이렇게 예배를 드리는 이들을 찾으신다. 하느님은 영이시다. 그러므로 그분께 예배를 드리는 이는 영과 진리 안에서 예배를 드려야 한다."
 
   흠숭 주재자 -사람의 영혼(3혼설) -자연의 근본원소=엘레멘탈(4행설)은 바로
   성부를 흠숭하면, 영-진리 안에서 예배 드림이 진실한 예배라는 말씀에 잘 대응합니다...
   (사마리아 여인과 대화하신 '야곱의 우물'은 생명의 물을 주는 곳, 바로 '고향'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3. 다산 정약용은 성자 예수는 하늘이 내신 분이라는 데서부터 믿음을 받아들였습니다.
 
   "하늘은(하늘에서 온 사람은; 天, 天人-성자) 만물을 살리는 것으로 마음을 삼고, 땅에서 온 사람은(聖人-예언자) 만물을 이롭게 하는 것으로 마음을 삼습니다.(天...以生物爲心 聖人 以利物爲心)"
   "하늘을 대신하여 인을 행하는 사람들(代天爲仁者)"
     -허목 -> 이익 -> (이가환 ->) 정약용
 
  “상제는 감응하고 접하고 내려다보며 인도하며 말합니다(上帝[=靈明主宰之天]...感格臨照而言之)”
     -정약용
 
   요한 복음 9장 33절 <태어나면서 눈먼 사람을 고치신 예수>
  "태어날 때부터 눈이 먼 사람의 눈을 누가 뜨게 해 주었다는 말을 일찌기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분이 하느님께서 오지 않으셨으면 아무 것도 하실 수 없었을 것입니다."
 
  예수님을 하늘에서 오신 분(=天, 天人)으로 받아들이느냐 아니냐가
  바로 그리스도인이 되느냐 못되느냐의 기준점(분기점)입니다...
  (유대인들은... 이 때문에... 아직도 그리스도인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4. 정약종은 '죽음의 고통을 통한 부활의 영광'이라는 신비 체험, 그러한 순교 영성으로 조선 교회의 반석이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성스러운 변모> 수난-죽음의 고통으로 받게될 부활의 영광스러운 표징...
 
  마태오 복음 17장 1, 2, 9절
  엿새 뒤에 예수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만 따로 데리고 높은 산에 오르셨다. 그리고 그들 앞에서 모습이 변하셨는데, 그분의 얼굴은 해처럼 빛나고 그분의 옷은 빛처럼 하얘졌다. ...그들이 산에서 내려올 때에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사람의 아들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날 때까지, 지금 본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하고 명령하셨다."
 
  달레 <<한국천주교회사>>에 의하면, 정약종은 '죽지않는 노자(도교=신선)의 생활 방식'에 관심을 가졌다가, 형인 정약전에게 교리를 배운 뒤에도... 오랜 기간 검토 후에 입교하였고, 이후는 조상제사 문제에도 흔들리지 않는 신앙을 유지하였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그가 체포되기 조금 전에 역관 계층의 교우인 친구 하나가 그를 보러왔다가 그의 옷 위에서 무수한 작은 십자가가 밝게 빛나는 것을 보고 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아우구스티노는 직접적으로 대답하지 않고 화제를 교묘하게 돌렸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아우구스티노가 머지 않아 받게될 괴로움의 전조라고 생각하였는데 그들의 예측은 틀리지 않았다."(예수의 거룩한 변모를 연상하게 함).
 
  이밖에도
   "죽기 전에 물을 달라고 했는데 거절당했다" (죽기까지 피와 물을 쏟으신 예수 표양 따름)
   "하늘을 보고 죽는 것이 땅을 보고 죽는 것보다 좋다" (머릿돌 베드로 사도의 죽음이 모범)
 
  곧 정약종은 죽음-부활에 대한 믿음을 통하여 신비체험에까지 이른 영성을 지녔음을 말하고있습니다.

 
5. 조선의 도성에 입성하여 '보편 교회'를 선포하려 했던 선구자 분들이 가셔야 했던 길은, 마침내는, 예수님과 같은 가시밭길이었습니다.
 
   <다윗왕의 도성 예루살렘 입성과 같은 예수님의 평화로운 예루살렘 입성>
   요한 복음 12장 15절.
   "보라. 너의 임금님이 오신다, 어린 나귀를 타고 오신다"
 
   예수님은 도성에서 군중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시지만...
   군중들은, 그때부터 바로,
   당당하게 도성에 입성하는 임금님이(통치자가)
 
   많은 사람들을 망하게 하는 임금님=압제자인지,
   많은 사람들을 흥하게 하는 임금님=해방자인지를 재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통치자로서 환영받는 도성 입성자의 운명은...
     이후 비극의 주인공 아니면 영광의 주인공이라는
     극과 극 사이로 갈립니다...
 
  조선의 경우도 역시
     청의 팔왕자와 말머리를 나란히 하여 북경에 입성하여, 그곳에서
       아담 샬 신부님을 만나 '보편 교회' 진리를 전수받고 교우들을 소개받은 소현세자...
     서울에 입성하여, 수표교에서부터
      '하느님이 파견한 칙사'처럼 말씀을 선교하기 시작한 이벽-이승훈-권일신
 
     모두 다... 비극적인 죽음의 주인공이라는 운명을 맞았습니다...
     마치 예수님의 길처럼...
 
     주님께서 쓰신 도구이셨지만...
     그 품성에서 부족함이 근본적으로 많은... (사회적) 인간들이기에 더욱...   
 
 
6.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루갈다의 <옥중서간>들에는 '그리스도'의 사람들은 '주께서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이름을 받은 종족('임마누엘' 종족)이라는... 초기 교회 교우들이 함께 지키고자 한 영성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옥중서간> 은 박해시절 중요한 신심서.
   “주님의 자녀 되어 의인이 되고 하늘의 성인의 벗이 되는 것은 은총”
 
   마태오 복음 28장 18-20절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한 모든 것을 지키게 하여라. 보라. 내가 세상 끝날 때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보아라,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고 하리라." 하신 말씀이다. 임마누엘은 번역하면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뜻이다. 마태오 복음 1장 23절.)
 
  야곱의 자녀들이 '이스라엘'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받은 종족으로 불리듯이...
  그리스도의 자녀들은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아, 하느님과 완전히 새로운 관계로, 곧 '임마누엘'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받은 종족으로 불린다는 사실이
  <옥중서간>에... 아주 잘 녹아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옥중서간>에서는 세례로 맺어지는 관계를 '부모-자식'관계로 받아들여서, 그 결과 성인들도 친구=벗의 관계가 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음을 알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세례로 맺어지는 관계는, 이곳에서는, (언제나 지상의 교회를 통하여 관계가 맺어지는데, 그 관계는), '스승-제자' 관계로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상을 묵상해 보면, 결국 '부자' 관계든 '사제' 관계든 모두, '주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관계를, 사람들에게 가장 이해하기 쉬운 비유-언어로 표현하셨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세례로 맺어지는 관계는, '삼위일체 하느님'에게서 나타나는 '일치와 친교'의 관계, 그 자체로 맺어진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일 것입니다.
 
 *** 사순절 전후 성체 조배 중,
      주일 복음과 조선 초기천주교회사를 함께 묵상하면서 얻은 내용들을 정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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