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에 곰팡이 슬때

2004. 11. 3. 오전 9:31:49

글자


풀섶 위에

하루살이 형제가 날고 있었다.



풀섶 속에는

개구리 형제가 졸고 있었다.

한 낮에 졸고 있는

개구리 형제를 내려다보며

아우 하루살이가 말했다.

"형, 우리도 조금만 쉬었다 날아요."



그러나 형 하루살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우리는 쉬고 있을 틈이 없다.

우리에게는 지금이 곧

희망의 그 순간이다."


아우 하루살이가 물었다.

"지금이 희망의 그 순간이라는

것은 무슨 말이어요?"




형 하루살이가 대답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지금 이루어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의 명이 짧기

때문에 그러는건가요?"




"아니다, 삶은 짧거나

긴 기간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다.

주어진 생에 얼마나

열심이었느냐로 보는 것이다."


"그러면 저기 저 개구리들은

그러한 것을 모르고 있는가요?"

"알고 있겠지...

그런데 저 개구리들은 약도 없는

죽을 병에 걸린 것 같다."




"그 병이 무엇인데요?"

"알고 있으나 움직이지 않는 것,

바로 그 병이다

 

형 하루살이가 아우와

어깨동무를 하고서 날며 말했다.

"아우야

희망은 움직이지 않으면

곰팡이 덩어리로 변하고 만다.

이 말을 명심하거라."



풀섶 속에 잠들어 있는

개구리 형제를 향해

뱀이 소리 없이

다가서고 있었다.

 

 

<정 채봉 / 희망에 곰팡이 슬때>

 


그림:Bob Harolld
곡:윤도현/가을 우체국 앞에서

댓글 1

  • 2004년 11월 3일 오전 11:30

    우리의 삶 또한 나태하기 시작하면 자기의 껍질에 갇혀버리는걸...... 아---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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