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죽지 않는다/최인호

2004. 11. 1. 오전 8:32:18

글자
사진을 바라볼 때마다 도저히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이 지상에서는 만날 수 없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이제라도 전화를 걸어오실 것 같고, 찾아가면 형님의 문간방에 앉아서 나를 반가이 맞아주실 것만 같습니다.

참으로 이상하지요.
우리들 사람이란 서로 이 지상의 나그네로 살아 있을 때에는 서로의 말을 귀담아듣지도 아니하고 그리 바쁜 일도 없으면서 만나면 대충대충 나누고, 사랑도 대충대충 나누고, 슬픔도, 기쁨도, 마음도 대충대충 나누는데, 그것이 불가능하여져 죽음으로 이별하게 되면..
참으로 가슴 아픈 추억으로 남게 되는 것을 보면..
사람이란 참으로 불완전한 미완성의 존재인 것 같아요.

어머니.
이 세상에 단 한 사람 나의 어머니로 와주셨다 仙衣(선의)로 갈아 입고 훌쩍 하늘나라로
두레박을 타고 올라가버린 어머니, 살아 있음은 눈먼 장님의 세계와도 같아요...
서로가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임을 알게 되는 것이 살아 있을 때의 기쁨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어머니.
저는 요즈음 한 가지 사실을 깨닫고 있습니다.
바람은 불고 싶을 대로 불어 우리는 그 소리를 듣고도 바람이 어디서 불어와서 어디로 가는지조차도 모르거늘,
하물며 우리들의 영혼이야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돌아가는지 그것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어머니는 영원히 죽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마치 이런 것이지요.
"인생은 하나의 연극 무대와 같다'고 한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우리의 인생은 하나의 연극 무대와 같아요.

하느님은 그 연극의 각본을 쓰신 분이십니다.
그는 전지전능한 창조력을 갖고 있어 모래알처럼 많은 이 지상의 모든 인간들에게
각각 그 인생에 합당한 戱曲(희곡)을 써 내리고 있습니다.

인간은 이 인생의 무대에 태어나는 한 그 누구나 배우가 되지 않으면 안됩니다.
이 지상 수십억 사람들의 얼굴이 다르고, 개성을 지녀 독특한 것처럼 각자마다 지닌 극본의 내용도 단 한가지의 대사도
중복되는 일 없이 다양하고 독창적인 것입니다.

서예가들이 붓글씨를 쓴 후 그 종이 위에 落款(낙관)을 찍어 내리 듯..
하느님은 그가 창조하신 모든 인간들, 이 지상의 모든 꽃과 나무,
살아 있는 생물에 자신의 작품임을 나타내는 하느님의 낙관을 찍어 내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주의 깊게 살펴본다면
땅 위에 구르는 하찮은 돌멩이 하나에도 하느님의 指紋(지문)이 묻어 있음을 발견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름 없는 들꽃 한 송이에도 하느님의 낙관은 어김없이 찍혀 있고..
하루를 살다 죽는 부나비에도 자신의 작품임을 보증하는 하느님의 도장이 찍혀 있습니다.

하느님의 작품임을 나타내는 하느님의 낙관은 우리의 생명을 영원히 보증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귀를 열고 들어야 합니다.
돌 틈을 흘러내리는 시냇물의 소리는..
하느님을 그리워하는 하소연의 물소리입니다.

달 밝은 밤..
달을 보고 짖는 늑대들의 울음소리도, 가을 밤 풀잎에 숨어 우는 귀뚜라미 소리도,.
세상에 갓 태어난 어린 아이가 우는 울음소리도..
모두 하느님을 향해 칭얼거리는 어리광의 목소리인 것입니다.

(책자 196-198)

 

 

 

댓글 1

  • 2004년 11월 1일 오전 9:04

    오늘의 묵상의 주제이네요. 인생에 대한, 나의 나그네삶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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