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마당

2007. 11. 5. 오전 10:4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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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어릴 적 우리 집 마당은 참 넓었습니다.
크고 높은 마루 밑에는
나의 보물인 공깃돌과 옥대라고 부른 납작한 돌들이  쌓여 있었지요.
부엌을 들락거리면서 흘깃 그것이 눈에라도 띄면
가슴이 벅차오른곤 했습니다.
 
겨울에는
마루와 마루 사이에 고무줄을 매어두고
연습 겸 고요함과 심심함을 타고 다니며 때론 큰 소리로 노래를 하며
혼자 흥을 돋구기도 했습니다.
 
대낮에 넓은 방에 혼자 있을 땐 늘 노래를 불렀지요.
좋아해서이기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고요함을 견디기 힘들었거나 아님 즐겼던 것 같습니다.
 
오늘 홈피에 들어오니
갑자기 어릴 적 고요한 마당이 떠올랐습니다.
이 글을 쓰는 순간 아무도 들어오지 않아서인데
홈피에서도 이런 느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이 고즈넉함을 즐기고 싶은데
공깃돌도 옥대도 고무줄도 없습니다.
 
그래요, 노래 밖에 없습니다.
 
성가대,
함께 노래할 수 있어서 행복입니다.
잘은 못하지만 함께 한 지향점을 가지고 마음을 댈을 수 있어서,
딱 맞는 하이 파이브는 아니더라도
여러 모습으로 풍부하게 서로 알아볼 수 있어서
참 즐겁습니다.
 
빈 집에서 혼자 글을 쓰고 있으니
우리 모두가 다 행복이구나 싶습니다.
집 속에 있는 사람들도,
자주 오지 못하고 맘에 담고 있는 사람들도
모두 소중하구나 싶습니다.
 
고요한 마당이 생각나서 몇 자 올려 봅니다.

댓글 9

  • 2007년 11월 5일 오전 11:54

    귀밑 1센티 짧은 단발머리에, 선한 눈, 얌전히 다문 입술,, 혹 어머니가 떠주신 빨간색 뜨개옷을 입고있었던 것은 아닐지,,, 흥얼거리며 고무줄에 열중이였을 그 모습이 예쁘게 그려집니다. 공깃돌도 옥대도 고무줄도 있는데 노래가 없다면 어떨까??.. 마음을 모아서 노래하다보면 어느 순간 그 분께서 살짝이 공깃돌을 고무줄을 곁에 놓아두고 가시진 않을른지...

  • 2007년 11월 5일 오후 12:09

    저도 갑자기 옛날생각나서 점심엔 고추장에 밥 비벼 먹어야겠습니다...ㅎㅎ 점심밥 맛있게 드세요..모두들~~~

  • 2007년 11월 5일 오후 12:47

    아, 그래요. 그 깊은 마루 밑에 다 들어갈 수 없을 만큼 주셨지요. 성가대 올라오면서부터 시작된 그 분의 선물... 감사합니다. 그러구보니 이로 인해 삶이 너무 풍요로워졌어요. 커다란 양푼이에 잘 비벼놓은 비빔밥처럼요. 숟가락 하나 들고 반주자 집에 가고 싶네요. 숟가락 부딪치는 소리 듣고 싶네요.

  • 2007년 11월 5일 오후 1:55

    비빔밥 ,,특히 양푼의 비빔밥,,,어디..어디....

  • 2007년 11월 5일 오후 5:18

    고요함속에서 노래도 부르고, 행복도 느끼시는군요.

  • 2007년 11월 5일 오후 6:04

    마당이 넓으셨다구요.저희집보단 작았을거예요. 학교뒤 관사에서 살아서 운동장이 모두 저희 마당이었으니까요. 어스름 해가질무렵, 아이들이 모두 돌아간 운동장을 보며 그네를 타면서 외로움을없애버리려고 오래도록 노래를 불렀지요.노래를 불러도 외로움이 가시지 않았어요.옆에 있던 시소 때문에,시소 때문에... 혼자선 탈수없어서... 너무 그립습니다 그때가

  • 2007년 11월 5일 오후 10:13

    한 글자 하나 하나 얼마나 정감있게 쓰시는지. 역시 지데레사 자매님

  • 2007년 11월 5일 오후 11:11

    상상이 갑니다. 넓은 운동장에 삐걱거리는 소리를 심키고 있는 시소, 그 옆의 안젤라! 긴 그림자 늘이는 그네...안젤라, 우리 언제 한 번 시소 탈까요? 그네까지 2종 셋트루...!

  • 2007년 11월 7일 오후 11:32

    까치발을 하곤 `고요한 마당`그때의 영희누부야을 훔쳐보고 있는 소년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ㅋㅋ성가 부르실때 뒤에서 힐끔 훔처보고 있다는걸 아실까나...예뻐서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