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신부님, 안드레아 부제님, 꼬수사님,
저희 집 화장실엔 여러해 전에 우연히 (그러나 우연치 않게) 발견하게 된
조그만 플래크 (plaque)가 걸려 있습니다.
The Miracle of Friendship이라는 제목 아래 쓰여진 그 플래크의 글은
“There’s a Miracle called Friendship.”이라는 말로 시작하여
“Friendship is God’s most precious gift.”라는 문장으로 끝맺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거친 벌판이라 부르는
(이곳 미국에선 “It’s a jungle out there.”라고 자주 말하지요)
이 세상이 그래도 살만하고 그래도 기쁨이 있는 것은
나의 부와 명예와 성취 떄문이 아니라
바로 그런 친구와 같은 아름다운 사람들을
우리의 삶의 여정에서 이따금 우연히 (그러나 실은 우연치 않게)
만나고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이라 믿습니다.
바로 그 플래크가 전하는 우정처럼
신부님, 부제님, 수사님과의 만남, 그리고 이 재회를
저는 주님께서 마련하여 주신 기적과도 같은 은총이라 여깁니다.
그 기적이었기에, 그 놀라운 은총이었기에
소풍을 내일로 앞둔 국민학교 학동처럼 밤잠을 설치며 기다리고
밤잠을 내팽겨치고도 밤과 피로를 잊고
오로지 넘치는 반가움과 기쁨과 깨달음과 감동 속에
님들과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그 만남 속에 우리가 뜨겁게 나눈 악수, 포옹, 얘기, 음식과 술잔,
그리고, 예,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우리 한민족의 밤을 잊은 가무,
그 모든 것들이 저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가슴 벅찬 기억으로 영원히 남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많았던 추억들은 더 나아가
저희가 사지가 달리는 말에 끌려 찢기는 순교 하지 못하더라도
그리고 모든 혼신을 주님의 말씀에 투신한 님들과 같은 삶을
온전히 따르지 못하더라도
저희의 부족함과 부끄러움을 주님께 고백하면서
하루 하루 조금씩 주님께 더 가까이 다아가
님들을 맞고 님들과 함께 했던 바로 그 기쁨으로
저희 각자의 작은 십자가를 지고 가게 할
그리하여 저희 모두가 “어두운 곳에 손을 내밀” 그러한
저희 모두의 신앙과 삶의 기둥으로 남아 숨쉴 것을 믿습니다.
낮은 곳으로 임하셔서 저희의 친구 저희의 목동이 되어 주신 님들의 사랑에
말로 다할 수 없는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이 다시 헤어짐의 너무도 큰 아쉬움과 아픔을
님들을 찾고 필요로 하고 있는 더 넓은 세상 더 큰 양떼들을 생각하면서
또 다시 만날 기약의 거름으로 겸허히 받아들이며
언제 어디서나 님들의 건강과 안녕을 위해 주님께 기도드리겠습니다.
또 다시 나눌 님들과의
그 뜨거운 악수, 그 단단한 포옹, 밤을 잊은 그 얘기들과 가무를 위해
그리고 님들께서 전해 주신 주님의 사랑과 그 실천을 위해
성모님께 조르고 또 조르겠습니다.
이제 다시 몸은 헤어졌지만
어딜 가나 님들의 미소와 웃음과 말씀을 가슴 속에 지니고 다니겠습니다.
신부님, 부제님, 수사님,
Good-bye나 So long보다 Thank you, thank you, thank you!
이 헤어짐이 실은 헤어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박우상 요한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