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성경을 읽으면서 제가 가장 신기하게 생각했던 예수님의 기적은 음식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명을 먹이신 장면이죠. 사실 제겐 이 일이 물 위를 걸으신 일이나 죽은 라자로를 무덤에서 일으키신 기적보다 더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다른 기적은 사실 상상해 볼 수 있는 것이었던 것에 반해 이렇게 음식을 늘리신 일은 머리속으로도 잘 상상이 안 되었거든요. 빵이 갑자기 풍선처럼 커졌다는 건 지 생선이 재주를 넘으면서 몇 천 마리로 불어난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되었었는데 나중에 더 나이를 먹어서 그 해석을 들었습니다. 정설인지는 모르지만 예수님이 실제로 양을 늘리신 것이 아니라 그곳에 말씀을 듣기 위해 모인 신자들이 자신들의 보따리를 풀어 각자 지녔던 적은 양식들을 아낌없이 옆사람들과 나누었기 때문에 풍족한 식사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이었죠. 실제로 예수님이 행하신 기적은 보잘것 없는 음식의 물질적인 양을 늘리신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을 여신 것인 셈입니다.
교회 안에서 우리는 늘 당연히 남에게 베풀 것을 가르침 받습니다. 하지만 정작 내가 무언가를 당장 해야할 입장이 될 때까지는 나눔과 베품에 대해 별로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저 역시 그러합니다. 어린 시절 주일 학교에서 나눠주던 간식은 누가 낸 돈으로 누가 힘겹게 장만한 것인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성극을 하던 날 내가 달았던 날개의 깃털 하나하나를 누가 그리고 색칠한 것인지도 한 번도 궁금해 해보지 않았고요. 대학 때도 철이 들지 않아 부활 미사 후 성당에서 나눠주는 백설기도 누가 준비한 것인지 전혀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참 무심했었죠…
매디슨 공동체에 와서야 저도 그런 것에 신경을 써야만 하게 되었습니다. 성당에서 식사가 있으면 음식을 해서 들고 가야하고, 일년에 한 두 번이지만 미사 후 간식도 준비해야 하고 때로는 서빙도 하고 청소도 해야 한다는 것을요. 성모회 일을 맡고 나서는 두 말 할 것도 없지요.
최근에 우리 성당에서는 거의 매달 공동체 식사가 있었습니다. 항상 음식이 모자랄까봐 걱정이 됩니다. 행사에 따라 다르지만 식사가 있을 때 참석 인원은 100명 정도 됩니다. 성당에서 따로 준비한 음식과 디저트를 제외하면 potluck으로 준비되는 음식은 사실 평균 20 접시가 채 되지 않습니다. 아무도 음식이 모자라서 굶었다고는 말하지 않습니다만, 남들에게 양보하고 뒤에서 드시는 분들은 사실 거의 밥에 김치만 드시기도 합니다. 그나마라도 우리가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정말로 수고스럽게 많은 양을 항상 말없이 준비해오시는 몇 분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성탄이 다가옵니다. 우린 또 Christmas dinner를 함께 할 것입니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맞이하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미사에 오시면서 한 가지만 더 기억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내 손엔 과연 교우들과 나눌 것이 있는가 하는 것을요….. 어려운 말씀 드렸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