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자들은 성체 안에 예수님이 현존하시고, 그 성체를 영함으로써 예수님을 자신 안에 모신다는 것을 믿습니다. 하지만 성체를 통해 우리에게 오시는 주님을 제대로 체험하기를 바라지만 잘 되지 않습니다. 물론 강렬하게 그분을 체험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가 좀 더 정성스럽게 준비하면, 그분의 오심을 잔잔하게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미사 전에 한 주일간 주님께 받은 은혜를 헤아리며 감사드리고, 부족했던 점에 대해서 반성해보고 주님의 뜻대로 살겠다고 마음을 정리하는 조용한 시간을 갖는다면 미사와 영성체가 훨씬 더 의미있게 느껴질 것입니다. 또한 그 주일 독서와 복음의 말씀을 미리 읽고 묵상하고 미사에 참예한다면 영성체를 통해서 주님을 더욱 가까이 느낄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의 이야기가 많은 것을 시사해줍니다.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신 것을 보고서 절망하여 길을 떠나던 두 제자는 낯선 나그네의 모습으로 그들에게 다가 오신 주님께로부터 성서를 설명해주시는 말씀을 듣고서 뜨거운 감동을 느꼈다고 합니다(루가 24,32). 그리고 저녁식사 중에 낯선 나그네가 그들에게 빵을 떼어줄 때 눈이 열려서 그 분이 바로 부활하신 주님이심을 알아봅니다(루가 24,30-31). 길에서 나그네가 성서를 설명해주는 것은 말씀 전례를, 빵을 떼어주는 것은 성찬 전례를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들은 말씀의 전례로서 마음이 잘 준비가 되었기에 성찬의 전례 때 주님을 제대로 체험하게 된 것이지요.
많은 분들이 영성체를 하면서도 주님을 체험하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도 미사 전에 내적인 준비가 부족했거나 독서와 복음의 말씀을 귀담아 듣지 않고 마음에 새기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무리 보름달이 휘영청 밝더라도 연못의 물이 출렁거리면 그 위에 비추어지지 않듯이 우리 마음이 준비되어있지 않으면 주님의 오심을 제대로 느낄 수 없습니다. 라디오 주파수를 제대로 맞추어야 원하는 방송을 들을 수 있듯이 마음을 온전히 하느님께 기울여서 그분 말씀으로 준비된 사람만이 성체 안에 오시는 주님을 제대로 체험할 수 있는 것입니다.
주일 미사 준비에 15분 정도만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면 어떨까요? 얼마 동안 꾸준히 이렇게 한다면, 성체를 통해서 우리에게 오시는 주님을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주일 미사가 더 이상 의무 규정으로 여겨지지 않고 기쁨과 힘의 원천으로 느껴질 것입니다. 주님은 늘 우리 곁에 계십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분 곁에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 손희송 신부님 홈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