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칼라스 포에버>

2008. 1. 24. 오후 6:12:58

글자

칼라스 포에버 예고편



 
 
 
 
역사상 최고의 디바로 꼽히는 마리아 칼라스(화니 아르당 분)가
그녀의 공연 기획자 친구인 래리(제레미 아이언스 분)의 설득으로
은둔 생활을 접고 오페라 '카르멘'을 영화로 만들게 된다는
흥미로운 가상 이야기를 다루는 음악드라마.
 
 
 
어떤 사람의 영화 평---------------------------------------------------
 

마리아 칼라스는 잘 아시는 대로 전무후무한 오페라의 여왕이다.

그녀가  작고한 지  벌써 30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아직도 그녀를

능가하는 소프라노를 만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그녀의 음반은 끊임없이 음악애호가들에게  독보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오페라는 칼라스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할 정도로 그녀의 발자취는 뚜렷하다.

그러나 자연인으로서 그녀의 인생은 불우했다.

기혼자의 입장에서 선박왕 오나시스를 만나 사랑했으나 이혼을 허락지 않는

이탈리아 법 때문에 동거녀 신분으로 같이 살았다. 그 때가 1965년이었다.

오나시스에게 빠져버린  칼라스는 음악을 버렸다.

아니 이미 그 때 칼라스의 목이 가버렸는지도  모른다.

이미 음악계에서는 그런 소문이 돌았으니까.

그러나 세계 제일의 갑부와의 달콤한 인생에 음악 같은 것은 없어도 좋았던 것 같다.


애석하게도 그들의 사랑은 오래 가지 않았다.

오나시스는 재클린 케네디와 결혼하고 말았다.

이미 음악이 없어졌던 그녀의 인생에 오나시스 마저 사라지고 나니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게 되었다.

그녀는 그레타 가르보처럼  파리의 자택에서 칩거에 들어갔다.

이 영화는 그 시절의 이야기다.  그녀가 53세의 나이로 세상을 뜨기 직전,

1977년도 무렵의 일이다.

우리 같이 별 볼일 없는 미물도 나이 들어서 몸에 힘 빠지고 기억력도

가물가물하고 얼굴도 조금씩 변해가고, 거기다 친구들도 한 두사람씩

세상 뜨는 것을 보게 되면,  문득문득 인생이라는 것이 얼마나 짧고 허망한가를

새삼 깨닫게 되고,  잊고 있던, 아니 잊고 싶은 유한한 존재인 인간으로서의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미물인 내가 그럴진대 아마 유명한 사람들, 재벌들, 아름다운 배우들, 특출한

재주꾼들 같이 버리고 가기 아까운 것을 많이 가진 사람은 그러한 느낌이

더욱 강할 것이다.

----------------------------------------------------------------------------------------------

 

 

옛날에 같이 일했던 매니저 래리(제레미 아이언스)가 아이디어를 하나 낸다.

 

칼라스를 주연으로 오페라 영화를 하나 만들자. 지금 노래는 잘 되지 않지만

립싱크를 써서 노래는 전성기 대의 것을 입히면 되지 않느냐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 아이디어를 들은 칼라스는 펄쩍 뛰었다. 그것은 사기가 아니냐.


래리는 꾀를 낸다. 죽을 쑤었던 칼라스의 마지막 일본 공연(1974년, 칼라스는

우리나라 공연을 끝내고 일본을 들렀다.) 실황 테이프에다 전성기 목소리를

더빙해서 들려 준 것이다. 그 효과는 전성기 때와 다름없었고 칼라스 자신도

실제로 목소리가 돌아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되었다. 칼라스는 진짜로

목소리를 되찾은 것처럼 생기가 돌아오고 새로운 일에 정열을 쏟게 되었다.


작품은 칼라스가 녹음만 했지 공연한 적이 없는 ‘카르멘’으로 정했다.

영화제작은 너무나도 순조로웠다. 칼라스 자신과 스탭들, 투자가들 모두

결과에 만족했다. 개봉하기도 전에 모두들 다음 작품의 제작에 들어가는

것을 기정사실로 생각했다. 그 때 칼라스의 마음속에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이건 내가 아니다. 이건 사기다.


칼라스는 영화를 촬영하는 동안 자기 안에서 일어나는 생기에 놀랐다.

어려운 플라멩코 춤도 직접 추고, 젊은 출연자들 보다 더 열심히 했다.

마음도 그에 맞춰 젊어지는 것 같았다. 스탭과 출연자들의 환호를 보며

옛날의 영화가 되돌아 온 듯 느껴졌다.


 이런 새로운 달콤한 현실에 빠져 있을 때 그녀에게 하나의 각성이

생긴다. 우연한 기회에 상대역에게 연정까지 생기는 것을 보고 칼라스는

회의가 들기 시작하고 깊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이건 아니다. 이런 식의

생활이 옛날의 그것과 같을 수는 없다. 이 자신감이 눈속임에 의한

것이라면 받아들일 수 없다. 마리아 칼라스는 절대로 가짜로 할 수 없다.

내가 전성기의 목소리는 낼 수 없지만 하려면 그래도 내 목소리로 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그러나 래리는 물론 감독을 비롯한 스탭들, 투자가들 모두 그 생각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결국 칼라스가 느끼는 생기는 눈속임에 넘어간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 되었다. 현실의 어느 누구도 진실로

칼라스에게 그런 능력이 남아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니까.

칼라스로서는 비참함 일이었지만 자신에게 그런 능력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된 것이다.


이제 칼라스의 결심만이 남게 되었다. 어릿광대처럼 눈속임을 계속하느냐,

아니면 그만 둠으로써 칼라스의 존엄을 지켜낼 것인가. 결국 칼라스는 이미

완성된 ‘카르멘’ 조차도 폐기해 버리고, 눈속임 사업을 거부함으로써 자신을

지켜내고 만다.


진정한 예술가의 존엄성은 스스로 지키나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 영화를 만든 사람은 프랑코 제피렐리다. 우리가 프랑코를 처음 만난

것은 올리비아 핫세 주연의 ‘로미오와 줄리엣’이었다. 벌써 40년이 넘은

이야기다. 프랑코는 그 후 영화는 물론 수많은 오페라를 연출하였다.

오히려 그의 경력은 영화보다 오페라 연출자로서 탁월한지도 모른다.

칼라스 생전에도 함께 작업했다고 한다.


그러니 이 작품에서 그는 물 만난 고기처럼 종횡무진 한다. 매우 어려운

기교도 그에게는 힘들어 보이지 않는다. 모든 것이 물 흐르는 듯 하다.

지금까지 많은 오페라를 영화화했던 노하우들이 빛을 발한다. 특히 극중

‘카르멘’ 촬영 부분은 놀라운 생기로 가득하다. 폐기해버린 칼라스의

영화가 아깝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발군이다.

인간에게 존엄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한 영화가 ‘칼라스 포에버’다.

주옥같은 아리아들은 극의 흐름 때문에 크게 부각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중요한순간들-  래리와 새로운 작업을 하기로 하고 새 일에 대한

기대가 넘칠 때는 ‘어느 갠 날’, 마지막 결심을 하는 순간에는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영화의 라스트 신에서는 ‘노르마’가 나와 극적 효과를

극대화한다.


댓글 2

  • 2008년 1월 24일 오후 8:47

    지난 화요일 방학때 아님 편히 못 만난다는 고등학교 친구들 넷이 모여서 이 영화보구, 경희궁의 아침 옆 "낮잠"이란 곳에 가서 죙일 수다를 떨었습니다. 한 친구한테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일어났어서 그 얘기도 하면서... 마리아 칼라스가 53세에 한창 전성기때의 목소리로 립싱크를 해가며 영화 카르멘을 찍어놓고는, 그동안 정직하게 자존심을 지키며 잘 살아온 인생을 그렇게 무너뜨릴 수 없다하여 폐기시켜줄 것을 요구하죠.

  • 2008년 1월 24일 오후 8:47

    함께 작업한 사람은 파산가까이 될텐데도... 저같음 맘은 굴뚝같아도 미안해서 못그럴텐데...그러곤 바로 그 해에 죽었으니까, 그 순간에 그런 오만한 용기를 안 냈더라면, 그녀 스스로 영혼을 파는 행위라 생각했던 영화로 인생의 마지막을 장식할 뻔 했어요.. 강한 사람은 주변사람들을 힘들게 잘 하지만, 이런 대쪽같은 성격덕에 본인이 지키고 싶은 거 지킬 수 있어서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