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요엘 2,22-24.26ㄱ 짐승들아, 두려워 마라. 들판의 목장을 푸르렀고, 나무들엔 열매가 열렸다. 무화과나무와 포도 덩굴에 열매가 주렁주렁 달렸다. 시온의 자녀들아, 너희 주 하느님께 감사하여 기뻐 뛰어라. 너희 하느님께서 가을비를 흠뻑 주시고, 겨울비도 내려 주시고, 봄비도 전처럼 내려 주시리니, 타작 마당에는 곡식이 그득그득 쌓이고, 독마다 포도주와 기름이 넘치리라. 이제 너희는 한껏 배불리 먹으며 너희 주 하느님을 찬양하리라.
제2독서 요한묵시록 14,13-16 나 요한은 "'이제부터는 주님을 섬기다가 죽는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기록하여라," 하고 외치는 소리가 하늘에서 나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러자 성령께서 "옳은 말이다. 그들은 수고를 그치고 쉬게 될 것이다. 그들의 업적이 언제나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내가 보니 흰 구름이 있고 그 구름 위에는 사람의 아들 같은 분이 머리에 금관을 쓰고 손에 날카로운 낫을 들고 앉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천사 하나가 성전에서 나와서 그 구름 위에 앉아 있는 분에게 큰 소리로 "땅의 곡식이 무르익어 추수할 때가 되었습니다. 당신의 낫을 들어 추수하십시오." 하고 부르짖었습니다. 구름 위에 앉은 분이 낫을 땅 위에 휘두루자 땅 위에 있는 곡식이 거두어졌습니다.
복음 루가 12,15-21 그때에 예수께서 사람들에게 "어떤 탐욕에도 빠져들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사람이 제아무리 부요하다 하더라도 그의 재산이 생명을 보장해 주지는 못한다."하시고는 비유를 들어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떤 부자가 밭에서 많은 소출을 얻게 되어 '이 곡식을 쌓아 둘 곳이 없으니 어떻게 할까?' 하며 혼자 궁리하다가 '옳지! 좋은 수가 있다. 내 창고를 헐고 더 큰 것을 지어 거기에다 내 모든 곡식과 재산을 넣어 두어야지. 그리고 내 영혼에게 말하리라. 영혼아, 많은 재산을 쌓아 두었으니 너는 이제 몇 년 동안 걱정할 것 없다. 그러니 실컷 쉬가 먹고 마시며 즐겨라.' 하고 말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이 어리석은 자야, 바로 오늘 밤 네 영혼이 너에게서 떠나가리라. 그러니 네가 쌓아 둔 것은 누구의 차지가 되겠느냐?' 하셨다. 이렇게 자기를 위해서는 재산을 모으면서도 하느님께 인색한 사람은 바로 이와같이 될 것이다.
한가위입니다. 이번 한가위 명절은 잘 보내고 계신지요? 오랜만에 가족과 친척들을 만나서 좋은 시간을 보내시는 분들도 계실 테고요, 또 개인적인 사정으로 고향에 가시지는 못해도 쉼과 함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시는 분들도 계시리라 봅니다. 아무튼 모든 분들에게 이번 한가위 명절 연휴가 뜻 깊은 시간이 되길 기도합니다.
저도 이번 명절에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성지에서의 매일 미사 때문에 큰 집이 있는 대전에는 갈 수가 없지만, 성지에 계속 있으면서 이제까지 밀린 일들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거든요. 특히 명절 때 성지에 오시는 순례객들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번 계획은 완벽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사무장님과 신학생들에게 명절 휴가를 주고, 저 혼자 성지를 지키면서 밀린 일들을 차분히 할 예정이었지요. 하지만 그건 저의 착각이었습니다.
고향에 가야 할 분들이 모두 성지로 오셨는지, 순례객들이 평소보다도 더 많이 늘은 것입니다. 따라서 사무장님도 없고, 신학생도 없는 상황에서 얼마나 바쁘던 지요. 결국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지금 현재, 제가 계획한 것을 해 놓은 것은 하나도 없답니다.
분명히 계획대로 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연휴를 통해서 많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제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우리들이 몸담고 있는 이 세상 삶이 이런 것이 아닐까 싶네요. 즉, 자신의 뜻대로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는 것. 바로 주님께서 함께 하시지 않는다면 그 어떤 것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어떤 부자가 아주 멋진 계획을 세웁니다. 즉, 곡식 쌓아둘 곳이 부족해지자 그는 더 큰 창고를 지을 계획을 세우지요. 인간적으로 볼 때, 분명히 가능한 계획입니다. 하지만 이 안에는 주님의 뜻이 없었던 것이지요. 주님께서는 인간의 세상에 창고를 지어 재산을 쌓아두는 것보다는 살아서의 선행을 통해서 하느님 나라에 창고를 지어 재산을 쌓아두기를 원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는 결국 자신의 계획을 실천하지 못하게 됩니다.
나의 행동과 말 안에 얼마나 주님의 뜻이 담겨져 있는지요? 혹시 내 뜻만 내세우기 위해서 그토록 노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의 옛 조상님들은 한 해를 마무리 해가는 풍요로운 결실의 계절, 그 절정에 자리하는 팔월 한가위에 제사를 드렸습니다. 그 이유는 내가 잘 되었던 못되었던 간에, 그래도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은 조상님 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즉, 지금을 살고 있는 내가 잘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바로 이렇게 내 뜻을 내세우지 않는 마음, 그리고 내가 중심이 되지 않는 마음 때문에, 오늘 우리가 지내는 한가위 명절은 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지금 나는 어떤 모습을 간직하고 있나요? 혹시 내가 모든 것이 중심이라고 생각하고, 독불장군처럼 모든 것을 처리하려는 것은 아닐까요? 하지만 그 안에 주님께서 계시지 않는다면 그 어떤 것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하늘나라에 보화를 쌓을 수 있는 계획을 세워봅시다.
따뜻한 마음이 가져온 행운(‘좋은 생각’ 중에서) 1881년 에스파냐 말라가에서 태어난 피카소는 20세기가 낳은 천재 화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생전에 자신의 작품으로 큰 부를 얻어 무명 화가로 일생을 힘들게 보낸 고흐 같은 화가에 비해 축복받은 삶을 살았다. 그러나 20대 초반에는 그 역시 프랑스 몽마르뜨의 어느 무명 화가들처럼 가난하고 배고픈 시절을 보내야 했다.
어느 날 오랫동안 끼니를 거른 그는 카페에 들어가 마른 빵 한 조각과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평소처럼 초라한 차림으로 몇 시간째 노트 위에 연필 선을 그어 대던 피카소는 주인이 계산서를 들고 앞에 다가서자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그가 주머니를 뒤졌을 때 주머니는 텅 비어 있었다. 얼굴을 붉히며 당황하던 그는 주인에게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지금 저에게는 돈이 없습니다. 배가 고픈 나머지 그만…… 음식 값 대신 그림을 받아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피카소는 재빨리 의자에 앉아 냅킨에 카페 주인의 얼굴을 그린 뒤 내밀었다. 주인은 냅킨의 그림을 보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정말 훌륭한 그림이군요. 몇 프랑의 음식 값보다 이 그림이 몇 백 배 가치가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제야 피카소의 얼굴에도 웃음이 번졌다. 수십 년 뒤, 냅킨에 그려진 초상화는 피카소의 젊은 시절 희귀본 습작으로 메종드라쉬니 경매장에서 수백만 달러에 팔렸다. 가난한 화가에게 베푼 따뜻한 마음이 카페 주인에게 큰 행운을 안겨 준 것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