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부처님이 기사굴산에서 정사(精舍)로 돌아오다가,
길에 떨어져 있는 묵은 종이를 보시고,
제자를 시켜 그것을 줍게 하시고, 그것이 어떤 종이인지 물었다.
비구는 대답하였다.
"이 것은 향을 쌌던 종이입니다. 향기가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알 수 있습니다."
부처님은 다시 나아가다가 길에 떨어져 있는 새끼를 보고,
그 것을 줍게 하여 그것이 어떤 새끼인지 물었다.
제자는 다시 대답하였다.
"이 것은 고기를 꿰었던 새끼입니다. 비린내가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알 수 있습니다."
부처님은 이렇게 말하였다.
"사람은 원래 깨끗한 것이지만,
모두 인연을 따라 죄와 복을 부르는 것이다.
어진 이를 가까이 하면 곧 도덕과 의리가 높아가고,
어리석은 이를 친구로 하면 곧 재앙과 죄가 이르는 것이다.
저 종이는 향을 가까이 하여 향기가 나고,
저 새끼는 생선을 꿰어 비린내가 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사람은 다 조금씩 물들어 그것을 익히지만 스스로 그렇게 되는 것을 모르는 것이다,"
시대를 초월해 현대인들의 마음에
가장 절실하고 간절하게 다가오는 경전 중의 하나가 바로 법구경(法句經)이다.
법구경의 두드러진 특색은 시의 형식을 빈 잠언, 지혜의 말씀이라는 점이다.
이 게송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보다 간결한 노래의 형식을 빌어,
입에서 입으로 전하고자 했던 원시교단 구성원들의 노작이다.
법구경의 성립시기는 대개 기원전 4세기 내외로 추정한다.
그렇지만 법구경의 내용을 살펴보면,
그보다 이전에 이루어졌으리라고 짐작되는 내용도 있다.
이 경전의 가장 큰 특징은 어떤 교리상의 문제나 계율적인 쟁점이 아니라,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결국 법구경의 요지는 '어떻게 믿어야 하는가.'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 두 가지 문제로 귀결된다.
특히 출가수행자나 재가신도를 막론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드는 일의 근본은 바로 자신의 마음을 닦는 일,
그래서 모든 욕망과 집착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에서 비롯된다는 사실과,
그러기 위해선 스스로 밝은 지혜를 얻어야만 한다는 법구경의 말씀들은,
왜 법구경이 가장 널리 읽히는 대중적인 경전으로 자리잡고 있는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이 될 것이다.
법구경 만큼 예로부터 불교도들에게 애송된 경전도 드물고,
또 오늘날까지도 널리 읽히는 경전은 찾아보기 힘들다.
심지어 불교에 대해 깊은 이해가 없는 사람들까지도
법구경 만은 별다른 저항감 없이 접한다는 사실은,
바로 법구경 만이 가진 깊은 지혜의 보편성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 일요일의 산책에서는 종교적인 차원을 벗어나 법구경을 함께하여
마음을 다스리는 자리에 들어서는 시간을 마련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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