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렇게 거리낌 없이,
어떻게 이렇게 단호하고 당당하게
책임 졸업을 선언할 수 있는지.
지금까지 대부분을 형제들에 대한
책임이 있는 생활을 하였고
지금도 형제들, 특히 수련자들을
양성하는 책임을 맡고 있는데
저는 한 번도 이렇게 책임 종결을 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무한 책임을 지는 것 같기도 하고
소임 이동에 따라서 어정쩡하게
책임에서 벗어난 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튼 일을 보고
뒤처리를 말끔히 하지 않은 느낌입니다.
그래서 생각해보니
두 가지가 충족되지 않으면
결코 바오로처럼 선언할 수 없을 겁니다.
우선 자기가 해야 할 책임을 다했을 경우입니다.
한 개인으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책임을 다했다는 자신이 있을 때
이제 하느님과 사람들 사이에서
자기가 할 것은 없기에
한 편으로는 하느님께
사람들을 맡기는 것이고 다른 한 편으로는
사람들로 하여금 하느님 앞에서
직접 셈 바치게 하는 겁니다.
또 하나는 책임의 포기가
사랑의 포기가 아닌 경우입니다.
말하자면 부모가 어떻게
자식 사랑을 포기할 수 있겠습니까?
나는 여전히 사랑하지만
이제는 나의 책임을 넘어서는 것이기에
책임의 졸업을 선언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렇게 얘기할 수 있을 겁니다.
사심과 불순물 없이 정말 그를 사랑하고,
사랑을 할 뿐 아니라
최선을 다해 사랑했을 때에만
당당하게 책임의 졸업을 선언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당당하게
책임 포기를 선언할 수 없음은
우리 사랑에 애착과 집착이라는
불순물이 있기 때문이고,이런 불순물이 있기에
사랑을 다 하지 못했기 때문일 겁니다.
가는 길이 의심스러우면
우리가 열심히 달릴 수 없지요.
마찬가지로 사랑에 불순물이 있고
그래서 자기 사랑에 자신이 없으면
최선을 다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진정 원합니다.
하루를 끝내는 밤, 끝기도를 드릴 때
매일같이 저는 책임 종결을 할 수 있기를 원합니다.
“나는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해
형제들을 사랑했고 내가 할 바를 다 했으니
이제 당신께 맡깁니다. 아멘.”
- 김찬선(레오나르도)신부 -
The Flight Of The Earls / Phil Coult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