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국수집

2011. 5. 14. 오후 6:21:44

글자
민들레국수집을 시작했을 때는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하느님의 섭리에 기대면서 하느님이 얼마나 좋은 분이신지도 넘치도록 알게 되었습니다.

일은 사람이 벌리지만 나머지는 하느님께서 알아서 해 주시기 때문입니다.

우리 하느님은 보잘것없는 사마리아 여자에게 물을 청하시는 하느님이십니다.

죄인들의 하느님이십니다. 실패한 이들의 하느님이십니다. 버림받은 이들의 하느님이십니다. 

노숙하는 이들의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어느 날 저녁 무렵입니다.  문을 닫고 가려는데 손님 두 분이 뛰어왔습니다. 

끝난 것을 알고 미련 없이 그냥 되돌아갑니다. 손님들을 뒤쫓아 갔습니다.

어디 가서 저녁 드실 곳이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씩 웃으면서

“저녁 먹을 곳이 없어요.  그냥 물을 마시면 되요.”  아무렇지도 않게 물을 마시면 된다는 우리 손님들입니다. 

그 날 후로는 늦었더라도 손님들이 찾아오시면 라면이라도 끓여드립니다. 


또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너무 음식을 짜게 드시는 손님이 있었습니다.

짜게 드시지 말라고 했더니 “짜게 먹어야 배고플 때 물로 배를 채울 수 있어요.”

물로 배를 채운다는 가난한 우리 손님들은 시원한 물을 참 좋아합니다.

자주 굶었거나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분들일수록 찬물을 많이 마십니다.

큰 맘 먹고 냉온수기를 빌렸습니다. 임대 조건은 매달 물 4통 이상을 구입해야 하는 것입니다.

물 한 통 값이면 콩나물을 4kg 살 수 있습니다. 물 값을 아끼려고 집에서 물을 정수해서 날랐습니다.

그러다가 허리를 삐끗해서 고생하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손님들이 찬물을 마음껏 드시고 물병에 담아가셔도 걱정이 없습니다.

주머니를 전부 털어서 겨우 닭 일곱 마리를 사서 닭백숙을 해서 한 대접씩 손님들께 드릴 때의 안타까움,

바닥을 드러낸 쌀독을 살짝 엿볼 때의 안타까움, 가스가 떨어질까 봐 마음 조리던 때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있는 것을 다 털어서 손님들께 대접하면 고마운 분들이 더 많은 것, 더 좋은 것을 가져다줍니다. 

민들레국수집을 시작한지 8년이나 되었습니다. 첫날 서툴게 국수를 삶아 놓고 손님들이 오시길 기다렸습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공쳤습니다. 다음날부터 한 분 두 분 오시더니 열 명, 스무 명, 마흔 명, 백 명이 넘어

이제는 사오백 명의 손님들이 끊임없이 찾아옵니다.

쌀은 첫 달에는 20kg 한 포면 충분했습니다. 그런데 한 가마, 두 가마, 세 가마, 네 가마가 되더니 이제는 20kg 150포는 있어야

한 달을 버팁니다. 그래도 걱정 없습니다.

장일순 선생님의 말씀처럼 ‘손님을 하느님으로 정성껏 섬겨드리면 하느님께서 가만히 계시겠어요?’

이 말씀이 진실이라는 것을 체험했습니다. 

도로시 데이도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일을 벌리면 다음에는 하느님께서 하신다.’ 

참으로 그렇습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서영남 베드로 | 민들레국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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