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의 친구되기

2005. 5. 11. 오전 8:25:03

글자


* 잃어버린 시간의 친구되기 *



인 내
그냥 씨앗 몇 개를 심고, 시간에 맡겨두기.
무엇보다 절대 재촉하거나 안달하지 않기.
아주 작은 표시에도 만족하기. 
침묵의 벗, 잃어버린 시간의 친구되기.
 

 
두 려 움
아무것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되는 날,
그런 날이 올까 봐..나는 두렵다. 
 

 
용 기 
고개 들어 하늘 한번 바라보지 못하는 매일매일.
번잡한 일상사가 여기 이 곳에, 
늘 그렇듯이 당연하게. 
너무도 하찮고, 너무도 자주..오랫동안, 
너무도 오랫동안 변함없이 모든 것이 그대로이다. 
언제나 처럼 시선을 땅에 묻는다. 
어디선가 새벽이 열리고 있다.
 

 
시 간 
만약 시간의 곡선이 지상의 곡선과 일치한다면,
더 이상..
이루어져야 할 것도 희망할 것도 없게 될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들을 변화시키는 이 호젓한 기슭, 
숲 속의 빈 터, 
시간의 재깍거림이 사라져 심장의 고동으로 전환되는 곳, 
그 공간의 언어. 
한 아이가 오고, 신비감 가득 머문다. 
 


행 복 
나는 줄타기 곡예사가 아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뿐 
남아있는 날들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 
줄 위를 미끄러지고, 멀리는 보지 못한다. 
어지러워 아래를 내려다 보지도 못한다. 
위험을 무릅쓰고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순종하듯..순간순간 그곳에 행복이 있다. 
나는 나를 향해 나아간다. 
끝이 존재하지 않는 줄을 타고서.
 

 
우 정 
순간들의 순수한 물과 함께, 비밀의 힘찬 물줄기, 
중요하지도 않은 일상의 고요하고도 단순한 물, 
아무것도 줄 것은 없지만 
잃어버린 그 모든 시간과 함께, 
시간의 용기와 상처받은 꿈들과 함께. 
침묵의 저편에서 누군가를 창조하기 위해, 
미소의 그림자와 긴 초록 잎의 신선함을 위해, 
세상의 한복판에 선 부드러움의 나무. 
 

 
자 유 
고독하지 않은 홀로되기, 
동시에 섬과 섬을 꿈꾸는 배가 되기. 
움직이지 않은 채 공간을 차지하고, 
쉼없이 나아가며 시간을 멈추게 하기. 
행복해하기. 실망하기. 다시 행복해하기. 
끓어오르기. 얼어붙기. 
어린 시절 생각하기. 책읽기 
.......나무심기.....구름 그리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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