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 시대의 희망의 표징처럼 우뚝 섭시다. - 하성호 신부님

2006. 12. 3. 오전 7:42:45

글자
대림 제1주일(예레 33,14-16/ 1테살 3,12-4,2/ 루카 21,25-28.34-36)

역사를 되돌아보면 언제나 한 사회는 그 시대의 사조에 포획되어 집단 마술에 걸리게 마련입니다. 요즘 우리 사회는 물질과 웰빙이라는 마술에 걸려있습니다. 물질주의(物質主義)와 실용주의(實用主義)와 개인주의(個人主義)로 치우치면서 우리 사회는 정신적 빈곤과 내적빈곤이라는 엄청난 수렁에 빠져버렸습니다. 이런 현상은 기존의 가치를 타파의 대상으로 삼는 청소년들의 문화모습에 잘 나타납니다. 우리 부모님들은 그 옛날 물질적 빈곤을 겪었었지만 그래도 인생의 의미와 정신적 가치만은 추구하였습니다. 인간답게 사는 것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우리 부모님들은 정신적 가치를 이야기하지만, 오늘날의 우리 청소년들은 물질적이고 외향적인 가치들을 이야기합니다.
교형 자매 여러분, 우리 다시 한 번 냉철하게 생각해보아야 하겠습니다. 그 옛날 그렇게도 고생하며 우리가 추구했던 우리들의 미래가 우리 사회의 혼(魂)과 이상(理想)이 사라진 그런 사회는 아니었습니다. 우리의 정신, 우리의 혼이 자본주의의 논리에 철저히 무릎을 꿇는 그런 내일은 아니었습니다. 정신적 가치와 내적인 풍요 속에 인간의 존엄성이 한껏 드러나는 그런 사회를 우리들은 꿈꾸었습니다. 인간이 인간으로 대우받는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그토록 피땀을 흘렸습니다. 경제대국을 꿈꾸면서 갖가지 게이트나 사기, 권력형 비리가 판을 치고, 서민들은 한탕주의, 온갖 투기에 목숨 거는 그 모습을 우리들은 어떻게 스스로를 해명하고 스스로를 자위해야 하겠습니까?
이제 또 다시 주님의 성탄을 준비하는 대림절이 되었습니다. 그 옛날 이스라엘 백성들이 4천 년 동안이나 그토록 기다렸던 그 구세주 메시아를 기다리는 시간이 다가온 것입니다. 자신들을 노예의 수렁에서 구출해주셨던 출애굽의 주님께서 자신들을 또 다른 갖가지 종노릇에서 구출해주시길 애타게 기다리며 예언자들이 약속한 메시아의 탄생을 학수고대하였던 바로 그 시기를 우리는 대림절 동안 기념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도 기다리던 그 메시아가 탄생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백성들은 메시아를 몰라보고 메시아를 결국에는 십자가형에 처형하고 말았습니다. 정치적 보복을 기다렸던 그들의 메시아사상과 기다림 앞에 나타난 예수는 너무나 초라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예수는 그들의 기대를 조금도 채워주지를 못하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우린 그런 어리석음을 또 다시 범하지 않기 위하여 역사를 주관하시는 하느님의 헤아리심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사도 바오로의 말씀을 새겨들읍시다. “사실 세상은 하느님의 지혜를 보면서도 자기의 지혜로는 하느님을 알아보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분께서는 복음 선포의 어리석음을 통하여 믿는 이들을 구원하기로 작정하셨습니다. 유다인들은 표징을 요구하고 그리스인들은 지혜를 찾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를 선포합니다. 그리스도는 유다인들에게는 걸림돌이고 다른 민족에게는 어리석음입니다. 그렇지만 유다인이든 그리스인이든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힘이시며 하느님의 지혜이십니다. 하느님의 어리석음이 사람보다 더 지혜롭고 하느님의 약함이 사람보다 더 강하기 때문입니다.”(1코린 1,22-25).
이 대림시기 우리는 다시 한 번 내 삶의 자세를 성찰하고 회개의 은총을 주님께 청합시다. 하느님의 자녀라 하지만 하느님의 자녀답게 살지 못할 때도 많고, 세속의 유혹에 종노릇할 때도 많았음을 솔직히 고백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의 삶이 갖가지 세속주의(世俗主義)에 편승한 안일한 생활이었음을 성찰하고 세속은 어리석다 하지만 하느님이 지혜롭다고 하시는 삶으로 돌아섭시다. 하느님은 저 어리석은 탄생과 십자가의 죽음을 오늘도 고집하십니다. 우리도 이번 대립절을 잘 준비하여 세속의 논리보다는 하느님의 어리석은 사랑의 논리, 인간을 사랑하시어 인간이 되시고자 작정하시는 저 자기 비움과 자기 비하의 어리석음을 정성껏 받아들이도록 합시다.
이제 오늘 복음의 말씀처럼 세속의 유혹과 논리 안에 몸을 파묻고 있던 우리의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 하늘을 바라봅시다. 우리의 주님을 우리 함께 바라봅시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요한 3,16) 하려 하십니다. 허리를 펴고 하늘을 바라보면서 오늘 제2독서의 말씀을 떨리는 마음으로 받아들입시다. “여러분이 하느님 우리 아버지 앞에서 흠 없이 거룩한 사람으로 나설 수 있게 되기를 빕니다.”(1테살 3,13). 우리가 바로 이 시대의 구원의 표징이요 구원의 희망이 되는 삶을 멋있게 살아봅시다. 우리가 이 시대의 희망의 표징처럼 우뚝 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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