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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나 다 정한 때가 있다. 하늘 아래서 벌어지는 무슨 일이나 다 때가 있다. 날 때가 있으면 죽을 때가 있고, 심을 때가 있으면 뽑을 때가 있다… 하느님께서 사람에게 역사의 수수께끼를 풀고 싶은 마음을 주셨지만, 하느님께서 어떻게 일을 시작하여 어떻게 일을 끝내실지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전도서 3장 참조). 인생에는 때가 있나 보다. 시간의 징후(signum temporis)를 잘 헤쳐 나아가야 함을 일깨운다.
오늘은 주님께서 나를 일깨우시고 경고하신다. "그 때가 되면…" 이라는 말씀으로 시작하여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잘 살피고 대비하라고 경고하신다. "몸을 일으켜 머리를 들어라. 너희가 구원 받을 때가 가까이 온 것이다."(루가 21,28). 오늘은 어제가 아닌 새 날이다. 내가 누구이며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면서 시작하는 날이다. 아침에 일어나 창을 열고 바깥을 바라보노라면 무엇을 어떻게 할까 고민해야 한다. 교회 전례력에 따라 가까이 예수 성탄을 알차게 맞이할 준비를 하며, 나아가 다시 오실 그 분, 언제 오실지는 확실치 않지만 시간의 징표를 읽어야 할 때가 왔다. 언제일지는 모르나 확실하게 오실 그 분을 맞이하는 나의 삶은 어떻게 할 것인가?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김영사, 2001년)에 호기심이 생겨 단숨에 읽다시피 했다. 작가의 예리한 관찰에 회심의 신앙심이 담긴 유럽 수도원 순례에 내 친구 신부가 가이드로 소개되었다. 작가도 내 친구의 인품을 격찬했지만, 나 또한 나이 들어 책과 씨름하며 향학열에 불타 있는 친구 신부를 존경한다.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에 이런 글이 나온다. "금을 얻기 위해서는 마음속에 가득 찬 은을 버려야 하고 다이아몬드를 얻기 위해서는 또 어렵게 얻은 그 금마저 버려야 한다고… 버리면 얻는다. 그러나 버리면 얻는다는 것을 안다 해도 버리는 일이 그것이 무엇이든 쉬운 일이 아니다. 버리고 나서 얻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까 봐. 그 미지의 공허가 무서워서 우리는 하잖은 오늘에 집착하기도 한다."(82-83쪽)
나는 버리기 보다 더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날들을 소비한 미물이 아니었던가? 신앙적 가치보다 세상의 가치에 높은 점수를 주었던 자신이 아니던가? 지금은 얻기 보다 버리는 것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때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하겠다. 버리는 연습과 훈련을 통해 더 좋은 가치인 하느님 나라의 보화를 얻도록 대림 첫날 각오를 다져본다. 작심삼일의 넘어짐에 또 일어나고 싶다.
"흥청대며 먹고 마시는 일과 쓸데 없는 세상 걱정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도록 조심하여라."(루가 21,34).
이영묵 안드레아 신부 ( 부산평화방송 사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