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아 - 민경철 신부님

2006. 12. 3. 오전 7:36:47

글자

대림1주일 2006.12.3.

 

루카 복음 21장 25-28.34-36절
“‘사람의 아들’이 권능과 큰 영광을 떨치며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사람들이 볼 것이다.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하거든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라. 너희의 속량이
가까웠기 때문이다.”
 구름아     민경철 신부
낮은 기마 자세로 멋지게 구름을 타고 오는 손오공. 여의봉을 힘차게 돌리면서
악당을 물리치는 카리스마… . 어린 시절 그 구름의 주인이 되어
하늘을 날아다니며 세상에서 제일 힘센 존재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의 구름은 아무나 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손오공도 안 됩니다. 하느님만이 탈 수 있는 전차이기 때문입니다.
손오공 제까짓 것 부처님 손바닥 안에 있을 뿐이지 않습니까?
그 위에 사람의 아들이 타고 오십니다. 하느님께서 주시는 권능과
영광을 가지고 하느님 나라를 세우기 위해서 오십니다.
죽은 자들을 일으키시고, 가난과 미움과 박해의 고통 중에
비천하게 있던 이들을 드높이시기 위해 오십니다.
대림절이 시작되었습니다. 2천 년 전에 힘없는 아기의 모습으로 오신 성탄을
준비하며 기다릴 뿐만 아니라 세상 종말에 하느님의 전차를 타고 오시는
영광의 왕을 고대하는 것입니다. 이날이 주님의 사람에겐 공포와
죽음의 날이 아닌 희망과 축복의 날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서.
주님 오실 때 구름 한 번 태워달라 청해볼까 합니다.
손오공하고 ‘맞짱’ 한번 뜨고 싶거든요. 손오공 그까이 꺼, 우리가 누굽니까?
 기다림
기다리지 못하면 사랑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사랑을 아는 사람은
기다릴 줄 압니다. 친구가 약속 시간이 되어도 안 나타나면 그를
비난하기보다는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며 걱정해줍니다. 기다리지
못하는 사람은 농사를 지을 수도 없습니다. 조급증에 빠져서는 농사를 잘 해낼 수
없습니다. 모내기 해놓고는 잘 자라지 않는다고 조금씩 모를 하나씩 위로 들어
올리려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생명은 기다림 속에서 시작되고 열매를
맺습니다. 우리의 삶도 그렇습니다. 하느님이 주시는 때를 기다려야 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기다려주십니다. 사람들을 구원하시려고
사람들을 기다리시며 오랫동안 일하셨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일하셨으니,
기다리는 일을 그만둘 법도 한데 오늘도 기다리십니다. 사람들이 당신의 마음을
알아주고, 당신 안에서 생명의 길을 따라 살길 기다리십니다. 하느님의 기다림엔
그처럼 한없는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영원한 사랑은 오늘도 세상을 향해 열려
있습니다. 하지만 온 인류가 회개하여 하느님께로 마음을 돌리는 데는 아직도
시간이 필요한가 봅니다. 하느님이 그토록 팔 벌리신 채로 오래 기다리셨지만,
사람들의 발걸음은 ‘갈 지’(之)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오락가락 합니다. 아버지라
부르면서 아버지의 뜻을 거부하고 주님이라고 부르면서 주님의 가르침대로
살려 하지 않습니다. 기도하면서 주님의 뜻이 아니라 내 뜻이 이루어지기를
원합니다. 회개하였다는고는 하지만 그 삶에 변화는 있는 듯 없는 듯합니다.
하지만 주님께서는 오늘도 지금 이 순간도 한결같이 기다려주십니다. 한없는
기다림 같지만 언젠가 그 기다림은 끝나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언젠가는
하느님 아버지 앞에 나서게 될 것입니다. 언젠가는 사람의 아들 앞에
서게 될 것입니다.
정식수 신부 | 전주 농촌사목지 <주님의 날> 2006년 11·12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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