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자격증 - 박영식 신부님

2006. 12. 3. 오전 7:40:17

글자

사랑의 자격증

 


이강주(1980- ), <예>, 2003년, 혼합재료, 130×110cm, 바티칸 인류복음화성 소장


성화 해설
   
이 작품은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 주최 교황직 25년을 기념한 미술 공모전에서 평화대상을 수상한 것이다. 작가는 평면적인 사진을 인화하여 우드락으로 입체화시켜서 주제를 더욱 강하게 부각시켰다. 등장인물은 하느님께 ‘예’라고 응답하며 간절한 모습으로 세계의 평화를 기원하고 있다. 어두운 배경과 흰옷을 입은 인물이 서로 대조를 이루면서 아름다움을 은은히 드러내고 있다.


 교회는 대림시기 첫날인 대림 제1주일에 인자의 내림을 묵상하게 합니다. 예수께서는 예루살렘 종말이 임박한 것을 보시고, 종말의 징표적인 성격을 이야기하십니다. 그 때가 오면 우주에 대변혁이 일어나 천체가 흔들리고 사람들은 공포에 떨 것이라고 합니다. 그 징표를 읽고 자기 삶을 추스리는 사람들에게는 그날이 죽음의 날이 아니라 구원의 날, 하느님 나라가 다가오는 날입니다. 하느님께서 당신에게 충실한 이들에게 약속하신 복을 내리시는 날입니다. 그래서 예레미야는 그날이 오면 살맛 나는 세상이 시작된다고 선언합니다.

   구약시대 하느님 백성은 기원전 6세기에 예루살렘이 멸망하는 것을 보면서 자신들이 하느님 앞에 거룩하고 흠 없이 살지 못했음을 통감했습니다. 그들에게 올바로 사는 법을 가르쳐 주는 지침이 없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에게는 글로 씌어진 하느님의 뜻, 곧 ‘토라’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토라를 준수하는 것은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충실히 지키는 열심한 사람’이라는 것을 남에게 드러내기 위해서였습니다. 남들이 보는 앞에서는 규정을 철저히 지키는 듯했지만, 남의 눈을 피해서는 못할 일이 없었습니다. 예언자들의 끊임없는 질책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신들의 안락한 삶을 추구하느라 정의와 공정, 사랑과 연민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기원 후 60년대 말, 팔레스티나는 로마군대에 완전히 장악됩니다. 예루살렘과 성전의 파괴는 히브리 공동체에 곧장 영향을 미쳤습니다. 히브리 공동체는 자기 백성의 종교와 정체성을 대표하던 모든 것이 완전히 무너짐을 보았습니다. 오늘 복음은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에 미친 이런 영향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급박한 상황에서 예수님의 말씀을 다시 읽고 해석합니다.

   예수께서는 종말 사건을 이야기하시면서 정확한 시간을 지적하지 않고 이 모든 일이 일어날 때가 있다고 하십니다. 그런 징조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몸을 일으켜 머리를 들어야 합니다. 머리를 드는 것은 권능을 떨치며 영광에 싸여 오시는 주님을 주시하기 위해서입니다. 세상살이에 몰두했던 몸과 마음을 주님께로 향할 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흥청대며 먹고 마시는 일과 쓸데없는 세상 걱정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하는 것입니다. 지나치게 인간적인 생각들을 버리고 자신의 시야를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다시 오시는 주님을 맞을 자격을 갖추어야 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서로 사랑하는 것이 주님을 맞을 수 있는 자격증이라고 강조합니다. 당신은 ‘사랑의 자격증’을 가지고 계십니까?

박영식 요한 신부·가톨릭대학교 성심교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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