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동 준비 - 민경철 신부님

2006. 12. 2. 오후 12:06:26

글자

2006.12.1.금

 

 루카 복음 21장 29-33절
“무화과나무와 다른 모든 나무를 보아라. 잎이 돋자마자, 너희는 그것을 보고 여름이 이미
가까이 온 줄을 저절로 알게 된다. 이와 같이 너희도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줄 알아라.”
 월동 준비      민경철 신부
쭉쭉 뻗어나가던 나무들은 이파리를 하나 둘씩 떨궈가더니 어느새
발가벗고 있습니다. 가로수는 몸ꠑ통 러닝셔츠를 입고, 성당 건달 진국이(개) 옷은
어느새인가 색깔을 달리 했고, 성당 관리장님은 수도관, 보일러 파이프,
온열 장치 정비에 분주하고, 차들도 살아보려고 부동액을 갈고
스노 타이어로 갈아 신고, 연탄 때시는 분들은 창고에 연탄도 쟁여 놓고….
동네 아줌마들은 김장김치 품앗이도 합니다. 저도 예전에 사둔 장갑, 목도리,
두툼한 옷들, 이불 꾸러미들을 확인하고 그러지요. 겨울이 오는 소리에
제 마음은 ‘으이구 겨울이구나, 이놈의 겨울을 우찌 보낼꼬’ 하며
볼멘소리를 하지만, 그래도 하느님은 분위기상 겨울을 감지할 수 있도록
배려해 놓으셔서 준비하게끔 해주시니 얼마나 감사합니까?
하느님 나라도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면 감지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 나라가 어떤 이에게는 쓰나미 해일과 같은 폭격처럼 두려움으로
몰아칠 수도 있지만, 깨어 있는 이에게는 옷을 벗어 준비하여 기다리게끔
따뜻한 온기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한 입만!
늘 요즘만 같아라~ 콧노래가 절로 나오며 참 신나는 요즘이다. 왜냐?
그 이유를 들으면 누군가는 콧방귀를 뀌며 싱거워할지도 모르겠다.
난, 고구마를 좋아한다. 참 좋아한다. 한창 고구마가 쏟아져 나오는 때, 운좋게도
일주일에 두세 차례나 고구마를 먹을 수 있으니 어찌 신나지 않겠는가! 그런데
고구마를 먹을 때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어 피식피식 웃음이
흘러나온다. 바로 부모님의 첫 만남, 그 사이에 얄궂은 고구마가 있었다는!
일곱 살 터울인 아빠와 엄마는 어렸을 때 이웃 동네에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초등학생이던 아빠는 옆 동네에 심부름을 가게 되었는데, 어떤 꼬마 여자 아이가
자기집 대문 앞에서 자기 얼굴만한 고구마를 맛있게 먹고 있더란다.
마침 출출하기도 하고 장난기도 발동한 아빠는 처음 보는 그 꼬마에게 다가가
“꼬마야, 그 고구마 오빠 한 입만 주라!” 했더란다. 그런데 그 꼬마는
날쌔게 “싫어!” 하면서 매몰차게도 고구마를 뒤로 감추었다는 것이다.
몇 번을 더 졸라봤지만 아빠는 끝내 꼬마의 코 묻은 고구마를 얻어 먹지 못했다고 한다
(진실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꼬마는 노란... 콧물을 흘리고 있었다고
아빠는 힘주어 증언하시곤 했다. 그 꼬마는 바로 우리 엄마가 되었다).
엄마, 아빠는 그때 그 순간 이렇게 평생을 한솥밥 먹으며 살게 될 거라 상상이나
하셨을까? 생각하면 마음속에 뭉글뭉글 웃음이 피어난다. 찬 기운 때문인지
집안에 있어도 오순도순 모여 앉게 되는 겨울 저녁, 따끈따끈 달콤한 군고구마를
나눠 먹으며 아버지, 어머니의 어린 시절은 어떠셨는지 짖궂었는지, 얌전했는지,
수줍음이 많았는지, 장난꾸러기였는지 등등 넌지시 물어보면 어떨까?
신이 나서 추억 보따리를 풀어놓으시는 아버지 어머니의 얼굴에서 천진난만하고
사랑스러운 어린아이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신효진 | 서울시 강북구 번2동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강론 묵상 모음집

목록 전체보기 →
[묵상] ♥하느님의 나라는 창조의 영역...김홍언신부님06.12.02조회 33나뭇잎이 돋으면 여름이 다가오듯이 - 김웅태 신부님06.12.02조회 32월동 준비 - 민경철 신부님06.12.02조회 33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줄 알아라.06.12.02조회 33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줄 - 정은희06.12.02조회 32잎이 돋으면 - 신금재06.12.02조회 33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 하성호 신부님06.12.02조회 32[동영상] TV 매일미사 2006년 11월 30일 연중 제 34주간 목요일06.12.02조회 33나해 성 안드레아 사도 축일 - 조성호 신부님06.12.02조회 32선택된 것만으로도 - 김상조 신부님06.12.02조회 32[강론] 단 한사람을 낚는 낚시꾼[박상대신부님]06.12.02조회 33[강론] 나를 따라 오너라[최기도수사님]06.12.02조회 33[강론]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른 안드레아 [경구봉신부님]06.12.02조회 32누구를 따라갈까 - 이기정 신부님06.12.02조회 33그 소리 온 땅으로 퍼져 나가도다 - 이기양 신부님06.12.02조회 32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는다 - 조성호 신부님06.12.02조회 32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이회진 신부님06.12.02조회 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