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33주간 월요일2006.11.20. (요한묵시 1,1-4.5;2,1-5/ 루카 18,35-43)
얼마 전 앞산 제1약수터에서 맹인 여러 명을 만났습니다. 지팡이로 땅을 더듬어 거기까지 올라왔던 것입니다. 그분들은 자기들 끼리 큰 소리로 대화를 하면서 농담도 하고 물도 마시고 하면서 거기까지 올라온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었습니다. 그들을 바라보는 주위 사람들의 얼굴 표정은 사뭇 심각했습니다. 안쓰럽기도 했을 테고, 혹시 다치지나 안을까 걱정도 했을 것입니다. 어떤 이는 내가 저렇게 되었더라면 하며 자신이 볼 수 있음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가지기도 했을 것입니다.
저는 그날 그들을 바라보며 “나는 두 눈으로 무엇을 보고 있는가?”라는 물음을 나 자신에게 던져 보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앞산을 보았습니다. 앞산은 역시 아름다웠습니다. 비록 맹인들이 자기들 나름의 아름다운 세상을 바라보고 있겠지만, 나는 지금 나의 입장에서 어쨌든 아름다운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데, 내가 지금 맹인이 된다면 이 많은 아름다운 세상을 보지 못하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새삼 하였습니다. 세상을 아름답게 보려 노력을 해야지 하는 생각과 함께 산을 내려 왔습니다.
“주님,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라고 예리고의 소경은 예수님께 청을 드립니다. 앞을 훤히 볼 수 있는 우리는 지금 무엇을 주님께 청하고 있습니까? 우리도 앞을 보지 못하는 소경이 되었다면 “주님,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주십시오.”라며 청을 드리겠지만, 우리는 앞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린 무엇을 청해야 하겠습니까? 오늘 복음에 나오는 소경은 원래는 소경이 아니었습니다. 그러기에 “다시 볼 수 있게 해주십시오.”라고 청합니다.
우리는 세례로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지금 나의 시선은 하느님의 자녀의 시선입니까?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눈은 어떤 눈인가를 성찰해보면 하느님의 자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노라고 자신 있게 대답을 할 수가 없습니다. 오늘 복음의 소경처럼 “주님,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라고 주님께 청해야 할 사람은 바로 우리 자신들입니다.
우리의 생각과 마음이 주님을 닮고, 우리의 시선과 말이 주님을 닮고, 우리의 발걸음이 주님을 닮도록 새로움을 청합시다.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라는 주님의 말씀을 우리도 오늘 우리 두 귀로 반드시 들읍시다. 마음을 새롭게 가지고 생각을 새롭게 가져 오늘이 우리에게 구원의 날이 되도록 아름답게 하루를 꾸려갑시다. 주님은 당신 가슴에서 솟아나는 성혈로 우리의 두 눈을 씻어주실 것입니다. 우리도 저 예리고의 소경처럼 하느님을 찬양하며 예수님을 열심히 따르는 종도가 됩시다. 주님은 찬미를 받으소서!
우린 무엇을 청해야 하겠습니까? - 하성호 신부님
2006. 12. 2. 오전 12: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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