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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33주간 월요일> 예리코의 소경이 예수님을 만나던 날
제 1독서 : 묵시 1,1-4.5ㄹ; 2,1-5ㄴ (네가 어디에서 추락했는지 생각해 내어 회개하라.) 복 음 : 루카18,35-43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이것이 꿈이냐, 생시냐? 꿈이라면 깨지 말고 생시라면 다시 보자!” 많이 듣던 대목이지요? 우리의 고전소설 『심청전』에서 심봉사가 눈을 뜨면서 애타게 찾던 딸 심청이와 만나는 극적인 장면에서 외치는 소리입니다. 소경이 한순간에 눈을 뜬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심청전에서는 딸의 목숨마저 바친 효성으로 소경이었던 아버지가 눈을 뜨게 된다는 내용이 실감나게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소설 속에 심청이가 몸을 던져서 아버지를 구했던 곳은 ‘인당수’입니다. 인당수는 하늘의 어디 은하수 옆에 있는 허구의 장소가 아니라 실제로 백령도와 북한의 경계선에 존재하는 곳입니다. 그곳은 물살이 심하게 돌아치는 곳이어서 고기잡이를 나갔던 뱃사람들이 자주 사고를 당했던 곳이었습니다. 사고가 너무 자주 일어나자 그곳 사람들은 바다 신의 노여움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살아있는 사람을 제물로 삼아 제사를 지내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인신제사가 있었던 곳이지요. 그렇게 험악한 바다의 신도 아버지를 위하는 딸의 지극한 효성에 감복하여 노여움을 가라앉히고 결국에는 아버지 심봉사가 눈을 뜨게 되어 딸과 함께 잘 살게 되었다는 줄거리가 심청전의 내용입니다.
소경이 눈을 뜨는 이야기는 이렇게 우리 옛이야기 속의 중요한 모티브이기도 하지만 성경 말씀에서도 등장하여 구원의 요소를 보여주는 표징으로 묘사되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에도 눈을 뜨게 된 소경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예수님께서 예리코에 가까이 가셨을 때 길가에 앉아서 구걸하고 있던 소경 하나가 나자렛의 예수님께서 지나가신다는 소식을 듣고는 소리를 지르기 시작합니다. “예수님,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루카18,38) 사람들이 꾸짖으며 떠들지 말라고 일렀으나 그는 더욱 큰 소리로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루카18,39) 하고 외칩니다. 그의 외침이 예수님께 닿았습니다. 예수님께서 걸음을 멈추시고 소경을 부르시지요. 사람들이 데려온 소경을 보시고 예수님께서 물으십니다.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루카18,41) “주님, 제가 다시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루카18,41) 얼마나 간절한 소망이었겠습니까? 예수님께서는 벌써 소경의 열성적이고 오래도록 한결같은 믿음을 한 눈에 보시고 계셨지요. “다시 보아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루카18,42) 그러자 소경은 곧 보게 되어 하느님께 감사하며 예수님을 따랐다고 복음은 전합니다. 그리고 이것을 본 사람들은 모두 하느님을 찬양하였다고 마무리되고 있지요. 심청전에서처럼 오래 끌지도 않고 극적이지도 않지만 감동스러운 한 장면입니다. 소경의 절규에 가까운 부르짖음에 예수님께서는 가던 길을 멈추시고 자비를 베푸시지요. 예수님의 자비의 손길은 단순한 자비가 아니라 한 인간을 구원으로 이끄는 생명의 손길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두 가지를 알려 줍니다. 첫째는 하느님께 기도를 드릴 때는 오늘 복음의 소경처럼 아주 강력한 믿음과 정신으로 한결같이 요청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간절하게 기도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도하면서 생각하지요. ‘내 기도가 정말 이루어질까? 기적이 일어나면 좋으련만…’ 이러한 소극적인 자세로 기도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아주 간절하게 끊임없이 기도할 것을 가르치십니다. 소경의 부르짖음을 들어 주셨듯이 열성적인 우리의 기도 또한 들어 주신다는 말씀이지요.
두 번째는 예수님의 자비로 소경은 안보이던 눈만 치유 받은 것이 아니라 영적인 눈까지도 열리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다시 보아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루카18,42)는 예수님의 말씀으로 소경은 곧 보게 되어 하느님께 감사하며 예수님을 따랐다고 복음은 전하고 있습니다. 영적인 눈이 뜨였다는 말씀입니다. 많은 경우에 우리 또한 소경처럼 간절히 기도합니다. “들어주십시오. 주님 제발 소원입니다.” 그런데 기도가 이루어진 뒤의 우리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기도가 이루어지면 “이제 됐다.”하고는 많은 경우 하느님을 잊어버리지요. 기도하던 자리를 떠납니다. 그리고 마치 자기가 만들어낸 결과인 양 우쭐거리며 감사할 줄 모르고 자기 길을 가고 맙니다. 얼마 후에 다시 곤란해지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지요. 얼마나 어리석은 모습입니까? 하느님의 은총이 지속되는 길은 소경이 그랬듯이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그 분의 말씀을 따를 때 지속되는 것입니다. 간절히 청하고 끊임없이 주님의 도움을 청할 때 주님께서는 들어 주신다는 것, 또 주님께서 들어 주신 그 은총이 지속되는 길은 감사드리고 주님의 말씀을 따를 때라는 것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은총을 받기도 하고 때에 따라서는 곤란한 일을 겪기도 할 것입니다. 간절히 청하고 감사 드리십시오. 풍요로운 은총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오늘 주님께서 우리에게 들려주신 말씀입니다. 오늘도 주님의 말씀 안에서 은총의 시간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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