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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 음 : 루가 18, 35-43 예수님께서 묻습니다. "나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 소경이 대답합니다. "주님, 볼 수 있게 해주십시오"
사랑하는 애청자 여러분,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오늘의 복음 말씀은 짧은 복음이지만 참 감동적인 편지입니다. 잘 귀담아 들었을 줄 믿습니다. 예수님은 당신 수난에 대한 예언을 세 번씩이나 하신 후 예루살렘으로 제자들을 데리고 가십니다. 그 예언은 "우리는 지금 예루살렘으로 올라가고 있다. 거기서 아들에 대한 모든 예언이 다 이루어 질 것이다. 사람의 아들은 이방인들의 손에 넘어가 죽임을 당할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아들은 사흘 안에 다시 살아날 것이다. 그러나 제자들은 이 말씀을 듣고도 깨닫지 못하였다. 이 말씀의 뜻이 그들에게는 가리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라고 말합니다. 예수님은 예루살렘에 간 적이 있었지만 오늘 예루살렘으로 가시는 것은 죽음과 부활을 향하는 구원의 발걸음이었습니다. 그런데 가시는 길에 예리고라는 마을을 지나가십니다. 그 때 많은 군중도 같이 갑니다. 지나가는 길가에는 한 사람의 소경이 있었는데 그는 버려진 상태요, 구걸하고 있는, 자기 힘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가련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웅성거리는 소리를 듣고 "무슨 일이냐"고 묻자, "나자렛 예수가 지나간신다"고 하자 그는 "다윗의 자손이신 예수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하고 소리를 지릅니다. 그러자 군중들이 떠들지 말라고 말리자 그는 더욱 큰 소리로 '자비를 베풀어 달라' 고 부르짖습니다. 군중들은 예수님께 빼앗긴 이스라엘의 성지인 예리고를 되찾아 주실 것을 바랐으나 예수님은 정치나 사회적인 문제를 상관치 않으시고, 오직 이 소경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으시고 그를 데려오라고 하십니다. 인간의 말이 하느님의 귀를 움직인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를 보시고 내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 소경은 "주님, 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라고 대답합니다. 바로 이것이 곧 눈을 뜨게 하는 기도를 간직한 소망이었습니다. 소경은 보는 것이 최대의 희망입니다. "자, 눈을 떠라" 하시자 보게 되었고 "너의 믿음이 너를 살렸다"고 하시자, 그는 보고 감사하고 따라나섰습니다. 군중들은 이것을 보고 하느님을 찬미하게 되었다. 이것이 곧 기적이 믿음의 표지가 된 것입니다. 사랑하는 애청자 여러분, 병을 고치시고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시는 예수님은 얼마나 자비롭고 우리를 사랑하십니까? 당신이 참 구세주이심을 예루살렘에서 구원사업을 이룩하시기 전에 미리 보여주십니다. 오늘 이 소경의 육신의 병을 고쳐주시는 것은 단순히 육체 병을 고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적 눈이 멀어 들어도 깨닫지 못하는 제자들의 눈을 뜨게 하시는 의미가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받은 이 하느님의 편지 말씀은 초대교회 때 중요한 교리 내용이었습니다. 우리는 오늘의 이 말씀에서 몇 가지를 생활화해야 되겠습니다.
먼저 우리는 우리 자신이 바로 장님이요, 길가에 버려진 구걸하는 인류라는 것을 깨달아야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매일같이 주님 보게 해달라고 이 소경처럼 기도해야합니다. 두 번째로, 오늘 복음에 나오는 이 소경은 예수님 이외 그 누구도 자기 눈을 보게 해 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체면을 무릅쓰고 예수님을 믿고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육신으론 소경이었지만 영혼은 그분을 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도 육신의 필요를 채워주며 유혹하는 세상의 수많은 우상들에 마음을 쓸 것이 아니라 영혼의 필요, 곧 영혼의 눈을 밝혀주시는 예수님께만 믿음을 두어야 하겠습니다. 세 번째로, 오늘 복음은 다름이 아니라 인자하신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이 세상에 보내심으로, 병자를 고쳐주시고 자연을 정복하며 죄를 용서하시는 분이심을 깨닫게 해주시는 기쁜 소식을 전해주는 편지입니다. 따라서 우리 또한 이 복음의 말씀을 읽을 때마다 이 말씀은 하느님께서 오늘 바로 이 자리의 나에게 보내시는 편지라고 생각하며 기쁜 마음으로 읽고 묵상해야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복음에서 소경은 어떻게 했습니까? 보게 해 달라고 소리치지 않았습니까? 그저 입술로만 기도한 것이 아니라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힘을 주어 온몸을 던지는 마음으로 기도하지 않았습니까? 이처럼 우리의 기도 또한 입술에만 머물러서는 안되겠습니다. 기도의 말들이 입술 위에서 공허하게 그쳐서는 안되겠습니다. 우리의 기도의 말들은 온 마음과 온 영혼의 무게가 실릴 수 있도록 진지해야 하겠습니다.
기도, 주님, 이 불쌍한 소경을 보게 해주셨듯이 우리의 영적 눈을 열어주시어 당신을 알아 보고 당신의 뜻을 깨닫게 해주십시오. 아멘.
천주교 부산교구 동대신성당 주임 손덕만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