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의 수액
삶의 모든 것을 걸어 한 남자에게 봉사한 기간이 그리 쾌청하지 만은 않았던
모양이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방랑의 감정과 표박의 의식이 없으란 법이 있겠는가?
마누라 들볶는 버릇은 늙지도 않고, 갈수록 더 심한 우리 영감을 어서 데려
가도록 하느님께 기도해 달라던 할머니...
나 못살게 한것은 그렇다 치고 이제는 며느리 부끄러워 못살겠다 하신다.
그래도 할아버지 돌아가시면 제일 많이 애통해 하실 것이라고 했더니,
우리 영감 죽으면 춤을 추어 보일테니 그 염려는 말고 제발 빨리 돌아가시게
기도나 해달란다.
그렇게 기력이 좋으시던 할아버지가 저녁 한그릇 다 드시고 어지럽다고
하시더니 그냥 운명을 하신 것이다.
장례미사를 드리러 갔다.
평상시 말씀대로라면 춤을 추고 계실 할머니가 보이질 않았다.
알고 보니 다른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모퉁이로만 다니며 울고 계셨다.
무사히 장례를 마친 후,
이 할머니는 그렇게도 고약했던 할아버지가 구원이 됐는지 몰라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어려운 살림에 쌀 한 말을 퍼가지고 용하다는 점쟁이를 찾아가서
천당엘 갔는지.. 지옥엘 갔는지.. 점을 쳤다는 것이다.
복채를 본 점쟁이가 할아버지께서 천당에 갔다고 하자 이 할머니,
이번에는 할아버지를 천당 보내주신 하느님께 감사의 미사를 드려 달라고
또 쌀 한말을 퍼 가지고 오셨다.
영원한 열매를 맺어야 하는 인간 나무의 뿌리에
할머니의 사랑이 수액이 되어 바쳐지는 미사를...
하느님은 빙그레 미소로 받으시리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미사를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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