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토마스의 고백[류해욱신부님] 2007.04.17

2007. 4. 18. 오전 7:31:59

글자

토마스의 고백


성 토마스 사도 축일을 맞아 우리가 듣는 복음의 내용은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보지 않고서는 믿을 수 없었던 토마스의 불신과 주님을 뵙고 나서 이어지는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이라는 고백에 대한 기록입니다. 우리도 토마스처럼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이라고 고백할 수 있는 은총을 청하기로 해요.


예수님과 제자들이 최후의 만찬을 나누었던 이층 다락방입니다. 전승에 의하면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잡히실 때 줄행랑을 친 이후 이층 다락방에 모여 숨어 있었다고 합니다. 인간은 죽음의 공포 앞에서 나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베드로를 비롯해 제자들이 공포에 떨면서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외부의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는 모습을 그려보십시오.

부활하신 예수님은 시공을 초월하신 분이시지요. 문이 잠겨 있지만 거침없이 그 방으로 들어오십니다. 그리고 그들 한가운데 서시며 인사하십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여러분도 제자들과 그곳에 있다고 상상하면서 예수님이 들려주시는 ‘평화’라는 말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평화의 은총이 가슴에 흘러넘치도록 청하십시오. 이어서 제자들에게 당신의 손과 옆구리를 보여주시는 모습을 그려보십시오. 온화한 미소로 못 박힌 자리와 창으로 찔린 자리를 보여주시며 당신이 그들의 스승임을 확인시켜주시는 모습을 바라보십시오. 주님을 다시 뵌 그들은 기뻐서 어쩔 줄을 모릅니다. 여러분도 제자들이 느꼈던 기쁨을 함께 느끼십시오.

토마스는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그것에 나타나셨을 때 함께 있지 않았습니다. 다른 제자들이 주님을 뵈었다는 말을 듣고 내 눈으로 보기 전에는 믿을 수 없다고 외치는 토마스를 바라보면서 어떤 느낌이 옵니까?

토마스의 모습은 오늘의 우리 자신들의 모습일 수 있습니다. 무엇이든지 눈으로 확인하거나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것은 믿을 수 없는 현대인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토마스의 모습을 보며 그가 어떤 사람인지 느껴보십시오. 우리는 성서의 다른 대목을 통해 토마가 용기와 열정을 지닌 제자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라자로의 소식을 듣고 예수님께서 “그에게로 가자.” 고 하셨을 때 토마스는 동료들에게 “우리도 주님과 함께 죽으러 가자.” 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사랑과 열정을 지녔던 토마스가 제자들과 함께 있지 않은 이유를 잠시 헤아려보십시오. 그는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서 처형을 당하자 깊은 절망에 빠졌을 것입니다. 그 역시 다른 제자들처럼 줄행랑을 놓았지요. 한때 “죽으러 갑시다”라고 큰소리 쳤었던 일을 생각하면 동료들에게 면목도 없었을 것이고 무엇보다 주님의 죽으심으로 커다한 슬픔에 빠져 어딘가에 숨어 있었겠지요. 하지만 종내는 두려움과 외로움을 견딜 수 없어 동료들에게로 돌아왔을 것입니다.

이제 예수님께서 다시 나타나셔서 토마스에게 하시는 말씀을 들어보십시오.   

“네 손가락을 여기 대 보고 내 손을 보아라. 그리고 의심을 버리고 믿어라.”

주님을 뵌 토마스는 고백합니다.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참으로 감동적인 장면입니다. 그 감동 안에 머물면서 토마스의 사건을 통해 우리에게 느껴지는 느낌들을 바라보십시오. 토마스는 열정적인 만큼 회의론자였지요. 그렇기 때문에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기 전에는 결코 믿지 못하겠다고 한 것입니다. 그만큼 그는 정직한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추호의 의심도 없는 믿음이란 흔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그런 믿음은 거짓 포장된 믿음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어느 정도 회의하고 의심하면서 믿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주님의 은총으로 믿음이 깊어지는 것이지요. 어쩌면 의심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우리의 참모습일지도 모릅니다. 이성적인 판단을 거치지 않은 맹목적인 믿음은 위험할 수 있으니까요. 우리도 토마스가 지녔던 정직함을 지닐 수 있도록 주님께 청하십시오. 또한 토마스는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게 된 다음에는 철저하게 주님께 투신합니다. 그는 주님을 뵙자 그분께 다가가 고백합니다.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온 마음으로 주님께 전적인 신뢰를 드리는 토마스의 투신에 오래 머물러보십시오. 여러분도 토마스처럼 그렇게 투신하고자 하는 원의가 생겨나면 그 원의를 고백하십시오. 

우리도 예수님께서 죽음에서 부활하셨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숱한 의심을 지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에서 생각지도 않았던 은총을 체험할 때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이라고 고백하게 됩니다. 다시 한번 그런 은총을 주시도록 청하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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