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해 부활 대축일 전야 미사 루카 24, 1-12- 그 밤이 이 밤으로... - 이찬홍 신부님

2007. 4. 9. 오후 2:14:01

글자
다해 부활 대축일 전야 미사 루카 24, 1-12- 그 밤이 이 밤으로...

오늘 이 밤에,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알렐루야...

우리는 조금 전 부활 찬송을 통해 주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주님께서 부활하신 이 밤은, 지금까지의 모든 암흑과 불의, 배반과 두려움을 의미하는 밤을 새롭게 정화시킨 것입니다.
오늘 이 밤을 통해, 그 동안의 모든 그릇되고, 악하고, 부정적인 밤의 이미지를 깨끗하고 아름다운 것으로 변화되었습니다.

풍랑에 배가 뒤집어 질까봐 제자들이 두려움에 떨며 살려달라고 부르짖는 그런 밤이 아닙니다.
주님께서 함께 하는 밤이요, 그분의 현존으로 평화와 기쁨이 넘치는 밤입니다.

유다 배반을 예고하신 슬프고 비통한 밤이 아니라, 당신을 배신하는 우리를 따뜻하게 품어주시는 밤입니다.
게세마니를 오르는 밤이 아니라, 찬란하고 영광스럽게 당신 옥좌로 오르시는 거룩한 밤입니다.
악한 무리 달려드는 밤이 아니라, 배반자가 입 마추는 밤이 아니라, 이렇게 하느님의 자녀로 새롭게 태어난 거룩한 백성들이 모여 있는 밤입니다.

오늘 이 밤은 예수님을 모른다는 그 밤이 아닙니다.
세 번이나 모른다는 그 밤에, 베드로 사도가 쓰러져 슬피 운 밤이 아니라, 다시 이렇게 주님을 안다고... 주님께서는 나의 생명, 모든 것이 되시는 분이심을 내 이웃과 표선면에 기쁘고 당당한 마음으로 선포하는 밤입니다.

그렇습니다.
오늘 주님께서 거룩한 이 밤에 부활하심으로써 지금까지 밤이 지녔던 모든 부정적이고 악한 의미를 깨끗하고 좋은 것으로 변화시켜 주셨습니다.
밤이 더 이상 두려움과 악마가 판치는 시간이 아니라, 부활하신 주님의 현존을 느낄 수 있고, 만날 수 있는 거룩한 시간입니다.

이는 비단 “밤”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주님께서 부활하심으로써 많은 것들이 새롭게 바뀌었습니다.
지금까지 아무 의미 없고, 나쁜 것으로 여겨졌던 것들이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십자가가 죄인들을 못 박히는 나쁜 것이 아니라, 피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 안아야 하는 것으로... 구원의 징표, 표징이 되었습니다.
미천하고 죄 많은 사람이 소중하고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존재로 새롭게 변화되었습니다.
죽으면 끝나버리는 것 같던 우리 생명이 영원한 생명으로 변화된 것입니다.
죽음으로써 모든 것이 허망하게 사라져 버릴 것 같던 우리 삶이... 죽음이 더 이상 죽음이 아니요... 무서워 피해야할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삶으로.. 생명으로 변화되는 것임을 알게 되고 믿게 된 밤입니다.

그렇습니다.
주님 부활은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드는 사건입니다.
지금까지의 모든 말, 사건, 가르침 등을 하나로 일치시키고, 그 완성의 마침표를 찍는 순간입니다.
모든 것이 이 주님 부활을 향하여 있고, 이 주님 부활 안에서 의미와 가치를 지닙니다.
이 주님 부활 사건 안에 인간사의 모든 비밀의 해답과 참된 가르침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주님 부활은 주님께만 영광과 승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주님 부활을 믿는 우리 모두의 영광과 승리인 것입니다.
부활하신 주님께만 포커스가 맞춰진 것이 아니라, 부활하신 주님을 믿고, 온 마음으로 고백하는 우리에게도 초점이 맞춰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불구하고, 이렇게 주님 부활이 모든 것을 새롭게 하고, 완성을 짓는 사건이지만... 모든 것이 주님 부활 안에서 그 존재의 의미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 부활 사건을 우리가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신비의 사건입니다.

주님 부활은 머리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살아가면서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고 그 만난 후의 기쁨과 행복을 말과 행동으로 전해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주님 부활이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신비만은 아닙니다.
주님 부활이 신비요, 우리 삶으로 드러내야 한다고 해서, 우리가 전해 이해하지 못하는 신앙의 측면만이 아닙니다.
주님 부활은 우리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또 살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 삶 역시 신비입니다.
아무도 그 내일을 모르는 신비이지만, 모두가 다 삶의 의미와 자세에 대해 이해하고 있고, 또 충분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주님 부활역시, 주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다는 그 사실을... 그 부활한 사건을 우리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주님 부활은 우리가 온 마음으로 고백하는 그 고백을 통해 드러나는 것입니다.
우리가 기뻐하는 그 기쁨을 통해 전해지는 것입니다.
우리가 나누는 그 나눔을 통해 드러나는 것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그 사랑만큼 느껴지는 것입니다.

이제 주님께서는 더 이상 차가운 무덤 안에 계시지 않습니다.
바로, 우리가 환히 밝힌 거룩한 부활초를 통해 함께 하십니다.
바로, 우리 마음 안에... 아름다운 표선성당 공동체에 함께 하고 계십니다.
그렇게 죽고 부활하신 주님께서 이 자리에 함께 모인 여러분에게 은총과 축복을 가득히 내려주고 계십니다.

그렇게 함께 하시며, 우리의 모든 삶을 거룩하고 복된 삶으로 변화시켜 주십니다.
우리의 보잘것없는 기도를... 선행을... 봉헌을... 사랑의 실천을 의미 있고, 가치있는 것으로 바꾸어 주십니다.
그러한 주님께... 오늘 부활하시어 모든 것을 새롭고 거룩하게 변화시켜 주신 주님께... 우리 모두 온 마음으로 찬미와 영광을 드립시다.
“주님, 당신께서 부활하여 우리 삶을 가치 있고 의미 있게 만들어 주시어 진정 고맙습니다.” 라는 고백을 드리도록 합시다.

이런 모든 일이 가능한 이유는... 우리의 소박한 찬양과 고백이 아름답고 소중할 것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부족한 제 강론이 그냥 내뱉는 헛소리가 아니라, 그나마 의미와 가치 있는 이유는... 진정 주님께서 죽으셨다가 오늘 참으로 부활하셨기 때문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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