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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성야 - 무덤으로 달려가 들여다 보았다
오늘은 주님 부활 대축일입니다.
이 밤 우리는 주님께서 죽음의 문, 어둠의 문을 열고 다시 우리 곁에 돌아오심을 기쁨으로 기다리는 시간입니다. 주님께서 기적을 베풀어주시고, 은총을 베풀어 주실 때는 좋아라며 따라다녔고, 주님께 훌륭한 가르침, 좋은 말을 들을 때는 행복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당신이 진정 하느님이시고, 저의 주님입니다.” 하며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프고, 힘들고, 손해 볼 것 같을 때는 슬그머니 도망치거나 나는 모른다고, 나는 그 사람과는 관계없다고 손사래를 치며 눈을 감아 버렸습니다. 그렇게 주님은 우리의 마음에서 죽었고, 아니 우리가 죽였으며, 주님이 사라진 마음 안에는 어둠과 죄만 가득찼습니다. 이제는 아무리 가슴을 쳐도 죽으신 분이 돌아올 수 없기에, 그저 그분을 버린 것이 너무나도 후회될 뿐입니다. 그 사랑을 저버렸으니 사느니 뭐해! 하며 죽어버리고만 싶고, 그 사랑을 배신했으니 하늘 아래 너무 부끄러워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 숨고만 싶을 뿐입니다. 누구는 배신하고 누구는 도망치고 누구는 하느님의 것을 팔아넘기기 까지 했으니 누가 누구를 비난하며 마음에 위안을 찾을 수도 없었습니다. 그저 죽은 듯이 죄인이 되어 살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더 이상 살 희망도 살 의미도 없을 것 같던 마음에 그래도 “이러면 안 되지. 뭔가 조금이라도 힘을 내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슬금슬금 기어 나오기 시작합니다. 단단하게 자기 자신을 옥죄는 죄의식의 문이 어느 새 슬그머니 밀려났습니다. 사람 노릇도 못하는 쓸모없는 인간처럼 느껴지던 자신이었지만 배신했던 그 잘못만큼 그분께 사과라도 하고 싶었습니다. 사과한다는 것조차 부끄러웠고, 잘못에 대해 벌이라도 받지 않을까 두렵기까지 했지만 그래도 행복했던 기억, 좋았던 기억, 함께 있으면 편안하고 즐거웠던 기억만큼은 마음에서 떠나질 않고, 눈앞에서 아른거려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죄와 어둠이 가리고 있던 “나”라는 진실의 문이 어느 새 슬그머니 열리고 있었던 것이죠. 행복하고 즐거울 때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나의 어두운 모습과, 아프고 힘들 때는 없을 것 같았던 나의 희망과 기쁨과 사랑의 기억들은 모두 자기 자신이었고 분열된 것이 아니라 하나였던 것입니다. 그 모든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참된 나를 찾는 것입니다. 그 참된 나는 바로 하느님께서 주신 생명이죠. 그러나 아직 베드로를 비롯한 제자들과 우리는 먼저 자신의 문을 열고 보라는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참된 행복과 사랑은 남에게서 빼앗아 오든지, 아니면 최소한 남으로부터 받아야만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참 행복과 참 사랑은 먼저 하느님이 주신 자신을 사랑하고, 하느님이 자신에게 준 많은 선물 - 가족과 이웃과 친구와 살아있는 생명과 사랑할 수 있는 마음과 같은 선물 - 에 감사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베드로도 그리고 우리도 여전히 그것이 무슨 말인지 알지 못합니다.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이 두려워 자기만의 다락방에 숨어들어 자신을 내 보이기 싫어합니다. 그러나 머리로만이 아니라, 열정과 몸으로만이 아니라 마음으로 예수님을 사랑했던 여인들은 조금씩 알아갑니다. 참된 사랑과 행복이 남에게서 빼앗아 오는 것도 아니고, 남이 주어야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자신에게 준 모든 것을 품에 안는 것이고, 마음 깊이 간직하고 들여다보는 것임을 알아갑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을 만나는 곳이 갈릴래아, 즉 그분과 함께 살았던 그 자리 그 시간이었듯, 우리의 참 행복과 사랑을 만나는 곳도 우리가 사는 그 자리 그 시간이기 때문이죠. 하느님은 우리 안에서 이미 부활하셨습니다. 우리에게 마음의 문을 열어주시며 이미 부활하셨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부활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주님께서 말씀과 성사의 은총으로 열어주신 마음의 문을 가서 보아야 하고, 가서 보는 것뿐만 아니라 들어가 확인하며 그것이 ‘참된 나’임을 알아갈 때 비로소 참된 부활을 체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는 이미 부활하셨습니다. 죽음과 어둠마저 마다않고 받아들이신 그분께서는 이미 부활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어둠과 죽음에 가린 문마저 열어주시며 우리의 부활을 기다립니다. 주님과 함께 부활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여전히 부활은 다른 것이야! 행복은 다른 것이야! 이렇게 사는 것은 ‘참된 나’가 아니야! 하며 자신의 감옥에 갇혀계시겠습니까? 오늘 이 밤 주님은 여러분의 단단한 마음마저 열어주실 것입니다. 그때 다른 데서 그분을 찾지 마세요. 그분은 이미 갈릴래아에서부터 지금까지 함께 하셨던 그분이시고, 그분이 보라고 하는 것은 여러분 자신입니다. “주님, 제 안에 당신이 계시고, 당신 안에 제가 있는 밤입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
2007.04.08 /무덤으로 달려가 들여다 보았다 - 이회진 신부님
2007. 4. 9. 오후 2: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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