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4.03 /[강론] [New] 예수님의 슬픈 눈동자 l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2007. 4. 3. 오후 11: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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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3일 성주간 화요일-요한 13,21-38


예수님의 슬픈 눈동자


“내가 진실로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


   오늘 복음은 무척이나 슬픈 내용의 복음입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예수님의 슬픈 눈동자가 제 머릿속에서 오랫동안 떠나지 않아 슬펐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오랜 기도 끝에 친히 뽑으셨던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인 유다의 배신 장면이 생생하게 묘사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유다를 아주 각별히 사랑하셨습니다. 그에 대한 강한 신뢰심도 지니고 계셨습니다. 그런 까닭에 예수님께서는 그를 제자 공동체의 회계 담당자로 임명하셨습니다.


   당시 열두 제자 가운데에는 ‘회계’ 전문가였던 마태오가 있었습니다. 세리였던 그는 재산을 관리하고 운용하는데 이골이 나있을 정도로 그쪽 분야에 탁월한 전문성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런 마태오를 제쳐두고 재정 담당자로 유다를 임명하셨습니다. 그만큼 예수님께서는 유다를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있었고, 그의 정직함, 유능함, 책임감을 눈여겨보셨던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유다는 공공연하게 ‘배신의 명수’ ‘배반자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으며, 이런 불명예는 세상이 존속하는 한 계속될 것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사람은 순식간에 바뀌지 않습니다. 그의 배신은 점진적인 것이었습니다.


   유다가 처음 예수님으로부터 불림을 받았을 때, 그는 그 어떤 다른 제자들보다 성실했습니다. 정직했고 투명했습니다. 배신은 꿈도 꾸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유다는 서서히 초심을 잃어갔습니다.


   잘나가던 시절, 예수님의 모습은 유다에게 있어 그야말로 흠모와 감탄, 추종의 대상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가시는 곳마다 구름 같은 군중이 모여들었습니다.


   예수님의 눈길 한번, 말씀 한 마디에 환호하는 백성들, 그 모습에 유다의 머릿속에는 엉뚱한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유다는 예수님의 영향력, 군중동원능력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야, 이거 장난이 아닌걸, 이 정도 숫자에, 예수님이 지니신 초능력에, 이거 잘만 활용하면 이 썩어빠진 세상, 제대로 한번 뒤집을 수 있겠는데…”


   유다는 자주 스승님께 이런 간청을 했을 것입니다.


   “스승님, 언제까지 뜸만 들일 작정이십니까? 이제 우리가 나설 때입니다. 제가 제대로 판을 한번 짜보겠습니다. 분부만 내려주십시오.”


   그때마다 예수님께서는 고개를 가로저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유다야, 착각하지 말거라. 내가 꿈꾸는 왕국은 네가 생각하는 그런 모습이 아니란다. 폭력과 살상을 통해, 그 누군가의 고통과 눈물을 통해 획득하게 되는 정치적인 왕국, 현실적인 왕국이 절대 아니란다. 내 왕국은 평화의 왕국, 사랑의 왕국, 영적인 왕국, 고통과 죽음을 넘어서는 부활의 왕국이란다.”


   이윽고 수난의 때가 다가오자 예수님께서는 그간 해 오셨던 모든 외적활동을 마무리 지으십니다. 이제 잘 나가던 시절 위풍당당하던 풍채는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아름답던 모습도 자취를 감춥니다.


   이제 예수님께 남은 것이라고는 십자가 죽음 앞에 번민하는 한 나약한 인간의 모습입니다.


   지극히 타산적이고 정치적인 사람이 되고 만 유다는 아쉽지만 그간 예수님께 걸었던 모든 기대를 완전히 접습니다.


   애끓는 예수님의 시선, 눈물어린 마지막 호소에도 불구하고 유다는 단호하게 일어섭니다. 자신의 길, 죽음의 길을 걸어갑니다.


   참으로 가련한 유다입니다. 정녕 불쌍한 유다입니다.


   “우리는 유다처럼 뒤로 물러나 멸망할 사람들이 아니라 아버지께로 나아가 생명을 얻을 사람들입니다.”


                 ●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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