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3.25 /죄! 복된 것이 되기 위하여... 이찬홍 신부님

2007. 3. 27. 오전 8:29:09

글자
다해 사순 5주일 요한 8,1-11- 죄! 복된 것이 되기 위하여...

영국 런던에서 일어났던 일입니다. 연말이 다가오자 어떤 사람이 장난으로 시내에 있는 저명인사들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띄웠다.

“당신의 사생활이 모두 들통 났습니다. 그 사진을 폭로하려고 기자들이 귀하의 집을 방문할 것이니 이 해가 가기 전에 런던을 떠나십시오.”
그 뒤 편지를 띄운 저명인사 집을 모두 찾아가 봤는데 집에 머물러 있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습니다. 세상에 죄 안 짓고 사는 사람 없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잡힌 여자를 끌고 와서 돌로 치겠다는 사람들에게 예수님은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요한 8,7)고 말씀하시고 허리를 굽혀 땅 위에 손가락으로 무엇인가를 쓰셨습니다. 그러자 나이 많은 사람부터 젊은 사람에 이르기까지 모두 도망치고 그 여자만이 남았습니다.

죄를 짓는다는 것... 죄는 사람에게 독이 될 수도 있고, 약이 될 수도 있습니다. 죄가 죄를 낳게 될 때, 그 죄는 독이 됩니다. 그러나 죄가 오히려 겸손을 이끌 때 그 죄는 독이 아니라, 약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느 두 여인이 유명한 선승 앞에 가르침을 받으러 왔습니다.

한 여인은 자신이 젊었을 때 남편을 바꾼 일에 대해 괴로워하면서 스스로를 용서받을 수 없는 큰 죄인으로 여기고 있었지요.
그러나 또 한 여인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도덕적으로 큰 죄를 짓지 않았기에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었답니다.

노인은 앞의 여인에게는 큰 돌 열 개를, 뒤의 여인에게는 작은 돌 여러 개를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두 여인 이 돌을 가져오자 노인은 들고 왔던 돌을 다시 제자리에 두고 오라고 했습니다.
큰 돌을 들고 왔던 여인은 쉽게 제자리에 갖다 놓았지만 여러 개의 작은 돌을 주워 온 여인은 원래의 자리를 일일이 기억해 낼 수가 없었지요.

그것을 보고 노인이 말했습니다.

“죄라는 것도 마찬가지니라. 크고 무거운 돌은 어디에서 가져 왔는지 기억할 수 있어 제자리에 갖다 놓을 수 있으나, 자잘한 돌들은 원래의 자리를 잊었으므로 다시 가져다 놓을 수가 없는 것이다. 큰 돌을 가져온 너는 한때 네가 지은 죄를 기억하고 양심의 가책을 겸허하게 견디어 왔다. 그러나 작은 돌을 가져온 너는 비록 하찮은 것 같아도 네가 지은 작은 죄들을 모두 잊고 살아온 것이다. 그리고는 뉘우침도 없이 죄의 나날을 보내는 일에 익숙해졌다. 너는 다른 사람의 죄는 이것저것 말하면서 자신이 죄 에 더욱 깊이 빠져 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다. 인생은 바로 이런 것이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우리가 범한 죄가 독이 될 수도 있고, 약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약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죄가 우리를 겸손케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죄는 ‘복될’ 수도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죄인들이 죄인을 돌로 치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지혜로 죄인들이 죄인을 돌로 치는 일은 없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떻습니까? 오늘 복음이 있은 뒤에 몇 개월도 지나지 않아 그 죄 많은 여인의 자리에 누가 있게 됩니까?

그렇습니다.
오늘 군중들 사이에 있었던 그 여인의 자리에 예수 그리스도께서 계셨습니다. 그분은 죄도 없으셨지만, 여전히 죄 많은 사람들이 돌을 던지고, 십자가에 못 박아 버립니다.
“죄 없는 자가 돌을 던져라”는 말씀에 꼼짝 못했던 그들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인자가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죄 없는 분이 죄인들을 위하여 목숨을 바쳤기 때문에 우리는 죄를 용서받고 오히려 더 하느님과 긴밀한 일치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오 복된 탓이여”라고 아오스딩 성인이 외칠 수 있었던 것은 ‘죄’로 인해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알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도 알고 있습니다.
죄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없다는 것을...모든 사람은 크고 작은 잘못을 범하며 살아간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렇게 모든 사람이 다 잘못을 하며 살아가는 사실... 현실 안에서 우리는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하겠습니까?

죄가... 우리의 잘못이 여전히 우리에게 독만이 되어야 하겠습니까?
하느님의 자비와 한없는 사랑을 깊이 체험하게 하는 은총의 보약이 되어야 하겠습니까?

복음에 예수님께서는 여인의 죄를 묻지 않았듯이, 늘 우리의 죄를 묻지 않으시는 분이십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우리의 잘못을 먼저 보시는 분이 아니라, 잘못을 하고 뉘우치는... 하느님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해드렸다며 괴로워하는 우리의 마음을 보신다는 의미입니다.
그러기에 늘, ‘그래, 그 만큼 마음 아파하고 괴로워하면 됐다. 너 스스로 반성하고 있으니, 나도 너의 죄를 묻지 않겠다. 다시 죄짓지 마라’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때문에, 우리의 잘못과 허물이 우리 영혼과 육신을 헤치는 독이 아니라, 보약이 되기 위해서는... 하느님께 나아가는데 디딤돌이 되기 위해서는 잘못과 허물을 보며 마음 아파하는 회개가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우리가 회개하지 않으면 결코 죄는 약이 되지도 않고, 복이 되지도 않습니다. 죄는 여전히 독이 될 뿐입니다.

단순히 ‘하느님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라는 반성이 아니라, 늘 고해성사로 이어지는 참된 회개만이 나쁘고 독이 되는 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의미와 가치가 있고 은총의 보약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의 회개를 완성시켜주는 본당 부활 판공성사가 내일입니다.
고해성사는 우리의 피폐해지고 황폐해진 영혼을 맑게 해주는 치유의 성사입니다.
하느님 앞에 숙여진 고개를 들게 해주는 은총의 성사입니다.
모두가 성사에 임하여 하느님 앞에서 방긋이 웃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신앙인이 되도록 합시다.
다가오는 주님 부활이 여전히 숨어서 흐느끼는 시간이 아니라, 진정 복되고 기쁜 부활이요, 우리의 부활을 미리 보여주고, 맛보게 하는 은총의 시간이 되길 기도드립니다. 아멘.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강론 묵상 모음집

목록 전체보기 →
2007.03.25 /[강론] 새로운 출발 l 백남용 바오로 신부님07.03.27조회 31[묵상] 회심(回心) 4 l 박정자 로사리오 수녀 2007.03.2507.03.27조회 312007.03.25 /죄! 복된 것이 되기 위하여... 이찬홍 신부님07.03.27조회 32[묵상] 죄를 묻지 않으시는 하느님 ㅣ 유영봉 신부 /2007.03.2507.03.27조회 322007.03.25 /[강론] 하느님의 자비와 용서를 실천하며 살아야 한다. l 서공석 신부님07.03.27조회 31상상(력)(Imagination) - 허윤석 신부님 /2007.03.2507.03.27조회 32사순 제5주일/신부는 죄인에게 강복하소서 - 하성호 신부님07.03.27조회 30[묵상] 교황님의 ‘보디가드‘ ㅣ 이호자 마지아 수녀님 /2007.03.2507.03.27조회 32다해 사순 제 5 주일/가라.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 - 조성호 신부님07.03.27조회 31인간의 죄와 하느님의 용서 - 우종선 신부님07.03.25조회 31용서받은 자녀답게 살자 - 배광하 신부님07.03.25조회 312007.03.25 /새로운 탈출 - 백성환 신부님07.03.25조회 31상처없는 아름다움은 없습니다 /2007.03.2507.03.25조회 31공간을 넘어서 생활하여진 시간으로서의 용서와 화해-이진수 신부님07.03.25조회 31사순 제5주일 2007.3.25.살리는 심판자 - 허찬란 신부님07.03.25조회 31사순 제5주일 / 죄 없는 자 - 김현조 신부님07.03.25조회 31사순 제5주일 /렉시오 디비나에 따른 복음 묵상 - 정 세라피아 수녀님07.03.25조회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