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넘어서 생활하여진 시간으로서의 용서와 화해-이진수 신부님

2007. 3. 25. 오전 10:06:43

글자

도올 김용옥의 <요한복음강해>는 그것의 많은 긍정적인 부분들에도 불구하고 현실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 공간과시간이라는카테고리를너무도동일한차원에두고있기에,그시작부터복음서와그리스도교그리고그뿌리인유다교전통을곡해하고있다.

기술 문명 속에서 우리는 공간을 점유하기 위해 시간을 들이며 그 공간의 세계에서 우리의 힘을 증대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사람은공간을넘어서지만,시간은사람을넘어선다.시간은우리의모든경험에본질적이면서동시에우리의모든경험을넘어선다.시간은오로지하느님께만속해있다.시간은모든범주위를떠도는신비이자他者가아닐수없다.

오늘 요한복음이 전하는 장면에서의, 간음하다 붙잡힌 여자를 돌로 치려던 사람들이 나이 많은 이들로부터 시작하여 하나씩 떠나갔다는, 외면적인 하나의 큰 반전 역시 그래서 좀 더 깊은 차원에서 관찰되어야 한다. 간음하다 “現場에서” 붙들려 온 여인에게서 사람들은 공간적인차원에서만고착되어있지,시간적인차원을보지못하였다.그들에겐“그곳 現場에서 이곳 刑場으로” 붙들려 온 여인만이 중요한 문제였지, “그 때의” 여인이 어떠했고 또 “지금의” 여인이어떠한지는중요하지않았던것이다. 한 처음부터 하느님의 말씀으로서 그분과 함께한 예수(요한 1,1)와의 만남을 통해서 실질적인 반전이 이루어진다. 이제 공간이 아니라 시간이 문제인 것이고, 복음서에서 등장하는 나이 많은 자들은 문제의 핵심인 “시간을 살아온 사람들”이었기에, 무엇이 문제인지를 알아 듣고 그것에 맞갖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거저 그들이 나이가 들어서 죄가 더 많다고 느끼고 또 이를 통해 다른 죄인을 이해할 수 있게 되어서가 아니다. 그것은 그들이 유다인으로서싫든좋든“공간을 넘어서서 시간을 살아왔기 때문”이며, 그들이 이렇게 나이가 들 때까지 시간을 살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안식일때문이었다.

시간은공유의대상이고, 공간은 소유의 대상이다. 공간을 소유하면 다른 모든 존재의 적수가 되지만, 시간 속에서 살면 다른 모든 존재와 동시대인이 된다. 인류는 여러 민족과 여러 나라로 갈라지고 나뉘어져 있다. 공간속의사물이빼앗아간것,바벨탑이빼앗아간것을인간에게되돌려주는것이바로시간속의순간이다.사람은공간을정복해가며그속에서문명의찬란한발전과업적도이루지만,오늘복음서속에서의여인처럼바로그공간안에서실존의좌절과아픔을맛볼수밖에없는것이다.이제전혀다른무엇인가가필요한데그것이바로“생활하여진 시간”이다. 모든 존재의 우정과 일치는 시간 속에서만 이루어진다.

원론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결국 우리 그리스도인을 지켜주는 것 역시 “생활하여진 시간”, 즉 주일 (이제 사람의 아들이 안식일의 주인이시다!)이다. 우리가 그것을 원하든 그렇지 않든, 아니면 그것을 의식하고 있건 그렇지 않건, 중요한 것은 주일 자체가 우리에게는 큰 축복이고 우리도 결국 어떠한 모양새로든 그 안에 머물 수밖에 없고, 그것이 바로 오늘 복음에서처럼 나와 다른 이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가져다 준다. 상황이 어떠하건 우리는 주일이라는 “시간 속의 지성소”에서 머무르고, 그것을 통해 선사된 영원을 누리고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이진수(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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