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독서는 바빌론의 유배 생활을 끝낸 유대인들의 참담한 현실에 대한 말씀입니다. 하느님께서 모세를 통해 가나안 복지와 풍성한 수확의 축복을 주셨지만 우상숭배에 젖고 죄악에 찌들어 하느님을 저버린 결과 유배생활의 혹독한 현실을 맞아야 했던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허망했던 생활에 몸둘 바를 모릅니다. 죄악에 대한 자책감과 후회가 늘 그들을 괴롭혔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하느님께서는 “예전의 일들을 기억하지 말고, 옛날의 일들을 생각하지 마라. 보라, 내가 새 일을 하려 한다. 이미 드러나고 있는데 너희는 그것을 알지 못하느냐?” 하고 당부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과거를 들추지 않으시는 희망과 용서의 하느님이심을 보여주십니다. 우리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뉘우치는 사람에게는 그 크신 자비와 사랑으로 덮어주시고 용서해 주십니다.
희망과 용서와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이 말씀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새롭게 선포되고 있습니다. 간음한 여인을 두고 “누구든지 죄 없다고 생각하는 자는 여인을 돌로 쳐라.”고 말씀하십니다. 물론 간음한 여인의 죄도 크지만 그 여인을 단죄하려는 이들의 죄는 더욱 크기에, 죄에 물들어 무디어져 있는 그들 자신의 위선과 오만을 지적하고 계십니다. 남의 눈에 들어있는 티를 잘 보면서 자기 눈에 든 들보는 보지 못하는 교만한 이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의 예수님은 참으로 멋진 분이십니다. 예수님은 그 여인에게 ‘왜 그런 죄를 지었느냐?’고 되묻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부드럽게 타이르셨고 사랑과 자비를 베푸십니다. “나도 너의 죄를 묻지 않겠다. 다시는 죄짓지 마라.”고 부드럽게 이야기하십니다. 하느님을 배신했던 유대인들을 용서하셨던 하느님과 같은 마음으로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사람에게 베푸시는 예수님의 사랑은 진짜 죄인이 누구인지 드러나게 하십니다. 자신을 돌아볼 줄 모르고 자신의 죄를 알지 못하며 결코 회개할 줄 모르는 사람들의 죄를 안타까워하십니다. 그리고 돌아오기만 하면 용서해 주시고 용기를 주실 사랑의 하느님을 만나길 바라십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이 사랑과 용서의 치유를 믿어야 하고 서로서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주어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용서받은 죄인들이며, 또 앞으로도 하느님의 자비를 청해야 할 사람들이며, 그리고 하느님의 자비를 배워 우리도 용서를 나눌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순절은 서로 용서하는 시기입니다. 이웃을 판단하기 전에 나 자신을 먼저 판단하고 돌아보며, 하느님께서 우리를 끌어안아 주시고 용서해 주시는 그 사랑과 자비를 가진다면, 우리는 더 큰 죄를 용서받을 것입니다. 우리의 용서와 회개를 통한 사랑이신 주님의 새로운 탈출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내가 너를 구원하였으니 두려워하지 마라. 네가 물 한가운데를 지난다 해도 나 너와 함께 있고 강을 지난다 해도 너를 덮치지 않게 하리라. 네가 불 한가운데를 걷는다 해도 너는 타지 않고 불꽃이 너를 태우지 못하리라.”(이사 43, 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