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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출발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혀온 여인’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주제입니다. 잡혀온 여인과 돌을 들고 그 주변에 빙 둘러서 있는 살기등등한 사람들. 죄를 지은 것은 확실하게 드러났고, 그 판결도 모세가 옛날에 해놓았으니 이 여인은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사람들은 어차피 돌을 던질 것이면서 다만 이런 기회를 이용해서 예수님을 곤경에 몰아넣으려고 예수님의 판결을 묻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사형에 동의하시면 물론 바로 그 자리에서 돌무더기에 묻힐 여인입니다. 예수님께서 동의하시지 않으신다 해도 살아날 가망은 없습니다. 만일 동의하지 않으시면 모세의 율법을 반대한다는 죄목으로 예수님도 그 여인과 함께 돌에 맞아 죽게 되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요한 8,7)라고 우선 모세율법의 집행을 동의하셨습니다. 그러나 이 절묘한 대답에 나이든 사람부터 시작해서 하나 둘 싱겁게 물러갔습니다. 살면서 이런 저런 죄를 지어 모세의 율법을 다 채우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생각했을 것입니다. 이렇게 다들 돌아가고 마침내 그 여인과 예수님이 남았습니다. 그렇다고 문제가 다 끝나진 않았습니다. 아직 돌로 칠 자격이 충분히 있는 분이 하나 남았으니, 바로 죄 없는 예수님이셨습니다. 당신께서 돌로 치실 차례에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여인아, 그자들이 어디 있느냐? 너를 단죄한 자가 아무도 없느냐?” “선생님, 아무도 없습니다.” 이에 예수님께서 이 소송을 종결지으십니다.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가거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 예수님께서는 그녀가 확실히 죄인임을 확인하시지만, 새로운 출발을 허락하셨습니다(요한 8, 10-11). 사람들은 끝장내기를 좋아합니다. 기회만 허락되면 상대방의 끝장을 보고 싶어 합니다. 요즈음 정치상황을 보면 대선 후보 예정자들끼리 벌리는 경쟁에서, 만일 빈틈이라도 보이면 그것으로 끝장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업들의 기술경쟁에서도 먹느냐 먹히느냐의 싸움이 치열합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끝장내기보다는 늘 새 출발을 허락하시는 분이십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도 “예전의 일들을 기억하지 말고, 옛날의 일들을 생각하지 마라. 보라, 내가 새 일을 하려 한다”(이사 43,18-19)고 했습니다. 죄지은 인간이 새로운 출발을 하도록 허락하시는 하느님, 아니 그러기 위해 당신의 목숨까지 거시는 예수님의 사랑. 우리는 이런 은총에 초대받았습니다. 그 은총을 이웃에게 설파하고 나누어 주기 위해 이 사순절이 있습니다. 사순절은 항상 새로운 출발의 때입니다. 우리네 마음속에서도 이웃들이 새 출발을 할 수 있으면 좋겠고, 하느님의 마음속에서 우리도 새 출발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백남용 바오로 신부·가톨릭대학교 교회음악대학원장 |
2007.03.25 /[강론] 새로운 출발 l 백남용 바오로 신부님
2007. 3. 27. 오전 8:3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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