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해 사순 제 1 주간 수요일/이 세대는 악한 세대다 - 조성호 신부님

2007. 3. 1. 오전 8:52:41

글자

다해 사순 제 1 주간 수요일

2007. 2. 28.

토평동.

요나 3, 1-10.

 

루가 11, 29-32.

 

기적을 베푸시는 예수님. 그리고 서로 밀쳐대듯 모인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보고 예수께서는 “이 세대는 악한 세대다”(루가 11, 29)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들은 기적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기적을 행하시지 않은 것도 아니고 기적을 행하셨으면서도 기적을 요구하는 이들에게 기적을 보이지 않습니다. 당신의 삶 자체가 사랑이었지만, 그것을 드러내 보이려고 사랑을 행하시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사실 유다인들이 기적을 요구한 것은 단순히 호기심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들은 누군가가 기적을 행한다고 했을 때, 그 기적은 아무에게나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고 여겼습니다. 기적을 주시는 하느님께서 그것을 행할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능력을 주신다고 여겼던 것입니다. 랍비들은 이러한 기적에 대해서 가르치면서 기적은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것이고, 기적 자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역사하시는 하느님을 보아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그러니 이것은 예수님의 가르침과 같은 것이죠.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다인들은 표징을 요구합니다. 하느님으로부터 온 표징. 그것은 예수를 메시아로 인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모든 삶을 통해 예수님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하는데, 한낱 위대한 예언자 정도로 알고 있으니 끊임없이 확인받고 싶어하는 것이죠.

 

그러나 예수께서는 하느님의 아들임을 보여주기 위해 기적을 베풀지 않았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이기 때문에 사람을 베풀고 기적을 행한 것입니다. 우리 역시 신앙인임을 보여주기 위해 사랑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신앙인이기에 사랑을 나누는 것입니다. 보여주기 위한 사랑이 아니라 사랑하기에 사랑하는 것이죠.

 

기적을 요구하는 이들에게 예수께서는 요나의 기적밖에 보여줄 것이 없다고 하십니다. 요나의 기적은 사람들이 그의 설교를 듣고 회개한 것입니다. 사람의 아들도 그럴 것입니다. 이제 사람들이 그것을 받아들이느냐 받아들이지 않느냐의 문제입니다. 멀리 떨어진 외국인의 설교가 아닌 가까이의 동족이며 이웃인 예수님의 말을 듣는 이들. 그들에겐 더 구원의 가능성이 가까이 있음에도 문제는 그것을 받아들이느냐인 것입니다.

 

갈 길이 있습니다. 가야할 길이 있습니다. 그 길을 눈을 감고 보지 않으려 한다면, 그는 갈 길을 가지 못합니다. 그러나 눈을 뜨고 보려한다면, 그는 갈 길을 가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구원의 길이고, 예수를 보는 것입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혜를 얻으려고 했습니까? 저 멀리 남방에서 스바의 여왕은 솔로몬의 지혜를 찾아 왔지 않습니까?(1열왕 10, 1-29; 2역대 9, 1-12) 그러나 유다인들은 그럴 필요 없습니다. 가까이에 그 지혜보다 더한 분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혜를 얻으려고 멀리, 다른 것에서 찾을 필요 없습니다. 가까이에 계시고, 말씀 속에 계시기 때문입니다.

 

한계를 가진 요나의 설교만으로도 회개한 이들과 전지전능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도 회개하지 않는 이들. 그 분명한 차이가 우리의 영원한 생명을 좌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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