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의 예식 다음 금요일 /단식 - 김윤복 신부님

2007. 2. 23. 오후 10:2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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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의 예식 다음 금요일


복음 : 마태오 9, 14-15


찬미예수님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단식’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어느 날 세례자 요한의 제자들이 예수님께 와서 이렇게 물었습니다. “저희와 바리사이들은 단식을 많이 하는데, 스승님의 제자들은 어찌하여 단식을 하지 않습니까?”


세례자 요한은 고행을 통해 성덕을 닦는 사람이었습니다. 마태오와 마르코 복음은 세례자 요한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요한은 낙타 털로 된 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 띠를 둘렀다. 그의 음식은 메뚜기와 들꿀이었다.”


요즘 시대 말로 말하면 합성섬유가 들어가지 않은 웰빙 옷에 천연 음식인 웰빙 푸드를 먹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시대에 이런 세례자 요한의 생활은 고행의 표시였습니다. 거칠고 냄새가 심한 낙타 가죽으로 된 옷과 가죽 띠 그리고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먹는 음식이 아닌 메뚜기와 들꿀은 세례자 요한이 고행자의 모습으로 광야에서 살았음을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그렇게 고행자인 세례자 요한의 제자들은 스승과 마찬가지로 온갖 고행을 하며 하느님께 기도하였을 것입니다. 그런 그들의 삶에 단식은 매우 일반적인 것입니다.


바리사이들은 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지난 재의 수요일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 단식할 때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돌아다니는 위선자들에 대해서 말씀하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나오는 위선자들이 바로 오늘 복음에서 이야기하는 바리사이들일 것입니다. 물론 모든 바리사이들이 다 위선자는 아닙니다. 그중에는 정말 골방에 숨어서 하느님께 기도하며 단식하는 바리사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수의 바리사이들은 마치 위선자들처럼 자신의 단식을 드러내고 다녔습니다.


그래서 요한의 제자들은 단식을 많이 하는 사람으로 자신들과 바리사이들을 예로 들며 왜 예수님의 제자들은 단식을 하지 않는지에 대해서 물었던 것입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혼인 잔치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슬퍼할 수야 없지 않느냐? 그러나 그들이 신랑을 빼앗길 날이 올 것이다. 그러면 그들도 단식할 것이다.”


예수님의 말씀은 단식은 필요에 의해서 하는 것이지 필요하지 않은데도 즉, 단식해야 할 이유가 없는데도 단식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내용의 말씀이었습니다.


단식은 옛날 이스라엘 민족과 그밖의 다른 민족들에게 슬픔과 속죄, 정화, 반성, 통회, 회개의 표시였습니다. 단식을 통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깨끗이 비우고 이전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으로 자신을 바꾸려고 노력하기 때문입니다. 단식 또는 절식을 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지나치지 않은 단식이나 절식을 하면, 할수록 우리 몸은 점점 예민해지고 깨끗해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하는 단식과 다른 이유에서 하는 단식은 구별해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닌 단식은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별 의미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이어트나 건강을 위해 하는 단식은 바로 나를 위해 하는 단식입니다. 그러므로 그런 나를 위한 의도로 하는 단식은 우리의 영혼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신랑을 빼앗길 날에’ 단식을 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신랑은 예수님 자신을 두고 하신 말씀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신랑을 빼앗긴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예수님 당시 시대라고 한다면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그 때를 두고 하는 말일 것입니다.


그러나 복음은 오늘의 우리에게도 같은 말씀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면 오늘날 우리는 이 말씀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우리는 이 말씀을 우리 안에서 예수님을 빼앗길 때, 예수님을 잃어버릴 때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느님의 은총으로 가득 찬 삶을 사는 사람은 항상 하느님께서 함께 하심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가끔 하느님께서 함께 하심을 느끼지 못하고 허전함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럴 때면 삶이 힘들어지고 삶에 즐거움이 없고 신앙생활도 소홀해집니다. 이때가 바로 우리가 신랑을 빼앗긴 때입니다. 우리 마음에 계시던 하느님을 빼앗긴 때, 우리 마음안에서 예수님을 느낄 수 없을 때가 바로 우리가 단식하고 기도함으로써 예수님을 다시 찾을 때인 것입니다.


지금 여러분들은 어떻습니까? 여러분들의 마음 안에 예수님이 느껴지십니까? 혹시 예수님을 빼앗기시지는 않으셨습니까? 마음이 허전할 때, 내 마음에 기쁨이 사라질 때, 예수님을 내 마음 안에서 찾을 수 없을 때 이때가 바로 우리가 단식할 때입니다.


오늘 여러분들 마음 안에 예수님께서 계신지 확인하시는 하루가 되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만약 예수님께서 보이지 않으신다면 단식과 기도로 예수님을 다시 찾으시는 하루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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