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2.23.목/정성어린 예물 - 이정호 신부님

2007. 2. 23. 오후 10:20:45

글자

2007.2.23.목

 

마태오 복음 9장 14-15절
“혼인 잔치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슬퍼할 수야 없지 않느냐? 그러나 그들이
신랑을 빼앗길 날이 올 것이다. 그러면 그들도 단식할 것이다.”
 정성어린 예물     이정호신부
통계에 따르면 개신교 신자들의 증가율보다 천주교 신자들의 증가율이 훨씬
앞섰다고 합니다.?개신교 신자들이 제자리걸음을 걸을 때 천주교 신자들은
두 배 가까운 수가 증가하였다고 하네요.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겠지만 십일조를 비롯한
지나친 헌금에 대한 강조가 개신교에 대한 호감을 감소시킨다고 합니다.
사실 천주교에서는 헌금에 대해 그리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형편대로
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니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지폐를 꺼내
봉헌함에 넣는 경우도 있고 봉헌시간에 옆사람에게 빌려서 봉헌을 하기도 합니다. 얼마를
내건 형편에 달린 일이겠지만 그 정성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빼앗길 때 애통한 마음으로 단식하게
되리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그저 교회에 돈을 내는 것이 봉헌이 아니고 단지
밥을 굶는 것이 단식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해야겠습니다. 사랑을 품고
정성을 다해 예수님을 바라보고 닮고자 하는 자세에서 봉헌이나 기도, 자선,
단식하고자 하는 정성이 우러나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사순시기에 드리는 우리의 준비는 정성을 다한 것이 되어야겠습니다.
 명절 예물
설빔을 입고 세배하러 다니며 세뱃돈 모으는 재미로 손꼽아 기다렸던
내가 이제는 어느새 해가 바뀔 때마다 돌아가신 선친과 조상님들의
기일 미사를 챙겨야 할 나이가 되었다. 미사 시간, 으레 신부님은 미사를
거행하기 전에 예물 봉헌한 사람들의 이름을 말씀하시며 짧게나마 봉투에 쓴
지향을 읽어주셨다. “올해로 두 번째 기일을 맞는 할머니의 영혼의 안식과
스물일곱 번째 기일을 맞는 아버지의 영혼을 위로하며… 김한나 씨가 미사 봉헌을 하셨습니다.”
그저 살아 계셨을 때 못다 해드린 효도 대신 철없던 못난 자식의
뒤늦은 뉘우침의 보속으로 그나마 격식을 갖춘다는 의미에서 드렸던 봉헌이
신부님의 음성을 통해 성당을 가득 채운 사람들 속에서 울려 퍼졌을 때의
감정이란…. 잠시 동안 침묵이 흘렀던 시간은 나에게 있어 영혼을 뒤흔드는
참회의 시간이 되었다. 악마가 귀엣말로 속삭이는 듯했다.‘그깟 돈 몇 푼으로
생전에 못다 한 효도가 보속될 것 같으냐? 봉투에 쓰인 네 이름이 호명되길
바라는 게 진짜 속 마음이지?’ 그와 함께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한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뇌리에 스쳤다. 내가 진심으로 선친의 안식을 위해 간절한 기도라도
한 번 했던가 하는 후회와 함께 지금 함께 살고 있는 혈육이나 지인들에게 내가 할
의무를 저버리고 있지는 않은지에 대한 성찰을 하게 되었다. 평소 돈으로 만사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을 경멸에 찬 시선으로 봐왔었다. 그런데 오늘에야 비로소
내가 그런 사람들의 한 부류가 아닐까 하는 반문이 들었다. 내 마음 같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나의 이런 형식치레가 그저 돈 몇 푼으로 조상님들의 얼을
팔아먹는 파렴치한으로 비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뒤늦게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다짐했다. ‘당장 오늘 밤부터라도 그분들을 위한
묵주기도를 드려야지….’

김한나 | 경기도 가평군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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