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과를 먹으며> -함민복-
사과를 먹는다
사과나무의 일부를 먹는다
사과꽃에 눈부시던 햇살을 먹는다
사과를 더 푸르게 하던 장마비를 먹는다
사과를 흔들던 소슬바람을 먹는다
사과나무를 감싸던 눈송이를 먹는다
사과 위를 지나던 벌레의 기억을 먹는다
사과나무에서 울던 새소리를 먹는다
사과나무 잎새를 먹는다
사과를 가꾼 사람의 땀방울을 먹는다
사과를 연구한 식물학자의 지식을 먹는다
사과나무 집 딸을 바라보던 하늘을 먹는다
사과에 수액을 공급하던 사과나무 가지를 먹는다
사과나무의 세월, 사과나무 나이테를 먹는다
사과를 지탱해 온 사과나무 뿌리를 먹는다
사과의 씨앗을 먹는다
사과나무의 자양분 흙을 먹는다
사과나무의 흙을 붙잡고 있는 지구의 중력을 먹는다
사과나무가 존재할 수 있게 한 우주를 먹는다
흙으로 빚어진 사과를 먹는다
흙에서 멀리 도망쳐 보려다
흙으로 돌아가고마는
사과를 먹는다
사과가 나를 먹는다
* <어머니와 우유 한 병>
옛날, 어느 곳에 집안이 가난하여
자식을 제대로 먹이지도 못하는 어머니가 있었다.
자식은 다른 집 어머니처럼 잘 해 주지 못하는
어머니를 원망하여 거리를 쏘다니다가
나쁜 친구를 사귀었다.
그러다가 아들은 그만 무서운 죄를 짓고
감옥에 가게 되었다.
그러나 나쁜 물이 너무나 깊이 들어 버린 아들은
자기의 잘못을 뉘우칠 줄도 몰랐다.
사람들은 그 뻔뻔스러움에 분개하여
아무도 동정해 주지 않았다.
가난한 어머니가 아들이 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감옥으로 찾아왔다.
아들과 어머니는 창살을 두고 마주 앉았다.
어머니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면서 창살 사이로
우유 한 병을 넣어 주었다.
아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우유를 받아 꿀꺽꿀꺽 마셨다.
이튿날도, 또 이튿날도 어머니는 날마다 따뜻한 우유 한 병을
가져와 아들에게 주었다.
추운 겨울이 되었다.
눈이 펄펄 내리는 날이었다.
이 날은 어찌 된 일인지 어머니가 아들을 보러 오지 않았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들을 찾아오던 어머니가 오지 않으니,
어쩐지 이상했다.
아들은 어머니가 눈이 와서 길이 미끄러워
못 오시나 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날 저녁 취침 나팔이 울릴 무렵에 어머니가 찾아왔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면회가 허락되지 않았을 테지만,
가여운 어머니가 하도 간청을 하니 그 곳의 책임자가
특별히 허락을 한 것이다.
아들은 자려고 누웠다가
어머니가 오셨다는 말을 듣고 면회실로 나왔다.
"얘야, 많이 기다렸지?"
어머니가 환히 웃으며 아들을 맞아 주었다.
"오늘도 우유를 따뜻하게 데워서 식지 않게
가슴에 품고 집을 나섰는데,
눈이 많이 와서 길이 어찌나 미끄럽던지
그만 잘못하여 넘어지고 말았구나.
그 통에 아까운 우유를 엎지르고 말았지 뭐니?
우유를 살 돈이 없어서 다시 돌아가 일을 하여
품삯을 받아 가지고 우유를 사 오느라 이렇게 늦었다.
자, 식기 전에 마셔라."
어머니가 품 속에서 따뜻한 우유 한 병을 꺼내 아들에게 주었다.
그러자 아들은 고개를 숙이고 뜨거운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어머니, 잘못했어요."
얼음처럼 차갑게 굳었던 아들의 마음이 풀리고
비로소 뜨거운 참회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 <여자말을 들어야 하는 이유>
주방 수리공이 앤더슨 부인의 집 주방을 수리하기 위해 찾아갔다.
하지만 앤더슨 부인은 약속한 시간에 집에 없었고,
대신 쪽지 한 장만이 문 앞에 달랑 놓여 있을 뿐이었다.
쪽지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었다.
'제가 급한 볼일이 있어서 집을 비우게 되었습니다.
집 열쇠는 옆집에 맡겨두었습니다.
전화로 말씀드린 대로 싱크대를 고쳐주시면 되겠습니다.
수리비는 거울 밑에 있는 서랍에 넣어두었으니
챙겨서 가져가시기 바랍니다.
아, 참, 그리고 미리 말씀드려야 할 것이 있군요.
우리 집에는 '루디'라는 이름을 가진 커다란 개 한 마리와
앵무새 한 마리가 있습니다.
루디는 사납지도 않고 말을 아주 잘 듣는 개니까
아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앵무새가 뭐라고 하든 절대로 대꾸하지 마십시오.
그럼 잘 부탁드릴게요.
-앤더슨 부인 씀-
주방 수리공이 옆집에서 열쇠를 받아서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정말로 현관에는 집채만큼 큰 개가 앉아 있었다.
하지만 쪽지에 적혀 있는 대로
루디는 짖지도 않고 얌전한 개로,
그저 조용히 앉아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주방 천장에 매달려 있는 새장 안의 앵무새는
주방 수리공을 보자마자 곧바로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앵무새는 주방 수리공이 오후 내내 공사를 하는 동안
쉬지 않고 욕설을 퍼부었지만 주방 수리공은
앤더슨 부인이 한 말도 있고 해서
전혀 대꾸를 하지 않았다.
주방 수리공이 마침내 공사를 마치고
서랍에서 돈을 꺼내려는 순간,
앵무새가 또다시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지경이 된 주방 수리공이 이렇게 외쳤다.
" 이 빌어먹을 앵무새야,
자꾸만 그렇게 떠들었다간
껍질을 벗겨서 구워 먹어버릴 테다!"
그러자 앵무새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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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디, 물어!"
"어쩌면 아쉬운 것은
흘러가버린 시간이 아니다.
생겨나서 사라지는 매 순간순간을
맘껏 기뻐하고
감사할 줄 모르는 우리 자신이다.
오늘 하루를
그 충만하고도 완전한 행복으로
살지 못하는 우리 자신이다(이주헌, 생각하는...)."
설은 건강하고 기쁘게 잘 지내셨나요?
사순절이 시작되었네요.
은총의 시기를 잘 살아 봅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