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해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나는 너의 믿음이 꺼지지 않도록 기도하였다 - 조성호 신부님

2007. 2. 23. 오후 10:24:40

글자

다해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

2007. 2. 22.

토평동.

1베드 5, 1-4.

마태 16, 13-19.

오늘은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입니다. 본래 이 축일은 로마에서 가족들 가운데 죽은 이를 기억하는 날이었습니다. 이 날에 죽은 이의 자리를 가족들 곁에 하나 두게 되죠. 이 관습에 따라 바티칸의 베드로 무덤과 오스티아로 가는 길의 바오로 무덤을 오가며 기념하던 것이 이 축일의 유래입니다. 그러던 것이 313년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신앙의 자유를 선언하면서 6월 29일을 두 사도의 축일로 기념하고, 오늘은 베드로를 교회의 최고 목자로 공경하며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로 기념하게 된 것입니다.

이런 유래를 보면 초기의 신앙 공동체는 통공이라는 면을 잘 이해한 것으로 보입니다. 죽은 사람이지만, 나와 한 가족으로 여기며 매년 기억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기도 안에 만나는 통공이죠. 우리가 제사를 지내는 것도 같은 의미일 것입니다.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님 안에서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하는 자리인 것이죠. 그렇기에 우리는 그 제사를 미신적으로 행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 안에서 기도하며 한 가족임을 드러내게 될 때 참 제사의 의미를 새기는 것이 할 수 있습니다.

베드로 사도좌는 교회의 일치를 드러내는 상징입니다. 그 자리에 주님으로부터 천국의 열쇠를 받은 베드로 사도와 그 후계자들이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주 예수께서 계시는 것입니다. 주 예수를 대리하는 목자가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은, 그를 드러내라는 뜻이 아니고 주 예수를 드러내라는 것입니다. 그 누군가의 능력을 보고 그 자리를 주신 것이라면 예수께서는 베드로를 뽑지 않았을 것입니다. 비록 인간적인 허점이 많다 하더라도 주님을 위해서 기꺼이 자신을 내어줄 수 있는 이에게 주님께서는 그 자리를 허락하셨습니다.

베드로. 예수께서 주신 그 이름은 반석입니다. 시몬 바르요나는 그 이름을 받고 교회의 반석이 되었습니다. 그 스스로 반석으로서의 흔들림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주님으로부터 반석이 될 수 있는 힘을 받은 것입니다.

우리는 입당송에서 루카복음의 예수님의 말씀을 노래했습니다.(실제로는 입당성가를 불렀지만…)

“나는 너의 믿음이 꺼지지 않도록 기도하였다. 그러니 네가 돌아오거든 네 형제들의 힘을 북돋아 주어라.”(루카 22, 32)

베드로는 이어지는 말씀에서 장담하듯이 주님을 위해서 잘 살고 싶었고 그런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디 삶이 그렇습니까? 살면서 주님 앞에서 실수도 많이 했지만 결정적일 때 주님을 배반하는 삶도 살았습니다. 베드로에게 얽힌 이런 일화가 있죠.

42년 경 로마로 간 베드로. 그곳에서 주님의 복음을 전하는데 주력합니다. 그리고 교회는 로마 황제 클라우디오의 시대까지는 비교적 평화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네로 왕이 황제가 되자 무서운 박해가 시작되었습니다. 매일 수백 명의 신자가 체포되어 살육되었고, 베드로는 신자들의 피난을 청하는 간곡한 요청에 로마를 잠시 떠나기로 합니다. 그리고 어느 날, 날이 새기 전에 몰래 로마를 떠나려고 유명한 아피아 가로(街路)를 걷고 있을 때, 갑자기 멀리서부터 큰 십자가를 지고 창백히 걸어오는 사람이 보입니다. 이상히 생각하면서 베드로가 가까이 가서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니까, 그는 가시관을 쓰고 피를 흘리시며 고통과 비애에 깊이 잠겨 계시는 바로 예수님이었습니다. 베드로는 즉각 그대로 땅에 엎드려 말했습니다.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Quo Vadis Domine? 쿠오 바디스 도미네?)

주님께서는 그가 주님을 세 번 배반했을 때와 같은 슬픈 얼굴로 한참 바라보시면서 대답하셨습니다.

“그대가 신자들을 버리고 피하려고 하기 때문에 나는 재차 십자가에 못박히려고 로마에 들어가는 길이오!”

이런 비통한 말씀을 듣고 베드로는 얼굴을 땅에 대고 좀체 움직이지 못했고, 그의 눈에서는 솟아오르는 눈물이 그칠 줄을 몰랐습니다.

곧 일어선 베드로는 굳을 결심을 했고, 그는 그곳에서 바로 로마로 돌아왔습니다. 그는 주님의 훈계로 자기 갈 길을 확실히 깨닫고, 지금이야말로 “다른 이들이 너에게 허리띠를 매어주고서, 네가 원하지 않는 곳으로 데려 갈 것”(요한 21,18)이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이 이루어질 때임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베드로는 오래지 않아 체포되어 십자가 형(刑)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이때 그는 주 예수와 같이 십자가에 못 박히는 것을 부당히 생각하고, 스스로 자원하여 거꾸로 못 박혀 장렬히 순교했습니다.

살면서 실수를 안 하는 삶이 아니라, 잘못된 삶을 살지 않는 것이 아니라(누군들 잘못된 삶고 살고 싶어 살겠는가?)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교회의 수장인 베드로를 뽑으시면서 그런 것을 염두에 두지 않으셨나 합니다.

“나는 너의 믿음이 꺼지지 않도록 기도하였다. 그러니 네가 돌아오거든 네 형제들의 힘을 북돋아 주어라.”(루카 22, 32)

그렇습니다. 주님께서는 늘 우리를 위해 기도하시는 분이시고, 우리의 믿음이 약해 때로 주님을 버릴지라도 다시 돌아설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주님께서는 행여 믿음이 꺼질까 우리를 위해 기도하시는 분이십니다. 주님을 배반한 베드로가 상심할까, 당신을 떠날까 오셔서 그의 사랑을 세 번이나 고백하게 함으로써 그에게 용기를 심어주셨던 분이 아닙니까? 그분께서는 우리에게 역시 마찬가지로 기도하시는 분이십니다. 우리는 그분의 이 기도에 힘입어 다른 이들에게도 힘을 북돋아주는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힘이 없는 이에게 힘이 되어 주고, 또 내가 힘이 없을 때 힘을 받는 공동체 그것이 바로 가족입니다.

이 날 우리는 교황을 기억합니다. 교황도 역시 인간이기에 유혹에 스러질 수 있습니다. 주님사업에 중심에 있는 교황께서 영육간에 건강하시도록 기도하고, 교회가 주님의 뜻대로 항해할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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