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로 신부(예수회) -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옷자락만이라도 만지면 병이 나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의 절박한 모습을 보여준다. 예수님을 알아본 사람들은 뛰어다니며 병든 이들을 들것에 눕혀 그분이 계신 곳이면 어디든지, 마을이든 도시든, 촌락이든 예수께서 가시기만 하면 장터에 병자들을 데려다 놓고 그분의 옷자락에 손이라도 대게 해주기를 청한다.
유명한 성지들을 방문할 때 우리는 절실히 기도하는 이들의 모습을 본다. 무슨 일이 있길래 저렇게도 간절히 기도하는 걸까? 그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얼마나 절실한 상태에 있는지 말해준다. 곁에서 그 모습을 보는 사람들도 주님께서 그들의 청을 들어주시기를 진심으로 기도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어쩌면 우리 모두 그렇게 절실한 마음으로 주님께 기도해 본 적이 있지 않은가? 그런 우리 체험이 그들과 같은 마음으로 기도하게 하는 것이리라.
그러나 그 소원이 이루어진 후에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 우리는 모든 것을 주님께 봉헌하며, 그분의 참된 자녀로서 충실하게 살아야겠다는 맹세를 한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우리는 어느새 일상이 주는 안온하고 평온한 분위기에 취해 그것을 잊어버리지 않는가! 그렇기에 어쩌면 일상 안에 작지만 절실한 그 무엇을 안고 살아가는 것은 주님의 크나큰 은총 안에 있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진정 지혜로운 이들은 어쩌면 그런 것들을 주님께 청하며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것만을 주님께서 주신다는 믿음을 간직한 채.
